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난동자? 올가미형 포승줄 재빨리…비상탈출때 손 앞으로 나란히 [승무원 안전체험]

안서진 매경닷컴 기자(seojin@mk.co.kr) 2023. 9. 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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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기자가 7일 안양 연성대학교 에어프레미아 훈련센터에서 심폐소생술(CP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에어프레미아]
“다리 꼬고 앉지 않습니다. 수업 중에 졸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회사의 얼굴입니다.”

인자한 미소와 칭찬으로 천사처럼 훈련생들을 대하던 교관님이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하는 데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관의 따끔한 지적이 나오자 훈련생들의 분위기는 더욱 진지해졌다.

지난 7일 안양 연성대학교 에어프레미아 훈련센터에서 만난 신입 훈련생들은 매순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훈련할 때 만큼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베어 있다. 웃음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훈련생들과 함께 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4시간 가량 승무원 안전교육에 참가했다.

CPR 핵심은 자세…“빠르고 깊게해야”
성인 CPR은 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을 2회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사진출처=에어프레미아]
첫번째로 받은 훈련은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이다.

박주희 에어프레미아 객실훈련팀 교관이 강조한 성인 CPR의 핵심은 자세다. 손등과 손바닥이 맞닿게 깍지를 끼고 팔꿈치과 몸과 수직이 되는 자세로 환자의 흉부를 압박해야 한다. 되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데 분당 100~120회의 속도와 약 5cm 이상의 깊이로 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을 2회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압박 위치는 쇄골 가운데 지점에서 명치까지의 부분을 2분의 1로 나눈 다음 그 지점에서 다시 2분의 1 지점이다.

이론 수업이 끝난 뒤 CPR 실습용 마네킹을 받자마자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압박 위치를 찾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잘못된 명치 부분을 누르고 있자 한 교관이 다가와 자세를 올바르게 고쳐주셨다.

교관의 도움으로 호기롭게 CPR을 시작했지만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헉헉” 대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1분이 지나자 호흡이 가팔라졌으며 2분이 지나자 얼굴마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건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손을 보니 압박을 가했던 오른 손등 역시 빨개져 있었다.

하지만 멈춰 있던 것도 잠시.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쉬는 동안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부랴부랴 CPR을 시작했다. 압박을 할 때 나는 ‘딸깍’ 소리가 들리면 들릴수록 실제 비상 상황에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만 같았다.

영아 대상 CPR은 4~5cm 정도 깊게 눌렀던 성인과 달리 2.5~4cm 정도로 가슴을 눌러야 한다. [사진출처=에어프레미아]
이어 영아·유아·소아 대상 CPR 방법도 배웠다. 성인과 가장 큰 차이는 압박 강도다. 4~5cm 정도 깊게 눌렀던 성인과 달리 영아는 2.5~4cm 정도로 가슴을 눌러야 한다. 사용하는 손도 검지와 가운뎃손가락 두개만 이용한다.

박민선 훈련생(23)은 “가슴압박을 실제로 해보니 5cm의 깊이로 30회간 압박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늘의 실습훈련으로 실제로 해당 상황에 마주한다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승객을 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재·비상탈출 시…슬라이드로 90초 안에 승객 대피
비상탈출 슬라이드 시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사진출처=에어프레미아]
두번째 훈련은 비상탈출 슬라이드(Double Lane Escape Slide)다. 비상탈출 슬라이드는 항공기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상 착륙했을 때 출입문을 열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미끄럼틀이다.

미끄럼틀과의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팔은 앞으로 쭉 벋고 발끝은 직각으로 든 채 내려와야 한다. 하강시 슬라이드에 손을 내리게 될 경우 찰과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높이는 4.5m. 고층빌딩 기준 약 1~2층 정도 되는 높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높게 느껴졌다. 비상탈출 슬라이드 시설이 마련된 공간은 실제 에어프레미아가 운용 중인 보잉 B787-9 드림라이너가 지상에 그라운드 됐을 때의 높이를 그대로 구현했다.

내려갈 준비를 모두 마치자 초반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피부가 슬라이드에 닿으면 급격한 마찰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착지 시 발을 잘못 내딛을 경우 접지르거나 인대가 늘어날 수 있다’ 등 교관의 주의 사항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비상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데는 2~3초쯤 걸린다. 속도가 빨라 도착지점에서 몸을 가누는 것이 쉽지 않다. [영상출처=에어프레미아]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한 뒤 “승무원 탈출!”을 외치고 슬라이드에 몸을 맡겼다. 슬라이드를 내려가는 데는 2~3초쯤 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빨랐고 몸이 튕겨져 나가면서 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내려오다보니 도착 지점에서 몸을 가누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실제 비상시에는 항공기 출입문 개방에 12초, 슬라이드 팽창에 15초가 소요된다”며 “또 승무원들은 약 300명의 승객을 총 8개의 비상문에서 90초 안에 모두 탈출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 또 안전”…더 오래, 더 정확하게 교육한다
올가미형 포승줄은 난동자에게 줄을 건 뒤 쭉 당기면 된다. [사진출처=에어프레미아]
마지막 수업은 올가미형 포승줄과 수갑 훈련으로 진행됐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잠김 상태로 되어 있는 올가미형 포승줄을 난동자에게 건 뒤 빠르게 쭉 당기면 된다. 풀 때는 잠김·풀림 링을 돌리고 다시 당겨주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수갑도 실제로 사용해봤다. 포승줄과 마찬가지로 기내 난동자에게 수갑을 채우면 된다.

최혜지 훈련생(26)은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포승줄, 수갑 등을 활용해 난동승객을 제압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훈련생들은 지난 8월 중순에 입사한 에어프레미아의 신입 승무원이다. 이들은 안전훈련 7주, 서비스 훈련 4주 등의 교육을 받은 뒤 10월 말에 모든 교육을 수료하게 된다.

이날 훈련을 담당한 박주희 교관은 “객실승무원 초기훈련은 승무원으로서의 안전 및 서비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문제해결능력, 정직함 등 프레미안 승무원으로서 기본적인 덕목을 쌓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며 “에어프레미아는 타 항공사 대비 안전교육 기간이 1~2주 가량 긴 편인데 그만큼 실습 훈련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응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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