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롤라, 제2 팬데믹? …"무서운 변이 아냐, 새 백신도 효과"
화이자·모더나 "개량 백신 BA.2.86에 효과"…FDA, 내주 승인 전망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피롤라'라는 별칭을 가진 코로나19 신종 하위변이 BA.2.86의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가운데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변이가 예상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세계적인 백신업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하고 있는 개량 백신들이 이 변이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2의 팬데믹' 공포심은 지나친 기우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변이인 BA.2.86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확진자는 해외여행력이 없어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A.2.86이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는 얘기다.
BA.2.86은 오미크론 변이 'BA.2'의 하위 변이로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 수가 BA.2보다 36개 더 많다. 단백질 돌연변이 수가 많다는 건 인체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쉽게 뚫을 수 있어 백신이나 감염으로 확보한 면역 효과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2의 팬데믹'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첫 국내 확진자가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이동량이 늘어나는 추석 연휴를 거치면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방역당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전문가들은 BA.2.86가 생각만큼 무서운 변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맞거나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이 BA.2.86에 대한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최근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 66명의 혈액으로 연구를 한 결과, 몸 속 항체가 BA.2.86을 외부 바이러스로 잘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최근 유행 중인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XBB 계열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은 BA.2.86에 대한 면역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우리 질병청도 BA.2.86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수가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다른 XBB 계열보다 전파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면서 "BA.2.86 변이는 WHO도 '앞으로 모니터링을 해보겠다'는 차원의 모니터링 변이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BA.2.86에 효과가 있다는 백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업데이트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백신은 XBB.1.5 오미크론 하위 변이를 목표로 설계된 백신이지만, 최근 모더나와 화이자는 업데이트한 백신이 BA.2.86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더나에 따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BA.2.86에 대한 중화항체가 자연 항체 반응에 비해 8.7배 증가했다. 화이자도 새롭게 내놓는 백신이 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서 BA.2.86에 대한 강력한 항체 반응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이 개량된 백신은 승인이 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곧바로 백신 접종 일정이 발표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화이자 백신을 승인해 이미 새 백신을 납품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절기 유행에 대비해 이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금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XBB 변이 기반 백신을 들여올 예정"이라며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 10월부터 백신을 접종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BA.2.86 확진자가 나온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가면서 각 백신사에서 내놓는 연구들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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