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를 '희대의 대선 공작'으로 집어삼킨 일주일

정철운 기자 2023. 9. 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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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 시작으로 여당-대통령실-방통위-문체부-법무부-서울시 총공세
검찰 특활비 검증하던 탐사저널리즘센터, "사형 처해야 할 국가 반역죄" 몰렸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화천대유 대주주)이지난 7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사이 금전거래는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정보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언론 윤리에 어긋나는 중대한 문제다. 뉴스타파가 김만배 발언을 일부 중략·편집하며, 윤석열 검사의 '수사 무마' 가능성을 부각 시킨 대목도 비판받을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뉴스타파를 향한 정부·여당의 '총공세'는 이 사건의 파장을 최대화해 비판 언론 입막음에 나서겠다는 반헌법적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다.

금요일이던 지난 1일. JTBC는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대선 당시 허위 인터뷰의 대가로 신학림 전 위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오늘 오전부터 신 전 위원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일 <언론노조 민낯 보여준 허위 인터뷰와 책 3권 값 1억 6천> 사설에서 “신씨와 뉴스타파 행태는 도저히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가 없을 정도”라며 “이 정도면 어떤 세력의 전위대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월요일이던 지난 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에서 이른바 '윤석열 검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허위 인터뷰' 의혹을 가리켜 “가짜뉴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대범죄 국기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국회 과방위원장은 뉴스타파를 겨냥해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오전. 대통령실은 매우 이례적인 고위관계자 성명을 내고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는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규정지었다. 비슷한 시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던 방송보도에 대한 긴급 심의를 예고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6일. 정부 부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하겠다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방송 통신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심의와 이행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고의, 중대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방송 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 법제' 등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퇴치 TF'를 가동하겠다면서 “뉴스타파 보도 내용·과정에 신문법상 위반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뉴스타파 등록 지자체인 서울시와 협조하겠다”고 예고했다.

7일. 서울시는 뉴스타파의 신문법상 위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거쳐 6개월 이내 발행 정지명령을 내리거나, 법원에 신문 등록취소심판 청구를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문체부는 “뉴스타파가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참여하는 언론사만 언론진흥기금 공모사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돌연 “KBS MBC JTBC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 실태를 점검해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대선 당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던 방송사다.

같은 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만배·신학림을 비롯해 뉴스타파 기자 1명, JTBC 전 기자 1명(현 뉴스타파 기자), MBC 기자 4명 등을 실명까지 공개하며 고발했다.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사 10여명 규모로 특수수사 부서인 반부패3부, 명예훼손 전담인 형사1부, 선거 전담 공공수사부가 포함됐다. KBS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수사팀을 꾸린 건데, 이미 수사선상에 오른 뉴스타파나 JTBC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하겠단 취지”라고 보도했다. 이윽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뉴스타파 보도를 가리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며 막말했다.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수감 중이던 김만배씨는 구속 기한이 만료되며 7일 새벽 0시 직후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그는 '인터뷰로 대선 국면을 바꾸려는 의도는 없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1억6000만원의 경우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책을 샀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신학림 전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출석해 14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받고 8일 새벽 귀가했다.

8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이 엄청난 조작 사건이 고작 김 씨와 신 씨 둘만의 작당 모의로 이뤄졌으리라 생각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진실은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선 공작의 뒷배'로 민주당을 가리켰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가짜뉴스 숙주 뉴스타파가 기부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법인세법을 위반한 것이 발각됐다”며 “법인 취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뉴스타파 등 극단적인 좌편향 언론사들을 네이버 콘텐츠 제휴해 준 것에 대해 불법·편법 소지가 보인다”며 네이버 등 관계 기관 조사를 요구한 뒤 뉴스타파를 향해선 “스스로 폐업 신고하라”고 했다.

같은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극단적 편향 언론이 투표 며칠 전 조직적으로 허위 뉴스를 퍼뜨렸다면, 그것이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한 의도였다면, 당연히 중대범죄”라고 했다. 검찰에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뉴스타파는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유사언론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곳은 특정 진영의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지에 가깝다고 보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용어가 마땅치 않아 언론이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유사 언론은 정비를 좀 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타파 로고.

대장동·도이치모터스 심층 보도부터 최근에는 검찰 특활비 대해부 기획 보도에 나섰던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이렇듯 특정 세력 전위대→국기문란 행위→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사형에 처할 국가 반역죄→가짜뉴스 숙주→유사 언론으로 불리기까지, 이 모든 일이 단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는 “인터뷰를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저널리즘 책무 위배는 깊은 성찰과 평가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독재 정권 언론통제 망령을 부활시키고, 언론탄압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음모는 반드시 국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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