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연상녀와 혼인신고한 아들, 혼인취소 될까요[양친소]

최훈길 2023. 9.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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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스물여덟 아들이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직장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결혼은 이른 나이다 싶어 탐탁지 않았는데요. 상대 여자의 나이를 듣고는 정말 기절할 뻔했습니다. 아들보다 12살 많은 마흔살이었습니다.

여자가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꽤 잘된다고 하더군요. 경제적으로 안정됐다 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우선 ‘연애를 오래 해봐라’고 했지만, 뭐가 그렇게 급했던지 결혼을 하겠다고 데리고 왔더군요. 띠동갑 나이 차이라 한눈에 봐도 이모와 조카로 보이는데, 정말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또 한 번 저를 기절시켰습니다. 벌써 혼인신고를 했다는 겁니다. 기가 막혔죠. 대체 애를 어떻게 꼬셨길래. 둘 다 보고 싶지도 않았죠.

아니나 다를까 그 후로 둘이 몇 번 크게 싸웠다고 합니다. 며느리에게 남자 문제가 있었고, 아들이 손찌검도 하고요. 3개월 만에 아들이 며느리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연애만 했다면 이대로 정리하면 되는데 혼인신고가 문제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식도 하지 않았고 집안 상견례도 없었고요. 저만 며느리를 본 게 전부입니다. 동거기간도 3개월 정도인데. 혼인취소는 안 되는 걸까요. 아들이 이혼남이 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요.

-연상의 여성과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아 보여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부부 비율은 19.4%였습니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여자가 연상인 부부 비중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초혼 부부 5쌍 중 1쌍이 신부가 신랑보다 연상인 셈인데요. 얼마 전 방영했던 한 드라마에서는 30세 나이 차의 연상연하 커플이 등장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연의 경우,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집안의 상견례도 없었는데요. 혼인신고를 한 이상 법적인 혼인 관계는 성립된 건가요.

△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혼인의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고 부부의 권리와 의무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실질적 요건은 당사자 쌍방 간 혼인의 의사가 맞고, 만 18세의 혼인적령에 해당하며,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 중혼이나 근친혼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형식적 요건은 혼인신고입니다.

혼인의 성립 요건에는 결혼식이나 양가 상견례 등의 절차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연 속 부부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혼인신고 및 혼인의 실질적 요건을 모두 갖춘 이상 혼인관계는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연의 어머니는 혼인취소가 가능한지 질문했는데요.

△혼인취소나 혼인무효는 민법이 정하고 있는 각 사유에 해당해야 주장이 가능합니다. 혼인무효사유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거나 가까운 관계의 근친혼 등의 경우로 매우 한정돼 있습니다.

혼인취소사유는 혼인무효 이외의 근친혼과 혼인적령에 반한 혼인, 부모나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는 혼인, 중혼인 경우,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는 혼인무효사유나 혼인취소사유 중 그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연의 경우에는 협의이혼으로 정리해야 할까요.

△아들 부부가 서로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협의이혼에 이르는 것이 가장 간명한 해결방법입니다. 하지만 서로 간 의사 합치가 쉽지 않다면, 재판상 이혼을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며느리 측에서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엔 어떨까요.

△사연을 보면 며느리에게 남자 문제가 있었고, 아들은 손찌검을 했다고 확인됩니다. 며느리의 남자 문제가 혼인 이후의 부정행위였는지, 아들의 폭행 정도와 며느리의 피해는 어떠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두 사람의 유책을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쌍방의 잘못의 정도가 대등하다고 가정한다면, 이미 아들이 며느리의 집에서 나와 별거하고 있으며, 혼인기간이 3개월로 비교적 단기간이며, 슬하에 자녀가 있지 않은데다, 아들의 이혼 의사가 확고하다는 조건까지 있습니다. 이에 감안해보면,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재판상 이혼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인 기간이 짧을 시 이혼할 때 주의점이 있을까요.

△혼인생활이 단기간에 파탄된 경우에는 혼인이 성립되지 않은 경우와 동일하게 보고 예물과 예단을 제공자에게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다만 이때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배우자는 자신이 제공한 예단과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혼인 생활을 위해 한쪽 배우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한 가재도구 등도 구입한 사람에게 반환돼야 합니다. 주택구입 명목 등으로 상대방에게 금원을 지급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액 반환돼야 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어느 경우가 ‘단기간 혼인파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는 명시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으나, 실무상 혼인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를 혼인의 불성립에 준하는 단기간 혼인파탄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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