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치솟는 유가에 인플레 우려도 커져… 美 CPI가 분위기 전환할까

정현진 기자 2023. 9.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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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거래일 연속 오르던 국제유가 상승세 일단 멈춤
에너지 가격 뺀 美 코어CPI 둔화 지속될 것... 그나마 긍정적
미중 무역갈등·북러 정상회담은 우려 요인

지난주(9월 4~8일) 증시는 부진했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 모두 전주 대비 0.67% 내렸다. 코스피 지수는 2546.59, 코스닥 지수는 913.56에 장을 마쳤다.

한 주간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746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268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44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124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는 두 시장 모두 각각 6655억원, 136억원을 내다 팔았다.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덩달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3일 미국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경제 지표를 발표한다. 이 지표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우디 아람코가 운영하는 쿠라이즈(Khurais) 유전./조선DB

지난주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운 건 치솟는 국제 유가였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7.5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의 최고가였다. 사우디 아라비아(사우디)가 감산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원유 재고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주 초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진행 중이던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함께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도 지난달 시작한 하루 3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오는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8일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며 일단은 멈췄다. 유가가 짧은 기간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커졌고, 유가 강세가 계속되면 이란산과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대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영향이다. 7일 발표된 중국 수출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8.84포인트(p)(0.73%) 하락한 2563.34를 나타내고 있다./뉴스1

◇ 미국 8월 CPI 발표… 9월 FOMC에 미치는 영향은?

현지 시각으로 이달 13일에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와 소매판매 지표가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헤드라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6%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른 것보다는 더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코어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3%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7월(4.7%)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봤다. 코어 CPI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분야를 제외하고 계산한 지수다.

헤드라인 CPI가 반등하고 코어 CPI가 둔화하는 흐름은 국제유가 변수를 제외하고 보면 주거 물가는 둔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 CPI와 코어 CPI의 엇갈린 흐름이 2개월 연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 코어 CPI는 5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가가 상승하며 CPI 전월 대비 변화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고, 이에 전월 대비 상승률을 최대 0.5% 높일 수 있다”면서 “그 이상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결과는 예상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CPI가 기준 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월 FOMC 회의는 오는 21~22일(미 현지 시각)에 열린다. CME 페드워치는 9월 기준금리 동결 대 인상 확률을 93:7로 전망했다. 다만 11월 기준금리 동결 대 인상 확률은 55:45로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탓에 헤드라인 CPI는 꽤 올랐을 것이지만, 코어 CPI가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다면 시장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불꽃 이는 美中 무역 갈등은 우려 요인… 북-러 정상회담 예정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일 자국 공무원에게 업무용 기기로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 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더 많은 기업과 기관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지난 7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외국산 전자기기 사용 금지 조치를 국영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지원·통제하는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치는 중국이 외국산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지난 6~7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이틀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 6% 가까이 내렸다. 국내 증시에서 대표 애플 관련주인 LG이노텍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이 기간 등락률은 마이너스(-) 8.95%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 카메라 부품 등을 공급한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는 반도체 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도 이후 퀄컴과 AMD 등 반도체 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오는 12일에는 애플의 아이폰15가 공개된다. 신형 아이폰이 국내외 반도체 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인다.

이주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와 북한의 정상 회담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대변인은 “말할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일본 NHK 방송은 7일 러시아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정상의 2차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 장소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섬에 있는 대학(극동연방대)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시점은 오는 10~13일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회담에서 러시아는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때 사용할 무기를, 북한은 러시아에 인공위성과 핵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첨단기술과 식량 자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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