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뒤덮은 침체 먹구름…‘글로벌 50%’ G2 부진에 럭셔리株 최대 44% ‘뚝’ [투자360]
리치몬트 -20.69%·케링 -20.03%
美中 글로벌 럭셔리 시장 49% 차지
美 끈적한 인플레·中 리오프닝 효과 미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투자자)’의 대표적인 수익 종목으로 꼽혔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주가가 최근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이어지던 ‘보복소비’에 더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까지 높아지며 주가가 고점을 찍었지만,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경기 하강 우려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해당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의 큰 손실이 본격화한 가운데, 명품주를 담은 ‘럭셔리 펀드’ 수익률 역시 우하향 곡선에 본격 올라탄 모양새다.
1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명품주 가운데 연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이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는 -44.24%(280.80→156.58달러)를 기록한 에스티로더다. IWC·까르띠에·바쉐론 콘스탄틴 등 유명 명품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20.69%, 155.65→123.45스위스프랑), 구찌·보테가 베네타·생 로랑·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지닌 케링(-20.03%, 600→479.80유로) 등의 주가도 연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이 밖에 버버리(-19.94%), 페르노리카(-18.86%), 프라다(-18.71%), 크리스찬디올(-15.94%), 디아지오(-15.90%),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15.84%), 폴로랄프로렌(-11%)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개별 종목의 약세로 인해 이들 종목을 담아 구성한 각종 펀드들의 수익률 역시 약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한 달간 주요 럭셔리 펀드의 수익률은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6.54%,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A’ -4.07%,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증권자투자신탁H’ -2.47%, ‘ACE 글로벌브랜드TOP10블룸버그’ -1.10% 등이었다.
럭셔리 브랜드 주가가 하락한 주된 요인은 G2 시장의 부진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9%(미국 32%, 중국 17%)를 G2가 차지했다.
세계 최대 명품 소비 시장인 미국에선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탓에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침체 우려까지 처지면서 소비자들 역시 고가품 구매보단 음식료, 필수소비재 소비가 우선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명품주의 올해 2분기 미국 내 매출도 줄줄이 뒷걸음질 쳤다. 전년 대비 1% 감소한 LVMH는 물론 리치몬트, 프라다, 버버리의 매출도 각각 전년 대비 -2%, -6%, -8%를 기록했다. 케링의 북미지역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3%나 줄었다.
미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한 8월 미 소비자 신뢰지수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114)과 달리 106.1로 급락한 것도 급격한 소비 위축 현상의 전주곡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예상치였던 116에 크게 미치지 못한 값이란 점이 충격을 더 키웠다.
단일 국가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명품 시장인 중국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도 럭셔리주엔 뼈아픈 지점이다. 예상보다 미미한 리오프닝 효과로 ‘큰손’이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여지없이 깨진 데다, 부동산발(發) 금융 위기 리스크 등이 불거지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란 점도 악재다.
로이터와 인터뷰에 나선 그레임 피케슬리 유니레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상황 속에 중국 소비자들은 부동산은 물론 각종 재화에 대한 소비에 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중국의 소비 강도는 역사적 저점에 있다고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
글로벌 명품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세한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명품 기업의 주가가 본격적인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가 최근 해외 단체관광을 광범위하게 허용한 것이 글로벌 명품 시장엔 단비와 같은 소식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가장 구매력 높은 소비자는 중국인으로 전체 시장의 38~40% 차지했다”며 “자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명품 구매력이 더 높았단 점을 고려하면 중국인 해외여행 증가는 럭셔리주엔 분명한 호재”라고 말했다.
럭셔리주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구매 연령대와 채널의 변화상을 살펴볼 때 미래 성장 가치가 높다는 점 때문이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체 명품 시장 구매액의 8%에 불과했던 ‘Z세대’ 비율은 작년 18%까지 상승했다. 2030년엔 25~30%에 달한 것이라는 게 베인앤드컴퍼니의 예측이다. 특히, 2030년엔 Z세대보다 어린 ‘알파세대’도 5% 미만이지만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여기에 럭셔리 소비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확연히 낮출 수 있는 온라인 판매 비율 역시 2019년 12%에서 작년 21%로 2배 가까이 늘었고, 2030년엔 32~34%까지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주목할 지점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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