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23년인데 18살 고3 투수가 4연투 아니 5연투도 대기? 이게 ‘댄디’한 운영입니까
6년 전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은 아마추어 시절 18세 이하(U-18) 청소년 야구대표팀에서 혹사 논란을 겪었다. 곽빈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선발 투수로 92구를 던진 뒤 불과 사흘을 쉬고 다시 선발 등판해 무려 ‘144구’를 던졌다. 지금은 한계 투구수와 투구수에 따른 휴식 규정이 생겼지만, 그때는 투구수 규정이 없었다. 곽빈의 ‘144구’를 두고 그를 1차 지명으로 미리 데려간 두산 구단 내부는 당시 분통을 터뜨리는 분위기였다.
혹사 여파는 분명히 있었다. 곽빈은 데뷔 시즌 중간 팔꿈치 수술을 받고 2년이 넘는 오랜 기간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2021시즌에야 1군 무대를 다시 밟은 곽빈은 다소 늦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 씁쓸함을 기억하는 두산이 다시 답답한 마음으로 올해 청소년 야구대표팀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청소년 야구대표팀 투수 김택연(인천고)의 등판 일지 때문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구단과 함께 황준서와 김택연을 포함한 좋은 투수 자원들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특히 김택연 선수 투구를 지켜봤는데 고등학생답지 않은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한화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가 우리 팀에 오든지 큰 보탬이 될 듯싶다. 향후 마무리 훈련 때 우리 팀으로 온 선수를 직접 보고 어떻게 키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택연은 이영복 감독(충암고)이 이끄는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서 혹사 논란에 빠졌다. 김택연은 9월 2일 타이완전에 구원 등판해 54구를 던지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4일 호주전에 구원 등판해 15구를 던졌다.
그리고 5일 하루 휴식을 취한 김택연은 6일 푸에르토리코전에 구원 등판해 21구를 던지다 우천 서스펜디드 경기로 등판을 못 끝냈다. 7일 재개된 푸에르토리코와 서스펜디드 경기 마운드에도 올라간 김택연은 19구를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했다.
김택연은 8일 열린 슈퍼라운드 미국전에서도 선발 황준서의 뒤를 이어 구원 등판해 16구를 소화했다. 3연투를 소화한 김택연은 9일 슈퍼라운드 네덜란드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4연투와 더불어 24구를 던졌다.
최근 프로 무대에서도 4연투는 보기 힘든 투수 운영이다. 2년 전 장현식(KIA 타이거즈)이 홀드왕 타이틀 도전을 위해 3일간 4연투를 펼쳤던 것도 큰 논란이었다. 이제 3연투에 따른 휴식일 부여도 더 철저해진 분위기다. 하지만, 18세 고3 투수가 3연투를 넘어서서 4연투까지 소화하는 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됐다. 선수 미래를 위해 앞장서서 관리를 해줘도 모자란 상황 속에서 김택연은 4연투를 버젓이 소화했다.
물론 예선라운드 첫 경기가 우천 취소로 연기되면서 중간 휴식일이 사라진 탓에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있다. 거기에 푸에르토리코전이 우천 서스펜디드 경기로 다음 날 열리는 변수까지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변수들이 18세 고3 투수의 4연투를 100% 정당화해주게 만드는 건 아니다. 오로지 대표팀 성적 올인이 아닌 모든 선수의 성장과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면 마운드 운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사실 이미 이뤄진 4연투보다 더 충격적인 건 김택연의 5연투도 가능할 수 있단 점이다. 김택연은 9일 경기 마지막 상대 타자와 풀카운트 승부 중 투구수 총 24구가 되자 전미르로 교체됐다. 타자와 승부 도중 교체되는 건 투구수 규정에 따른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투구수에 따른 휴식 대회 규정을 보면 3연투를 펼치기 위해선 직전 이틀 동안 투구수 총합이 40구 이하여야 한다. 김택연은 8일과 9일 각각 16구와 24구를 던졌기에 커트라인인 40구에 딱 맞췄다. 7일 서스펜디드 경기 등판은 6일 기존 경기 등판으로 간주되기에 김택연은 10일 오후 열리는 미국과 동메달 결정전 등판 가능성이 생겼다. 만약 이날 마운드에 오른다면 김택연은 5연투를 펼친다. 프로 무대에서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숫자다. 댄디(dandy)는 ‘멋쟁이’, ‘아주 좋은’이란 뜻을 지닌 긍정적인 단어다. 과연 이게 ‘댄디’한 마운드 운영일까.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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