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넘치는 템포에, KIA 팬들이 빠져 들었다… DH 싹쓸이 쾌거, 황동하 손에서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하다. 완전체가 되는 듯했으나 최근 구멍이 또 생겼다. 외국인 선수 마리오 산체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1군 마운드에서 볼 수 없다.
산체스가 돌아올 때쯤이면 아마도 이의리가 한국에 없을 것이다. 이의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소집됐다. 오는 9월 22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에 가기 전까지 두 번 정도 등판이 남았을 뿐이다. 여기에 일정도 빡빡하다. 9일 광주에서 LG와 더블헤더를 치렀는데 아직도 두 번이 더 기다린다. 대체 선발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안개가 쉬이 걷히지 않았다.
선발이 펑크날 때 대체 선발보다는 불펜 릴레이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대체 선발 자원을 충분하게 실험해보지는 못했다. 시즌 막판 불안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KIA 팬들은 9일 하나의 희망을 봤다. 2년 차 투수 우완 황동하(21)의 패기 넘치는 투구에서 가능성을 느꼈다. 아직 어린 선수에 1군 경험도 많지 않지만, 등판할 때마다 제법 괜찮은 선발로서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인상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전체 65순위) 지명을 받은 황동하는 올해 2군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소화하며 실력을 키웠다. 8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선발로 나가 4⅔이닝 동안 3실점으로 잘 버티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공이 빠른 건 아니지만 제구력이 비교적 괜찮고, 여기에 공격적이고 시원시원한 피칭으로 어린 선수답지 않은 대담함도 선보였다. 우천으로 경기가 많이 지연돼 어깨가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대체 선발 1순위’로 승격해 시즌 막판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김종국 KIA 감독은 황동하에 대해 원래부터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러면서 “장타력 있는 선수들에게는 조금 더 정교한 커맨드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공격적인 투구는 좋고 레퍼토리도 좋다. 그 부분만 조금 신경을 써달라고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황동하는 그런 벤치 주문까지 잘 이행하며 한뼘 더 성장했음을 과시했다.
KIA는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더블헤더를 모두 잡으며 중요했던 고비를 넘겼다. 이 더블헤더 승리의 발판을 놓은 선수가 바로 1경기 선발이었던 황동하였다. 리그 선두 LG, 리그 최강 타선 LG, 그리고 전날 대승을 거둔 LG의 기세를 차분하게 잘 막아냈다. 수비 지원과 타선 지원을 조금 더 받았다면 더 근사한 결과가 나올 뻔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4㎞ 수준으로 역시 빠르지 않았다. 평균은 141㎞였다. 하지만 제구가 잘 됐고 여기에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적절하게 섞었다. 슬라이더는 꺾이는 맛이 좋았다. 특유의 공격적인 템포도 돋보였다. 공을 받고, 포수 사인을 보고, 그냥 던졌다. 황동하의 빠른 템포에 LG 타자들이 첫 타석부터 준비가 늦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 신예 선수가 LG 강타자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던 셈이다.
5회 들어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4⅓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실점으로 잘 버텼다. 사실 1경기 선발 매치업에서 밀렸던 KIA인데 황동하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해주며 필승조 투입이 여건을 마련했고, 끝내 7-6으로 역전승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 기세는 2경기로 이어졌다. 황동하가 더블헤더 싹쓸이 쾌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 됐다. 김종국 KIA 감독도 “황동하가 감독의 기대에 잘 부응해준 투구였다. 비록 5회초 실점이 있었지만 본인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이스급 활약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엔트리가 확대되어 있다. 대기하는 불펜 투수가 많다. 9일 정도의 투구 내용만 보여줘도 그 다음에 붙일 수 있는 전략이 제법 된다. 이의리가 아시안게임에 가면 그 자리를 이어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황동하로서는 그래도 부담을 덜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큰 기회다. KIA가 위기 속에서 희망을 키우는 카드 한 장을 더 발견하며 시즌 마지막 스퍼트를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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