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의암호 선박 침몰 미스터리…개인의 실수인가, 무리한 명령에 따른 희생인가

김효정 2023. 9. 1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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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3년 전 의암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밧줄과 명령 - 의암호 선박 침몰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3년 전 발생한 의암호 선박 침몰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20년 여름, 강원도 춘천시 인공호수인 의암호 하류에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축구장만 한 의문의 물체가 사람을 태운 채 떠내려가고 있었고, 그 뒤로 여러 척의 배들이 뒤따랐던 것.

그리고 잠시 후 선박 2척이 차례로 전복되었고 그렇게 물에 빠진 사람들은 순식간에 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에 5명이 사망하고 1명은 실종된 상태.

그런데 의암호에서 떠내려가던 의문의 물체는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이었다. 이는 춘천시가 십수억 원을 들여 제작한 초대형 조형물이었다.

당시 사망한 이들은 이 조형물을 결박시키려 사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침몰한 두 대의 선박과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경찰과 시청공무원, 계약직 청소노동자 2명과 수초섬 제작업체 직원 1명은 사망했고, 청소노동자 1명은 시신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데 이 사건은 3년이 다 되도록 정확한 사고의 원인과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가족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었다.

특히 유가족들은 수초섬 결박작업과 관련이 없는 청소노동자들이 춘천시청의 지시로 동원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제작 업체 측도 춘천 시청 측의 작업 명령으로 인해 무리한 작업에 착수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 관계자들의 주장은 달랐다. 춘천 시청 측은 사고 당일 수위 파악을 위해 현장을 찾았을 뿐 업무를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업체 측이 스스로 결정해 당시 무리한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초섬의 관리 책임은 시청이 아닌 업체 측에 있어 해당 수초섬이 허술하게 계류되어 있는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시청 측은 사고 당일 철수 명령도 내렸다며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 조치도 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시청 관계자들은 인명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수초섬 제작업체 김 부장의 돌발행동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철수 명령에도 그가 독단적으로 보트를 몰고 나가 의암댐 수문으로부터 500m 지점에 있는 수상통제선에 밧줄을 걸었다는 것.

사고 당시 김 부장과 현장에 함께 있었던 업체 측 직원은 시청 공무원들의 요청으로 사고 전날 출장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작업하기 위험한 날씨에 작업을 보류한 업체 측에 시청 측의 요청이 있었고, 이에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을 찾아온 두 사람 때문에 비극이 시작됐다는 직원은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이 아니면 거기 가서 얘기할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 따르면 김 부장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이들은 바로 환경 정책과 직원들. 그중서 계장이 김 부장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 계장은 찌그러진 수초섬을 어떻게 하냐 한 마디만 했을 뿐 작업 지시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당시 서 계장이 김 부장과 만난 후 상급자에게 업체에서 부유물 제거 작업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 계장은 "업체가 판단해 작업한 것일 뿐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업체 대표는 업무 지시가 없었다면 무리한 작업을 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김 부장이 모터보트를 타고 가서 통제선에 줄을 감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 같다"라며 정황상 김 부장이 스스로 무리한 작업을 강행했다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또한 영상 분석을 통해 경찰정이 어떤 이유로 후진해 오다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경찰정이 후진을 하다가 통제선에 닿았고, 충격을 받아 늘어난 통제선이 더 버티지 못하고 다시 튕겨 오르며 경찰정을 타격해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김 부장은 경찰정을 타고 있던 이 주무관을 구출했다. 이때 현장을 벗어났더라면 두 사람 모두 생존할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김 부장은 떠나지 않고 침몰한 경찰정 안에 남아 있을 이를 구조하려고 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망한 이 주무관은 환경 정책과의 2년 차 막내 공무원으로 사고 전날 출산 휴가를 낸 상태였다. 이에 유가족은 상부의 지시로 그가 휴가 중이던 상황에 작업을 수행하다 화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계장과 김 주무관, 두 사람은 업무 지시가 없었다며 철수 방송을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기간제 근로자, 근처 레저보트 업체 직원 등 어느 누구도 철수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김 주무관의 철수 방송을 들은 것은 김 주무관이 구출한 김덕수가 유일했다.

그리고 이때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김 부장이 경찰정을 향해 보트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전문가들은 "고무보트의 김 부장이 위험을 감지하고 경찰정에 이야기해 주려는 액션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는 철수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의 방송 시간은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수초섬에 대해 시청과 업체 모두 서로의 관리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업체 측은 사고 3일 전부터 수초섬 보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시청 측은 집중 호우와 댐방류로 영업 일시정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전문가는 "공사 업체들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을 보고 넘긴 것은 지자체에서 명령을 발해 놓은 것에 위반되는 행위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시청 측은 당시 컨트롤 타워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일시적인 사건으로 서로 다투고 있는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는 수초섬 관리 감독에 대해 "공개된 공유 수면 위에서 섬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춘천시가 행정적으로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춘천시의 지시 감독 하에 업체가 관리하고 있었던 상태라고 본다면 형사상 관리 책임은 양쪽 모두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는 "인명 사고가 발생한 참사에 대응하는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이후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느냐 재발하느냐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전체를 보지 않고 개별로 떼어내어 이 사람의 행위가 참사의 원인이니까 이 사람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라는 건 왜곡된 투영이다. 전체를 보지 않고 한 곳에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과장해 내는 오류"라며 "만약 김 부장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김 부장 개인의 과오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잘못한 것은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었던 끝까지 안전 수칙, 규칙, 교육 이런 것들을 무시했던 그 결과를 사람의 몸값으로, 생명 값으로 치른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다섯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여전히 실종인 사건의 남아있는 가족들이 억울함을 푸는 유일한 일은 진실 규명뿐이라며 빠른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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