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은 우승이 하고 싶었어..."UCL에서 뛰는 선수들 부러웠다. 집에서 지켜보는 건 상처"

한유철 기자 2023. 9. 1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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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한유철]


해리 케인은 '우승'이 하고 싶었다.


케인은 오랫동안 토트넘 훗스퍼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탄탄한 피지컬과 슈팅, 박스 안에서의 영향력과 동료와의 연계 능력까지. 스트라이커로서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춘 '완성형' 공격수였다. 또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떠난 이후엔 플레이 메이커를 자처했고 이 분야에서도 최정상의 기량을 자랑했다.


2010년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미 그리브스를 넘고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1위에 올라 있으며 프리미어리그(PL)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최다 득점 2위에 해당한다. 여러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으며 공격진이 모두 부진했던 2022-23시즌, 토트넘의 공격을 홀로 책임지기도 했다.


하지만 토트넘과 '평생'을 함께 할 생각은 없었다. 화려한 개인 커리어와 달리 우승 경력은 전무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해 조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케인은 은퇴 전까지 우승 경력을 추가하길 바랐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이적을 추진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1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와 접촉했고 협상은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다니엘 레비 회장의 완강한 태도가 이적을 방해했다. 그는 케인의 이적료로 막대한 금액을 요구했고 맨시티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케인의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적설은 끊이지 않았다. 2022-23시즌 도중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PSG) 등과 연관되기도 했다.


토트넘 훗스퍼가 2022-23시즌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이적설은 더욱 불탔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토트넘은 무관 탈출을 목표로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개막 후 7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좋았지만 스포르팅전 패배를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모든 컵 대회에서 탈락하며 무관이 확정됐고 리그에선 8위에 올라 리버풀, 브라이튼, 아스톤 빌라에 밀려 유럽 대항전 진출 자체가 좌절됐다.


토트넘의 상황에 자신감을 얻은 다른 빅클럽들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가장 유력한 팀은 맨유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내보낸 이후 마땅히 쓸 자원이 없었던 맨유는 케인을 적임자로 낙점했다. 계약 만료가 1년밖에 남지 않았던 만큼, 토트넘도 케인의 매각을 고려할 시기였으며 그 역시 이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레비 회장은 같은 리그 내 라이벌에 팀의 에이스를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맨유는 그런 토트넘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케인을 향한 관심을 철회했다.


이후 레알이 떠올랐다. '에이스' 카림 벤제마가 급작스럽게 사우디로 떠났고 그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했다. 자금이 충분했던 레알은 돈 걱정이 없었고 케인 역시 레알 이적을 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레비 회장이 요구하는 금액은 맞춰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레알도 경쟁에서 발을 뺐다.


맨유와 레알이 떠나면서 이적설은 잠잠해졌다. 이적시장의 가장 큰 화두였던 케인의 미래는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뮌헨이 경쟁에 가담하면서 이적 사가는 더욱 뜨거워졌다.


물론 맨유와 레알이 그랬듯, 뮌헨 역시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레텐버그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칼 하인츠 루메니게 전 의장까지 직접적으로 거래에 관여했다. 뮌헨의 주요 목표는 케인 영입이다!"라고 알렸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케인과 회담까지 가졌다. 독일 매체 '빌트'의 크리스티안 폴크 기자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런던에 있는 케인의 집에서 만남을 가져 이적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레비 회장은 분노했다. 자신 몰래 비밀 회담을 가진 것에 대해 언짢음을 표출했다. 이에 토트넘은 케인 잔류에 대한 입장을 더욱 고수했다. 최근엔 기존 주급보다 훨씬 인상된 파격적인 급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현재 케인은 20만 파운드(약 3억 3324만 원)의 주급을 받고 있다. 토트넘은 이보다 더 높은 새로운 계약을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케인은 계약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었다. '가디언'은 "케인은 지금 당장 토트넘의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으며 이적시장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토트넘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케인의 의중을 안 뮌헨은 계속해서 압박했다. 토트넘은 케인을 붙잡길 바랐지만, 승자는 뮌헨이었다. 토트넘은 뮌헨의 끈질긴 제안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토트넘은 뮌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케인은 이적 절차를 밟았다. 독일에 도착해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빠르게 오피셜을 띄웠다. 그렇게 '토트넘의 에이스' 케인은 뮌헨 선수가 됐다.


뮌헨에 온 케인은 빠르게 적응을 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 경기에선 후반전 교체로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치며 첫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그러나 베르더 브레멘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와 1골 1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아우크스부르크와의 2라운드에서도 선발로 출전, 멀티골을 기록했다.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선 무득점에 그쳤지만, 조금씩 뮌헨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A매치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케인은 우크라이나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여기서 토트넘과 뮌헨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그는 "토트넘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압박이다. 몇 게임을 승리 없이 보내긴 했지만 우리는 항상 승리를 원했다. 물론 그것이 재앙은 아니었다. 뮌헨에서의 느낌은 다르다. 매 경기 이겨야 한다. 세계 최고 클럽의 일원이 되는 느낌이다. 나는 그러한 다른 감정을 즐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UCL에서도 우리는 항상 승리가 예상된다. 그것은 내가 과거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감정이다! 나는 압박감이 나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많은 압박감이 있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기분을 즐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승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웸블리에서 열리는 UCL 결승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 여름엔 독일에서 유로가 열리는 것도 안다.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렵다는 것을 안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정말 놀라울 것이다. 경쟁자로서, 선수들이 UCL에서 뛰고 나는 그저 집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 일원이 되지 못한 것이 상처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질투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동기부여를 자극하고 트로피를 따도록 압박을 가한다"라고 밝혔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최근 케인이 우승 경력을 추가한다면,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인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 커리어에서 부족한 것이 우승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 그런 경력이 있는 선수가 스쿼드에 있다면, 다른 선수들도 그런 경험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승 도전을 한 것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함께 우승을 하기 위해선, 그런 압박에 대처해야 한다. 나는 주장으로서 가능한 한 내가 그런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뮌헨 입단) 결정은 나를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 뮌헨은 지난 11년 동안 우승을 놓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우리는 몇 년 동안 컵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UCL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부담감이 크다.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현재로서 나는 그런 기분을 즐기고 있다. 남은 1년 동안 좋은 경쟁을 하겠다"라고 전했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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