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20초간 흔들”···모로코, 사망자 1000명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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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강진으로 희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부상자 가운데 721명은 위중한 상태로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사상자는 더 늘 수도 있을 것으로 내무부는 내다봤다.
모로코 당국은 군을 동원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지역 고지대에서는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로 막혀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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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투입 구조·수색 작업 속 사상자 증가 우려
국제사회 추모···단교 알제리·이란 등도 애도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강진으로 희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11분께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37명이 숨지고 부상자는 1204명으로 집계했다고 국영 방송이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721명은 위중한 상태로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사상자는 더 늘 수도 있을 것으로 내무부는 내다봤다.
역사 도시 마라케시부터 수도 라바트까지 곳곳에서 건물이 흔들리거나 파괴됐으며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내무부는 진앙에서 가까운 알 하우자와 타루단트 지역의 피해가 컸고 우아르자자테, 치차우아, 아질랄, 유수피아 주와 마라케시,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진앙은 북위 31.11도, 서경 8.44도로 오우카이메데네 인근 아틀라스산맥 지역이며 진원 깊이는 18.5㎞로 비교적 얕았다. 일반적으로 진원이 얕을수록 지상에 미치는 파괴력은 더 커진다.
많은 사람이 잠든 오후 11시 조금 넘어 지진이 일어난 점도 인명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인명 피해는 지진에 취약한 낡은 벽돌 건물에서 주로 발생했다.
진앙 인근에 사는 몬타시르 이트리는 "인근의 집이 모두 부서졌다. 우리 이웃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 주민들이 구조를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루단트에 거주하는 교사 하미드 아프카르는 "땅이 20초가량 흔들렸다. 2층에서 '층으로 대피하는 동안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군을 동원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지역 고지대에서는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로 막혀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인들은 지진 발생 직후 건물들이 붕괴해 잔해가 된 모습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마라케시의 한 식당에서 관광객들이 진동을 감지하고는 대피하는 동영상도 확산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문화 유산들도 일부 강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됐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유명 관광지인 마라케시 제마 엘 프나 광장에 자리한 모스크도 지붕과 첨탑이 파괴됐다.
AP 통신은 규모 6.8의 지진은 120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은 돌과 석재로 만들어진 고대 도시의 건물들과 벽들이 무너졌다고 짚었다.
실제 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을 앗아간 규모 5.8 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동쪽으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물론 지중해와 대서양 건너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모로코 강진 피해와 관련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등의 애도와 지원 의사 표명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나란히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약 7개월 전 5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고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 정부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지원 제의에도 모로코 정부는 외국 구조대의 배치를 위해 필요한 공식 지원 요청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AP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지진이 흔치 않았던 모로코가 지진 대비가 소홀해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데이비드 로서리 교수도 일간지 가디언에 이번 지진이 1900년 이래 가장 강력했다는 점을 짚으면서 "당국이나 주민 모두 이런 지진에 잘 대비했을 것 같지 않다. 현대적인 건물이라 할지라도 이런 큰 지진을 견딘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서리 교수는 "앞으로 지진으로 흔들린 건물 이외에 산사태가 많은 인명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빌 맥과이어 명예교수도 이 신문에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파괴적인 지진이 드문 곳에서는 지각의 흔들림을 견딜 만큼 튼튼하게 건물을 짓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며 그 때문에 많은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지진이 강타한 지역의 건물들은 내진 설계는커녕 지진에 취약한 진흙 벽돌집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현지 매체들은 진단했다.
맥과이어 명예교수는 "최종적인 인명 피해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른 큰 지진과 마찬가지로 여진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더 많은 인명 피해와 구조 작업의 지장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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