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재사용·재활용으로 ‘2막’ 열어야
국내 전기자동차의 연간 판매 대수는 2021년 10만대를 넘기더니 2022년에는 16만대로 늘어나 신차 판매량의 9.76%를 차지하는 등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충전 인프라의 보급, 충전 속도와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향상 같은 기술적 요소의 발전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환경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행동 또한 바뀌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10년 전부터 전기차 보급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는 제주도에서는 전기차에 사용됐던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찾아왔다.
초기에 보급된 전기차에 장착됐던 배터리 수명이 다 돼 가고 있는 것이다. 폐배터리는 그대로 폐기할 경우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서 큰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배터리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체계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 7년 정도이며, 성능이 80% 이하 수준으로 낮아지면 더이상 전기차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태에 따라 여전히 다른 용도로는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들 장난감인 RC카에 사용했던 건전지들이 더이상 빠른 속도로 바퀴를 움직이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벽시계의 전원으로 사용하면 꽤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폐배터리 처리는 크게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우리가 잘 아는 재활용은 쓸모 있는 것으로 재가공해서 다시 쓴다는 뜻이다. 반면 재사용은 그 물건 그대로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원래 의도한 것과 동일한 목적으로 다시 쓰일 때 주로 적용된다. 특히 고사양으로 만들어진 전기차 배터리는 순환경제 측면에서 재사용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의 가장 큰 예시는 잔존수명(state of health, SOH)이 60% 이상인 경우,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소형 이동장치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각 장치마다 요구하는 기술적 스펙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편, 재활용 단계에서는 리튬이나 코발트 등의 자원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폐배터리에서 확보할 수도 있다.
국내 폐배터리의 배출량은 2021년 440개에서 2025년 8000개, 2030년 약 10만개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다행히 지난해 10월에 폐배터리의 재사용 안전성 검사제도 및 기준 등을 담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의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10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오랜 시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이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배터리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산업의 선도 국가답게 사용 후 배터리의 처리와 관련한 기술 경쟁력을 미리 확보하고, 관련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민관이 함께 준비해 적절한 체계를 구축할 시기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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