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파고든 마약의 모든 것을 들춰본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9. 1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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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마약이 일상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아편, 헤로인, 엑스터시, 야바 같은 불법 마약류부터 페치딘, 펜타닐, 졸피뎀, 프로포폴, 펜터민 같은 의학적 사용이 가능한 마약류까지 사회 도처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단 2년 사이에 국내 마약사범 수는 50% 가까이 늘었고, 2015년까지 잠잠하던 대마초 사범 수는 2022년 4배 넘게 뛰었다. 또 19세 이하 마약사범 수는 2022년 48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2011년 대비 12배 가까이 많아졌다. 종류와 형태, 거래 방식 모두에서 진화한 마약이 평범한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꼭 챙겨 봐야 할 책 하나가 있다. 가정의학과에서 15년간 20만 명의 환자를 진찰해 온 의사이자 각종 포털과 언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온 양성관이 쓴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히포크라테스)다.

마약이란 상품의 생산-유통-판매-소비의 고리를 추적한 이 책은 환자를 진료한 의사로서의 경험과 각종 통계지표 및 정량적 연구 자료에 대한 분석이나 관련 역사에 대한 기술까지, 풍성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마약 중독의 어두운 이면을 들춘다. 특히 기존 마약 관련서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한국 현대사에서의 마약 사범 수 변동 추이와 그 원인에 대한 분석, 그리고 각 정권이 취한 마약 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우리 사회에 전하는 울림이 꽤 크다.

이념과 정치 논리에 얽매여 마약중독 확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정치권에 건네는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만, 또는 환자로만 규정하는 불필요한 이념전쟁을 멈추고 공급을 막는 단속·처벌과 수요를 억제하는 치료를 병행해 마약산업을 ‘하이 리스크, 로 리턴’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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