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흔해진 이유는?…韓-필리핀 FTA 체결로 더 싸진다[세쓸통]
바나나 수입 관세 5년 내 철폐…車 즉시 '무관세'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어린 시절 값비싼 고급 과일이었던 바나나에 대한 추억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귀한 바나나가 어느 순간부터 흔해졌다고 생각되지 않으셨나요. 대표적인 수입 과일인 바나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이 개방되며 우리 식탁에 흔하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바나나뿐인가요.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는 포도, 바나나, 오렌지 등 다양한 수입 과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나나가 앞으로는 더 저렴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한-필리핀 FTA'가 체결되며 필리핀에서 수입되는 바나나에 물리는 관세는 서서히 없어집니다. 필리핀산 바나나에 부과하는 관세가 없어지니 그만큼 가격이 더 싸지겠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필리핀산 바나나의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필리핀산 바나나는 23만4106t(톤)입니다. 수입액만 따지면 2억617만 달러로 한화 2750억원에 달합니다. 지금도 바나나 수입이 이렇게 많은데 가격이 더 저렴해진다면 수입은 더욱 늘어나겠네요.
우리나라는 바나나 생산이 풍부할 정도의 아열대 기후도 아닌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바나나를 구매할 수 있게 되겠네요. FTA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나나가 풍족한 국가에서 싸게 수입하는 게 교역하는 양국 모두에게 훨씬 이득인 거죠.
다만 국내 바나나 농가의 시름을 덜기 위해 정부는 한-필리핀 FTA를 마련하며 바나나에 대한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FTA 발효 첫해부터 수입이 연도별 기준 물량을 넘어서면 다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나나 교역만 늘어난다면 조금 아쉽겠죠. 이번 FTA 체결에는 통조림 등 조제 파인애플에 대해 물리던 36%의 관세를 7년에 걸쳐서 서서히 없애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필리핀산 통조림 파인애플도 앞으로는 더 싸게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출에 대한 관세를 없앴습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 FTA가 발효될 경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됩니다. 발효 즉시 자동차에 대한 무관세가 적용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필리핀에 갔을 때 '일본 자동차가 참 많다'라고 생각한 분 있으실 텐데요. 실제로 필리핀에서 일본 자동차는 82.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많이 팔린 자동차 브랜드를 줄 세우면 도요타, 미쓰비시, 포드, 르노-닛간, 스즈키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는 9위 정도입니다. 필리핀은 일본 승용차에 대해 20%의 관세를 매기는데,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없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사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교역이 많은 국가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필리핀에 123억 달러를 수출했으며, 52억 달러를 수입했습니다. 앞서 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으로 시장 개방이 많이 진행된 상황입니다.
교역량 기준으로 필리핀은 17위의 교역대상국입니다. 교역량은 코로나19에도 늘어난 바 있습니다. 총교역액만 따졌을 때 2020년 102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2021년 135억 달러, 2022년 175억 달러로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FTA도 체결했으니 수출입이 더욱 활발해지겠네요.
정부에서도 이번 한-필리핀 FTA에 대해 성과가 컸다고 평가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바나나는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지만, 우리 농산물 보호도 중요한 만큼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를 가능하도록 했다"며 "우리나라는 자동차 관세를 즉시 철폐시키는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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