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홈플러스 해운대점, 내달 22일 폐점… 자산유동화 효과는

김은영 기자 2023. 9. 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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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매각해 인수 금융 갚았으나
1분기 부채비율 1105%, 차입금 의존도 59% 기록
한기평, 신용등급 하향... “중단기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 크지 않아”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이 다음 달 22일 자로 운영을 종료한다.

이 점포는 2000년 8월 프랑스 유통체인 까르푸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지어졌고, 이후 주인이 이랜드(2006년)→삼성테스코(2008년)→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2015년)로 바뀌면서 ‘까르푸→홈에버→홈플러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번 폐점은 홈플러스가 2020년부터 시행한 자산유동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해운대점을 부동산 개발업체인 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에 4000억원에 매각했다. 시행사인 해운대마린원피에프브이(PFV)는 이곳을 지하 8층~지상 54층 규모 1개 동을 포함해 고층 빌딩 2개 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앞서 지난 5월에도 부산 연산점을 폐점한 바 있다. 10일 홈플러스 관계자는 “자산유동화로 폐점하는 점포의 경우 직원들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원할 경우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도 이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개발이 완료되면 재입점해 새로운 콘셉트의 미래형 마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할인점 업계에서 점포 수 기준 이마트에 이은 2위 사업자다.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는 이마트 157개, 홈플러스 133개였다.

이 회사는 MBK파트너스로 인수된 후 2020년 경기 안산점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부산 가야점, 대전 동대전점, 부산 연산점, 부산 해운대점, 대구 내당점 등 20여 개 점포를 매각했다. 인수 당시 빌린 4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 금융을 갚기 위해서다.

노력은 통했다.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3년 2월)에 860%였던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에 664%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63%에서 56%로 줄었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지속되지 않았다.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데다 자산규모 축소 등으로 재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2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의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944%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2023년 3월~5월)엔 110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57%, 59%로 상승했다.

적자도 계속됐다. 2022회계연도(2022년 3월 1일~2023년 2월 28일) 매출은 6조60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9억원(약 1.9%) 증가했다. 12년 만에 역성장 고리를 끊었으나, 영업손실은 2602억원으로 전년(1266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올 1분기 매출은 1조8364억원으로 같은 기간 4.7% 늘었고, 영업손실은 32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적자 폭은 전년 대비 237억원가량 줄었다.

그래픽=손민균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1일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낮췄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2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변경한 바 있다.

한기평은 부진한 영업 실적이 지속된 데다, 재무 부담이 과중해 중·단기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매출 성장을 통한 고정비 부담 완화와 판매 마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주요 오프라인 점포를 식품 전문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해 실적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한기평은 소비 트렌드 변화 대비 이에 대응하는 투자 집행이 뒤늦게 이뤄지고 있다며, 소매유통업계 내 높은 경쟁 강도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큰 폭의 매출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한승 한기평 연구원은 “점포 매각 등을 통해 내부 자금 소요와 차입금 상환 부담에 대응할 예정이나, 점포 리뉴얼에 대한 투자 부담, 저조한 수익성 등이 지속되면서 중·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크지 않다”라며 “부동산 침체 등으로 점포 매각 지연과 매각대금 축소 가능성 등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기평 등급이 낮아졌지만, 작년과 같은 등급이므로 재무적인 영향은 없다”라며 “차입금 규모가 전년 대비 1381억원 줄었고, 작년 매출 반등 이후 올해도 매출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푸드마켓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난 만큼, 적극적인 매장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한 20개 매장의 평균 매출은 이전과 비교해 25%가량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익 측면에서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며 “서울·경기권에 메가푸드마켓 전환 예정지를 두고 재단장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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