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신경쓰이네'…하방지지력 강해진 채권시장[주간채권전망]

최정희 2023.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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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도 8월 3.4% 나왔는데 美 8월 물가 주목
국제유가 또 90달러 넘어…설마 100달러 가려나
킹받는 킹달러인데 美 9월 FOMC 금리 점도표 상향 우려까지
17일 세수 재추계도 관심…'빚 안내고 50조 어떻게 조달하나'
사우디 석유 시추 시설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물가’가 또 다시 국채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제유가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이 트리거가 되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일각에선 100달러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하나 설마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8월 물가지표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주 국내 국채 금리는 펀더멘털상 저가 매수가 충분히 유입되며 하락할 만하지만 유가 등 물가 향방, 연준의 긴축 강도, 달러 강세, 9월 위기설 등 각종 변수를 고려, 하방지지력이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미 물가지표 향방, 국제유가 등에 휘둘려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면 따라 올라 연고점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9월 4~8일까지 국고채 금리 흐름(출처: 금융투자협회)


◇ 연 고점 돌파할 힘은 아직이나 저가 매수도 어렵다


지난 주 국채 금리는 4거래일 내내 오르다 마지막 거래일인 8일 하루 하락하며 숨고르기로 끝을 맺었다. 7일엔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각각 3.847%, 3.969%로 연 고점(3.878%, 3.986%)을 위협했다. 각각 지난 주 들어 무려 15.8bp(1bp=0.01%포인트), 19.1bp나 급등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10거래일 만에 하락했다는 소식을 호재도 국채 금리는 5거래일 만에 떨어졌다. 펀더멘털로만 보면 연 고점을 뚫고 위로 갈 힘은 약해보인다. 그러나 저가 매수로 금리 하락세를 주도할 분위기도 아니다.

문제는 유가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일(현지시간) 또 다시 배럴당 87.51달러로 0.74% 올랐고 브렌트유도 90.65달러로 다시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이 불안한 이유는 연준의 긴축 종료를 더욱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가뜩이나 기저효과가 가져다 준 물가 안정세가 소진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 8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4%로 전월(2.3%)보다 무려 1.1%포인트나 급등했다. 전월비로도 1%나 상승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와 내년 물가 경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한다. 추석 연휴까지 있는 9월엔 8월보다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전월비가 계속해서 0.2% 오른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로 찍힌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상반기 물가는 2.5%다.

국내 8월 물가를 본 투자자들은 미국의 8월 물가 지표에도 겁을 먹고 있다. 미국은 13일 8월 물가지표를 발표한다. 7월엔 3.2% 올랐지만 이달엔 3.6%로 더 오른다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 휘발유 선물가격은 8월까지 전년말 대비 무려 12%나 올랐다. WTI가 4% 상승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정유공장 가동 중단, 재고 부족 등의 영향이다. 최근 유가 상승은 휘발유 가격 상승에 불을 붙이며 미 물가에 근심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준의 긴축 우려는 가중될 전망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은 92%에 달하지만 금리 점도표가 상향 조정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47% 가량인 이유다.

14일 열리는 9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도 관심이다. 금리가 4.25%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9월 금리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의 최약체가 된 ‘독일’ 등 유럽 경기 둔화를 고려하면 ECB 회의는 유로화 약세를 자극해 킹달러를 더 자극, 채권시장엔 악재로 작용할 소지도 크다. 달러인덱스는 이미 105선까지 올라왔다.

저가 매수 망설이게 하는 ‘9월 위기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국채 저가 매수를 망설이게 하는 변수 중 하나가 9월 위기설이다. 9월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브릿지론이 집중돼 있어 채무불이행 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들어 크레딧에 대한 우려가 슬슬 나오고 있다”며 “부동산 PF,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 상환 유예 종료, 저축은행 신용 리스크 등으로 매수 심리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위기설이 반드시 현실화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에선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해 올해 세수부족분을 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단기자금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평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대출액을 상환하고 공자기금이 상환액 등 여유분을 일반회계에 돌리기 위해선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로 투자했던 상품을 매도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MMF가 주로 투자하는 양도성 예금증서(CD)나 단기채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 세수 부족분 50조원을 어떻게 메울지 발표해야 풀리는 숙제다. 정부는 17일께 세수재추계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말한 대로 국채 발행은 없을지, 기금에서 돌려막기를 하더라도 채권시장의 영향은 제한적일지 관심이다.

출처: NH투자증권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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