미국은 팁 주고도 욕 먹는데…챗GPT "한국도 만만치 않을 걸" [일문Chat답]
한국 택시 호출 플랫폼 ‘팁 도입’ 움직임에 70% “반대”
전문가 “팁 안주면 택시 안 잡히는 상황 올 수도” 우려
"이렇게 좋은 집에 살면서 고작 5달러를 준다고?"
지난 7월 미 텍사스주의 한 고급 주택가에 사는 고객이 피자 배달을 온 남성에게 팁을 건넨 후 들은 말입니다.
고객이 주문한 피자는 20달러가량. 고객은 음식 가격의 25%에 해당하는 팁을 건넸지만 배달원에게 욕설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팁 문화의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미국에서조차 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적정 팁 비율로 총비용의 15%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팁 상한이 최대 40%까지 치솟자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감자’인 팁 문호의 기원은 16~17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봉건 계급 사회인 당시 유럽에서 팁은 귀족이 하인 등 피고용인 노동 서비스에 대해 보수 외 추가 금전적 대가로 호의를 베푸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일환이었습니다.
이후 남북전쟁 후 유럽을 여행한 미국인들이 귀국 후 팁 문화를 퍼뜨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팁에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해 정착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선 서비스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반드시 주는 것이 관례로 돼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식당 종업원들은 팁을 받는다는 전제 아래 임금이 책정되며, 팁을 받는 직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미 중앙정부가 정한 서비스업 직종의 연방최저임금은 시간당 2.13달러(약 2,800원), 시간당 7.25달러(약 9,600원)인 연방최저임금에 비해 턱없이 낮습니다.
결국 팁을 받아서 나머지 부족한 액수를 채우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에선 팁이 더 이상 자발적 호의가 아닌 가격의 일부가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우리나라 팁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카카오 택시입니다.
‘카카오 티’는 지난 7월 택시기사에게 팁을 주는 서비스 ‘감사 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별점 5점을 남길 경우 “기사에게 즉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1,000원부터 1,500원, 2,000원 중의 팁을 골라 지불할 수 있는 창이 나타납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택시요금을 비싸게 받는 블랙이나 모범, 벤티 등의 택시를 상대로 팁까지 내라 하는 건 지나치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팁 도입을 통해 가맹택시 수를 늘리는 유인책과 택시기사에 대한 임금 보전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팁 문화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은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 도입에 대해 20~50대 소비자 1,000명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반대’에 가깝다는 응답 비율이 71.7%로 나타났습니다.
‘찬성’에 더 가깝다는 의견은 17.2%,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1.1%입니다.
압도적인 비율로 팁 도입 반대 여론이 우세한 한국, 그 이유를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챗GPT는 “한국에서는 많은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요금이 이미 제품 또는 서비스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며 “일부 사람들은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추가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는 문화적 차이를 말했습니다.
이어 “소득 격차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팁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일부 사람들은 추가 지출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며 경제적 부담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챗GPT는 특히 “팁을 주지 않을 경우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존재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팁을 주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챗GPT는 “얼마나 팁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할 수 있다”며 팁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팁 문화 도입이 소비자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긴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팁 지급 의사에 따른 선택지부터, 얼마를 줘야 할지 등 비용을 내면서 그다지 편리한 느낌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몇 년 동안 고물가에 시달렸다. 지불하는 최종 가격이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며 “유동 가격은 소비자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팁 문화가 고객을 등급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교수는 “카카오 택시의 경우 고객이 계속 노 팁(No Tip)을 선택했을 경우 알고리즘을 이용해 팁 안 주는 사람에게는 배차를 빨리 안 시켜 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각에선 팁 문화가 한국에서 압박이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우리나라 특유의 체면 중시 관습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이른바 ‘사회적 눈치’가 팁 문화를 호의가 아닌 일종의 의무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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