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드럼→유드럼→좌드럼→우드럼→2드럼…유틸리티 극찬했는데, 정착 못하는 떠돌이였나

조형래 2023. 9. 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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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OSEN=창원, 이석우 기자] 8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 대행이 4회초 무사 만루 구드럼이 짧은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득점 없이 물러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3.09.08 / foto0307@osen.co.kr

[OSEN=창원, 조형래 기자] “구드럼은 키 1m92cm, 체중 99kg 우투 양타의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7월 11일, 새 외국인 선수 니코 구드럼을 영입할 때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중의 일부다. 구드럼에게 기대하는 바가 명확했다. 공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 취약 포지션을 채워주고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으로 기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를 바랐다. 

구드럼은 2020년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올랐을 정도로 수비만큼은 인정을 받던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유격수 뿐만 아니라 2루수, 3루수, 1루수에 좌익수와 우익수를 모두 소화했다. 공격에서 의문부호가 달릴지 언정 수비만큼은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롯데 뿐만 아니라 KBO리그 모든 구단들이 대체 선수 1순위로 눈여겨 보고 있던 선수였다. 실패 확률이 적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선수가 바로 구드럼이었다. 

구드럼은 올해 트리플A에서 1루수 30경기(243이닝) 2루수 22경기(185⅓이닝) 3루수 12경기(100이닝)을 뛰었다. 외야수 출장 경기는 1경기 뿐이다. 커리어 전체로는 유격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뛰었다. 메이저리그 147경기(1200⅔이닝), 마이너리그 294경기(2487이닝). 유격수 다음 경험이 많은 포지션이 3루수다. 메이저리그에서 3루수로 11경기(84이닝), 마이너리그에서는 228경기(1934이닝)을 뛰었다. 유격수-3루수 뒤를 잇는 포지션이 2루수로 메이저리그에서 124경기(931⅓이닝), 마이너리그에서 91경기(752⅔이닝)을 소화했다. 외야수로도 메이저리그에서 67경기 493⅓이닝, 마이너리그에서도 93경기 732이닝을 뛰었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모두 고르게 출장했다. 

[OSEN=창원, 이석우 기자] 8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구드럼이 1회말 1사 1루 NC 다이노스 박건우의 타구 낙구 지점을 못찾아 놓치고 메모지를 보고 있다. 2023.09.08 / foto0307@osen.co.kr
[OSEN=울산, 이석우 기자] 6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구드럼이 2회초 무사 1,2루 오재일의 타구를 놓치고 있다. 2023.09.06 / foto0307@osen.co.kr

다방면에서 재능이 있고 운동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롯데의 선택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타석에서 의문부호는 한 달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리구 수비에서도 경기를 뛰면 뛸수록 어설픈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왼쪽 햄스트링 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 지점을 감안해도 구드럼은 나서는 모든 수비 포지션에서 어설프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구드럼의 실수는 꼭 롯데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다주곤 한다. 

KBO리그에서는 올해 3루수(238이닝)에서 7개, 유격수(43이닝)에서 3개를 범했다. 좌익수(6이닝) 우익수(5이닝)에서서는 실책이 없다. 그리고 9일 창원 NC 더블헤더 2차전에서 구드럼은 다시 한 번 대형 사고를 쳤다. 더블헤더 1차전 결장한 구드럼은 2차전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4-3으로 꾸역꾸역 리드를 지켜나가던 6회, 사건이 터졌다. 

오영수에게 2루타와 김주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4번째 투수로 투입된 신정락은 대타 박건우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최정원의 빗맞은 타구가 구드럼 앞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홈에서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는 것도, 병살을 노리는 것도 힘든 상황. 1점은 실점하되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구드럼은 한참 늦은 타이밍에 홈 송구를 하면서 주자들을 모두 살려줬다. 4-4 동점이 됐고 주자들이 모두 살았다. 기록은 야수선택이지만 구드럼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결국 이 플레이 하나가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1사 1,2루 상황이 이어졌고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가 됐고 서호철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4-6으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롯데는 7회초 무사 만루 추격 기회를 얻었지만 1점만 뽑는데 그쳤고 5-6으로 패했다. 승리 기회를 놓쳤고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구드럼이 헌납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구드럼 163 2023.08.04 / foto0307@osen.co.kr
[OSEN=부산, 이석우 기자]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구드럼이 9회초 1사 만루 KT 위즈 배정대의 3루 땅볼때 송구 실책을 하자 이학주와 김원중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3.08.26 / foto0307@osen.co.kr

이 상황 외에도 구드럼은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손아섭의 2루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협살에 걸린 1루 주자 김형준을 무리하게 태그하려다 병살타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주자를 1루 쪽으로 몰아넣은 뒤 1루에 송구하고 다시 협살로 몰아도 됐지만 판단이 되지 않았다. 이미 플레이에서 자신감을 잃은 모습. 결국 이어진 2사 1루에서 박민우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며 2사 1,3루 위기를 자초했다. 타구가 가면 몸이 굳는 모습이었다. 기민한 대처가 전혀 되지 않았다. 추가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더 큰 참사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미 이종운 감독대행은 구드럼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햄스트링 통증에 자신감 결여, 밸런스 붕괴 등의 진단을 내렸지만 당장 구드럼을 전력에서 배제할 수도 없다. 내야에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8일 경기에서는 우익수로도 출장하기도 했다. 타구를 쫓아가는 모습은 나쁘지 않았지만 순간적인 판단력, 후속 동작에서 문제를 보였다. 외야도 녹록치 않다는 상황을 보여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낯만 더 드러나고 있다. 구드럼을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하는 롯데지만 어디에서든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외국인 선수의 존재 이유가 없다. 롯데는 가을야구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구드럼 딜레마를 안은 채 잔여경기를 치러야 한다.

[OSEN=창원, 이석우 기자] 9일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구드럼이 8회말 NC 다이노스 손아섭의 2루 땅볼을 잡아 1루주자 김형준을 태그 아웃시키고 있다. 2023.09.09 / foto0307@osen.co.kr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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