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출근길] ③'일하는 장애인'…특별한 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完)

이상서 2023.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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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담금 올린 독일처럼…장애인 고용책임 지금보다 무겁게 지워야"
"무조건 도움을 받는 존재 아닌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봐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이다빈 인턴기자 = "코코넛 커피 스무디 한 잔 나왔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센터 1층에 마련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종로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이세민(30) 씨가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메뉴를 내밀었다.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의 꿈을 펼치도록 돕는 일터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 가운데 음료 제조를 비롯해 카페 운영·관리까지 책임지는 부점장이 된 사례는 발달장애인인 이씨가 처음이다.

2015년부터 일하기 시작해 2020년 부점장으로 승진한 그는 "승진하고 나서 책임감이 생겼다"며 "처음엔 손님 응대가 어려웠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을 받아 저축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등 일하면 좋은 점이 많다"며 "일하고 싶어 하는 다른 발달장애인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점장입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종로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이세민 씨의 모습. [촬영 이상서]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자리 잡은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게 구직은 어려운 일이다.

당시 시행된 장애인 고용부담금 부과 제도를 손질하고, 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애인 고용을 외면해서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올해 상반기에만 기업·기관 8천618곳에서 7천794억6천만원을 냈다.

윤정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고용촉진·직업 재활법 개정 토론회'를 통해 "현재 고용부담금 액수가 최저임금액의 60%로 설정된 것이 이제 큰 의미가 없다"라며 "고용부담금도 상승했을 때 장애인 근로자 수도 늘었다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분석이 있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고용부담금을 현재보다 올리더라도 과도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하는 장애인 늘리기 위한 방안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고용촉진·직업 재활법 개정 토론회' 모습. [촬영 이다빈]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도 "지난 5월 독일은 20인 이상 사업장에 부과된 고용부담금 액수를 기존 360유로(약 51만4천원)에서 곱절로 올렸다"며 "내년부터는 (발달장애인과 같은) 중증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기업에 월 720유로(102만9천원)의 부담금을 납부할 의무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고용부담금을 최저임금액의 80% 수준으로 올리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해 부과하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에게 직업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요건"이라며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되도록 법안 통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용부담금 납부 대상 기업 중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달성할 의지가 강하다고 답한 곳은 3.1%에 불과했다.

반면 고용 의무 달성 의지가 없는 편이라고 답한 곳은 31.9%에 이르렀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혁진 한국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애인의 등하굣길처럼 출퇴근길도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미 부천혜림직업재활시설 사무국장도 "일하고 세금을 내는 평범한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장애인을 바라봐야 한다"며 "지금은 이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채용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업에서 채용을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 이세민 씨가 입사했을 때부터 함께 일하고 있는 김미애 대표는 "처음에야 의사소통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 많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일할수록 비장애인도 이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제과·제빵이나 단순 제조업 등에 한정돼 이들의 취업 분야가 맞춰졌지만, 앞으로 다양한 직업 교육을 통해 사회 진출의 폭을 넓히는 게 관건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김미애 대표(왼쪽)와 이세민 부지점장. [촬영 이상서]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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