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금연에 도움…전세계 '위고비' 신드롬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5% 체중 감소 효과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 20% 낮추고, '술·담배 생각도 안나'
국내는 내년 10월까지 임상시험 진행 예정
의학계, "약 끊으면 요요 심각, 위고비에 의존말라" 경고
美 다이어트 약 사재기에 정작 당뇨환자는 약 못 구하기도
하지만 의학 전문가는 약에 지나치게 의존해 요요가 올 수 있고, 부작용도 장기간 지속되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만약 위고비, 미국에서는 '없어서 못 팔아'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출시한 비만 치료제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5% 체중 감소 효과를 내는 약으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위고비가 비만치료제로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이 나자, 유명인들 사이에서 살 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입소문이 퍼졌다.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살을 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위고비라고 답해 영향력이 커졌고, 모델 킴 카다시안도 위고비를 처방받아 3주 만에 7.25kg를 감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미국에서 위고비의 한 달 처방 가격은 1349달러(약 177만원).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급증해 '없어서 못 파는'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노보 노디스크는 생산 공장을 확대하기 위해 16억 달러(약 1조984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고비는 2021년 미국을 시작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에 시판됐지만 국내 출시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를 승인했고 내년 10월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비만약이 '만병통치약'?…심혈관 발생률 낮추고 술·담배 욕구도 감소
임상시험 결과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 외에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고, 술·담배 욕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위고비가 '만병통치약'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위고비는 식욕억제와 포만감을 주어 체중감량에 도움을 주는 주사 약물이다. 약물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사 후 나오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인 GLP-1를 흉내 내는 'GLP-1 유사체'다.
GLP-1 호르몬은 뇌의 포만감 중추에 작용하는데, 식욕을 억제하고 심장을 보호하며 뼈를 튼튼하게 한다. 하지만 이 호르몬은 분비 후 1-2분 이내로 DPP-4 효소에 의해 거의 분해돼 없어져 버린다.
DPP-4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도록 작용 시간을 늘린 것이 바로 GLP-1 유사체인 위고비다.
노보 노디스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를 주사하면 포만감이 느껴지고 식사량은 줄어 체중이 16.9% 감소한다. 지난해 3월 서울대병원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13.2%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달 8일에는 위고비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노보 노디스크가 성인 1만 7600명을 대상으로 5년 간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위험이 20% 감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 의료 기관 '얼티밋 헬스 인스티튜트'는 위고비를 투약한 환자 일부가 알코올과 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에 욕구를 덜 느낀다고 발표했다.
의학 전문가 "약 끊으면 요요 온다" "의존하면 안 돼" 부작용 경고
하지만 의학 전문가는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진복 나우리가정의학과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위고비 투약을 중단할 경우 요요 현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위고비를 68주 이상 투약한 뒤 사용을 중단한 사람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1년 뒤 평균적으로 감량한 체중의 2/3가 돌아왔다.
이 원장은 "위고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된다"며 "다이어트는 식습관, 운동 등 개인적인 생활을 조절해야 하는데, 약에만 의존하면 근육만 빠지고 내장지방은 그대로 남아있어 오히려 건강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효가 일주일간 지속되는 만큼 부작용도 오래 갈 수 있다. 이 원장은 "효과가 하루면 부작용도 하루라고 보면 되는데, 위고비의 경우 부작용이 발현되면 일주일 내내 고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고비의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로 정작 필요한 당뇨 환자가 약물을 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위고비는 현재 비만 약으로 유명하지만, 당초 당뇨약으로 개발돼 FDA 허가를 받아 사용하던 약물이었다. 이후 비만 치료제로서 효과가 확인되자 2021년 비만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 것이다.
이 원장은 "다이어트약 수요가 너무 많아져 위고비가 동 나자 같은 성분의 당뇨 약인 오젬픽까지 바닥나버리고 있다"며 "정작 당뇨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NBC 뉴스는 "체중감량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위고비'나 '오젬픽'을 오프라벨 처방받았다"며 "하지만 이는 만성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약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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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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