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트럼프 머그샷’ 폭정에 맞서는 투사로 둔갑시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3. 9.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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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상징 이미지 영국 처칠 벤치마킹한 듯
변덕쟁이→강력한 리더로…터닝포인트
트럼프의 기묘한 이미지 브랜딩 전략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미국 조지아 주 풀턴카운티 구치소 보안관 사무실이 8월 24일(현지 시간)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사진=트럼프 SNS 갈무리



역대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머그샷(mugshot :범죄인 식별 사진)’까지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역발상 이미지 브랜딩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성 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됐을 당시 ‘가짜 머그샷’으로 티셔츠 등을 만들어 판매한 바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기에 실제 머그샷을 어떤 이미지로 찍을지 대중의 관심이 쏠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캠프도 머그샷과 관련해 사전 논의하고 치밀한 이미지 브랜딩 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는데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함께 머그샷을 활용한 기념품으로 이틀 만에 100억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역시 사업가 출신답게 이미지 브랜딩 전략 또한 기발하게 활용했다.

 

 머그샷마저 ‘미국 저항의 상징’으로 둔갑시켜

과거 미국 정치인들은 자신의 무죄나 기소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던 예가 있다. 톰 드레이 전 하원 원내총무는 2005년 돈세탁 혐의로 기소됐을 때 활짝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고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2011년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때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으로 부릅뜬 눈빛으로 폭정에 맞선 미국 저항의 상징 이미지를 선택했고 역시 이번에도 ‘굴욕 사진’인 머그샷조차 ‘인생 사진’처럼 탈바꿈시켜 지지층을 오히려 결집하는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기묘함까지 보였다고 분석된다.

머그샷을 바이든 정부의 선거 개입과 정치 탄압의 결과로 포장하면서 2024년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 자금 기부를 독려하고 티셔츠 등 상품 판매에 나선 것은 진실 여부를 떠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서프 카쉬가 찍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사진. 사진=유서프 카쉬


 

 시가 뺏겨 분노했던 처칠의 인생 사진 스토리

메시지를 전하는 정치인의 사진 한 장이 대중에게 끼치는 힘은 매우 세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인물의 표정·시선·옷차림 등 시각적인 이미지는 그 인물의 가치관과 철학 등을 함축해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 사진 중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진은 바로 1941년 12월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인물 사진의 대가 유서프 카시(Yousuf Karsh)가 찍은 분노한 표정의 사진이라고 한다. 사실 처칠 전 총리는 당시 시가를 입에 물고 여유 있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이미지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잔인한 파시스트에 대항해 전쟁을 수행하는 강인한 지도자의 모습을 원했던 카시 사진 작가는 처칠 전 총리가 물고 있던 시가를 빼앗았고 무례한 행동에 분노한 처칠 전 총리의 순간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강인한 리더’라는 처칠 전 총리의 대표적 이미지를 브랜딩하는 데 이 사진의 기여도는 매우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처칠 전 총리의 사진들을 마치 현상범같이 만들어 정치 선동에 활용했다. 왜냐하면 당시 처칠 전 총리의 사진들을 보면 기관단총을 들고 있거나 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피우는 무표정한 사진들이 많았고 이런 이미지의 사진들은 그 당시 금주법 시대의 전형적인 미국 마피아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영국에서는 오히려 무자비한 독일군을 물리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의 이미지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져 오히려 괴벨스 전 장관의 전략은 역효과를 냈다.

 

 눈 부릅뜬 트럼프…전직 대통령 최초 머그샷

미국 조지아 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출두해 체포 절차를 밟고 머그샷을 찍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다가 조직범죄법 위반과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풀턴카운티 측이 ‘P01135809’라는 수감자 식별 번호와 함께 공개한 머그샷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가 난 듯 턱을 안쪽으로 당기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치켜뜬 표정이었다.

푸른 슈트와 흰색 셔츠에 대비되는 붉은 넥타이를 매고 굳게 다문 입가에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는 분노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정면이 아닌 왼쪽으로 살짝 돌리고 턱을 가슴 쪽으로 당겨 시선이 위로 치켜뜨게 되는 자세를 취하고 부릅뜬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처칠 전 총리의 분노한 사진이 오버랩돼 보이는 것으로 보아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한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본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저항하는 강한 리더의 이미지 연출을 위해서라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인생 샷일 수도

이 사진 하나가 역사적으로 모나리자 못지않게 유명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언론도 나오고 있다. 화제성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매개체 역할은 확실하게 했다고 본다.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사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갖고 사자 굴로 걸어갔다”면서 “가능하다면 백악관에서 부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해 기여해 달라”면서 기부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도 머그샷을 올리고 트럼프 캠프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 홍보에 적극적인 것을 보면 상술 전략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추잡한 사건 사고로 추락 위기에 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머그샷 덕분에 정의에 맞서 싸우는 분노에 찬 투사의 이미지로 둔갑할 가능성도 낮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머그샷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기를 백악관으로 인도하는 기회로 만들어준 ‘인생 샷’일지도 모른다.

미국 내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50%를 기록한 가운데 촬영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사진에 나타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기에 미국적 가치의 파괴에 대한 분노로 승화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분노에 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은 변덕이 심하고 희화화돼 왔던 기존의 가볍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로 변신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3월 열릴 예정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 재판을 비롯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 브랜딩 전략이 또 어떤 터닝포인트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진정한 이미지 브랜딩은 자신을 포장해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온전하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꾸준한 자기 관리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겉만 요란하게 치장한 눈속임은 결국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거짓을 가려 내는 국민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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