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다큐'는 표현의 자유일까[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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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제작진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그리고 해당 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며 박원순의 죽음에 대한 질문을 막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17~18세기 사상가들은 왕정과 종교의 시대 절대 권력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말했다.
'박원순 다큐'를 허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문을 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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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사건이 여론재판에 '표현의 자유'일까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정신을 대표하는 말이다. 설령 반대 의견일지라도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가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 논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처음 주장한 존 밀턴 역시 '사상의 자유 시장'을 통해 거짓된 주장도 진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같은 주장은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박원순 다큐'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어김 없이 비슷한 논지의 주장이 나온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첫 변론'은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진 직후 논란이 됐다. 쟁점은 해당 영화가 표현의 자유로 보장돼야 하는지,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제작진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그리고 해당 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며 박원순의 죽음에 대한 질문을 막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1년 조사 결과가 일방의 주장만 듣고 나왔으며 이에 대한 반박은 표현의 자유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사상의 공개 시장'을 통해 박원순 죽음의 실체를 다퉈보자는 얘기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향하는 지점과 질문의 방향이다. 표현의 자유에 성역은 없다. 그러나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타인의 인격이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다. 표현의 자유를 다룬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이 같은 사항을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으며 서울행정법원도 지난해 11월 인권위의 박 전 시장 성희롱 행위 인정이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 유족은 현재 관련 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국가 기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순 있다. 하지만 법정 안에서만 다투는 게 옳다.
박원순에 대한 변론은 '너 정말 피해자가 맞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는 법정 바깥에서 피해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선 '피해 호소인' 논란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오도된 표현의 자유는 곧 만인의 만인에 대한 재판을 부른다. 이른바 '여론재판'이다. 지금도 SNS를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법정을 차린다.
잘잘못을 가리는 일엔 어김 없이 SNS 판관들이 등장한다. '좋아요' 수로만 따진 대세 의견은 사실을 확정 짓는 판결이 돼 공론의 장을 지배한다.
이 과정에서 사상의 자유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으로 둘러싸인 '확증 편향'의 세계에서 잘못된 의견은 도태되지 않고 도리어 '뉴스'의 외피를 입고 확산된다. 성폭력 사건을 여론재판에 부치는 일이 표현의 자유일까.
17~18세기 사상가들은 왕정과 종교의 시대 절대 권력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민주공화정의 문을 열어젖혔다. '박원순 다큐'를 허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문을 열게 될까.
현재 법원에서는 박원순 다큐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성폭력 피해자가 신청한 가처분 결과는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낸 상영금지 가처분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의 판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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