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시절 경찰이 믿음직스러워 힘 실어줬을까[이승환의 노캡]

이승환 기자 2023. 9.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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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경찰에는 1차 수사 종결권도 부여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경찰이 믿음직스러워 이 같은 내용의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을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 인력을 줄인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조직개편안을 다르게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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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울 날 올까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 News1 DB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시곗바늘을 2020년 5월로 되돌려보자. 당시 필자는 경찰청을 출입하게 됐다. 경찰청에서 만난 간부들은 들뜬 표정으로 '경찰 66년 숙원'을 얘기했다. 8개월 뒤 시행될 '검경 수사권 조정' 얘기였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후 66년 만에 경찰 수사권이 검찰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이 '숙원'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었다.

요컨대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경찰에는 1차 수사 종결권도 부여한다. 모든 범죄를 직접 수사하던 검찰의 권한은 6대 범죄만 직접 수사하도록 제한한다. 검찰 수사권은 축소되고 경찰 수사권은 그 반대급부로 커진다.

◇경찰 66년 숙원

당시 문재인 정부는 경찰이 믿음직스러워 이 같은 내용의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을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 중에서도 검찰 개혁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웠던 이가 검찰의 저인망 수사를 받다가 극단선택으로 숨진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다. 당시 여권이나 진보 진영 인사들은 검찰을 '무소불위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의 권한을 키워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한다. 이것이 문 정부가 실현했던 수사권 조정의 본질이다. 2021년 첫날 수사권조정은 드디어 시행됐고 경찰 수사전문조직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출범했다.

이쯤에서 시곗바늘을 '2023년 9월' 현재로 고정해 보자.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지 1년4개월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특수통 칼잡이로 이름을 떨쳤고 검찰총장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윤 정부 출범 후 수사권조정은 고스란히 유지됐을까? 복잡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 이미 나타난 상태다.

먼저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5월 정권 교체 직전 수사권 조정 후속 조치로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 정부 출범 4개월 뒤인 같은 해 9월이었다. 법무부가 검수완박에 제동을 거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래대로 복귀) 시행령을 시행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의 근간은 검사의 수사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올해 7월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하도록 한 수사권조정의 원칙을 폐지하고 검찰도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이에 야당과 검찰은 '검수원복'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검경 수사권 이슈는 이르면 다음주로 예정된 경찰 조직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경찰청은 현재 본청과 시도경찰청 지원인력을 중심으로 전체 인원의 5% 내외를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경찰로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적극 추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 인력을 줄인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조직개편안을 다르게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은 수사보다 순찰과 방범, 범인 잡는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 아닌가"(시도경찰청 한 경찰관) "결국 수사권조정 이전으로 돌리려는 것 아닌가?"(일선경찰서 다른 경찰관)

◇씁쓸한 전망

이제 시곗바늘을 미래로 돌려 '2027년 5월'을 가리키게 하자. 그때 대선 결과가 나오면 '경찰 숙원'이 재추진될지, '검수원복' 흐름이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 대선 승자가 누구이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냐에 따라 그것이 결정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검경 모두 이런 현실을 아는데 살아있는 권력을 정조준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경찰청 수사통은 여기에 씁쓸한 전망을 덧붙였다.

"전 정부 시절 수사권조정 도입에 앞장서고 현 정부 기조에 반발한 경찰 주요 간부들은 좌천된 상태입니다. 만일 2027년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들은 다시 돌아와 고속 승진하거나 주요 보직을 꿰찰 것이죠. 그다음 '숙청'을 시작할 겁니다. 보복 대상은 누가 될까요? 현 정부 방침에 따라 착실하게 일한 경찰 공무원들이 될 겁니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데 참 슬프지 않습니까?"

경찰이든 검찰이든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날이 언젠가는 도래할까. 대체 시곗바늘을 미래의 어느 날로 고정해야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이승환 사회부 사건팀장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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