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마오타이주를 넣었다고?…중국 바이주의 변신 성공할까? [특파원 리포트]
■52도 마오타이주를 커피에 섞는다고?…이색 콜라보에 중국 '열광'
중국에서 지내다 보니 이것저것 다 잊어버리고 취하고 싶으면 바이주(白酒) 몇 잔 마시는 것만큼 간편한 방법이 없습니다. 손가락 한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조그만 잔일 뿐인데, 서너 잔 연속해 마시다보면 금방 취기가 오릅니다. 그렇게 잠들었다가 일어나 다시 정신 차리고 일을 하려면 또 커피한 잔 마셔 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정신을 놓고 싶어서 마시는 바이주, 정신을 차려야 할 때 마시는 커피. 극과 극에 서 있는 둘의 이색 콜라보가 최근 중국을 강타했습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 명주 '마오타이'와 중국판 스타벅스로 이름이 높은 '루이싱 커피'의 콜라보로, 알콜 도수 52도의 구이저우 마오타이주(贵州茅台)를 섞은 '장향라떼(醬香拿鐵)' 를 출시한겁니다.
출시되자마자 중국 SNS 웨이보는 관련 게시글과 사진, 영상으로 뒤덮였습니다. 한 잔에 38위안(약 6,900원), 출시 첫날 판매량이 542만 잔. 총 판매액은 1억 위안으로 한화 182억 원이 넘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SNS를 휩쓸었으니 일단 대성공입니다. 한 잔 마셔볼라치면 매장마다 품절입니다.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품절 공지가 뜨니 오픈런을 해야 합니다. 이번 신상품 출시 성공을 두고 현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루이싱 커피 입장에서는 명주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고급화된 이미지로 라이벌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고, 마오타이도 화제성에 힘입어 한 때 주가가 1% 넘게 오르는 등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이색콜라보를 추진케 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라떼의 홍보 문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의 첫 마오타이". '젊은이'들에게는 외면받고 '어르신'들에게만 팔리는 바이주의 이미지를 타파하려는 시도입니다.
■흔들리는 중국 바이주 산업…왜 젊은 세대 민심 잃었나
중국에는 MZ라는 말이 없지만, 중국 젊은 세대의 문화는 한국의 이른바 MZ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회식을 싫어합니다. 내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것은 좋아하지만, 남에게 이끌려 가는 술자리는 싫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친한 친구 몇몇이 모여 가볍게 기분 좋을 정도로만 몇 잔 마시는 것을 훨씬 선호합니다. 컨설팅업체 RIES가 중국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로 어떤 자리에서 술을 마시느냐는 질문에 비즈니스 술자리보다 친구 모임 등 비교적 가벼운 술자리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 비즈니스를 위해 술자리를 가진다 해도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합니다. 시끌벅적한 곳에서 다 같이 신나게 마시다가 취해버리는 과거의 음주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전통 바이주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수 약 10도 정도의 술을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이 39.6%로 가장 많았고, 바이주 수준의 높은 도수는 선호도가 낮았습니다. 1년간 가장 많이 마신 술을 묻는 질문에는 맥주(40%)와 와인(20%)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습니다. 바이주는 9%로 위스키와 비율이 똑같았는데 흥미롭게도 실제로 젊은 세대가 지출하는 돈은 위스키보다 적었습니다. 바이주의 경우 한 달에 50위안(약 9천 100원) 이하로 지출한다는 사람이 19%로 가장 많았고, 약 100~200위안(1만 8천원~3만 6천원) 정도 지출한다는 사람이 17%였습니다. 반면 위스키는 15%가 500~600위안(약 9만 1천원~10만 9천원)정도 지출한다고 답했고, 400~500위안(약 7만 3천원~9만 1천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1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위스키에 바이주보다 10배 정도 더 돈을 들인다는 얘기로, 조사를 진행한 업체는 이에 대해 바이주는 대부분 회사 술자리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이 돈을 내는 경우에나 마시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젊은 세대 잡아야 미래도 잡는다"…청년들의 첫 바이주, 두 번째 잔으로 이어질까?
어느 업계나 그렇겠지만 소비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앞으로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중국을 상징하는 전통의 바이주 업계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바이주 업계는 다른 식품과의 콜라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오타이의 경우 지난해 유제품 회사 멍뉴(蒙牛)와 손잡고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출시했습니다. 역시 중국의 유명 명주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루저우 라오자오(瀘州老窖)도 2019년 52도의 바이주를 넣은 막대 아이스크림 콜라보 상품을 내놨습니다. 자국의 전통 문화, 자국 브랜드 상품을 중시하는 최근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 소비 경향에도 잘 맞아떨어지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콜라보 상품들을 통해 젊은 세대, 더 나아가 10대들이 바이주를 더 친근하게 느끼고 특유의 향에 익숙하게 만들어 새로운 소비층으로 육성하겠다는 바이주 업계의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맥주나 와인대신 바이주를 소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마오타이 그룹의 딩슝진 회장은 올해 5월 열린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1주년 축하행사에서 마오타이주를 넣은 초콜릿, 음료, 막대 아이스크림,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연구 개발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젊은 세대를 잡는 것이 곧 마오타이의 미래를 잡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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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mj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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