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정말 美제재 뚫었나...5G폰에 쓴 7나노 반도체 논란
“TSMC가 폐기한 7나노 기술 재탕
4~5 나노급 첨단 기술과 큰 격차”
미국 제재 강도만 더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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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3년 만에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2020년 미국의 제재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조달이 막힌 화웨이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가 됐죠. 해마다 판매량도 급감했습니다.
그랬던 화웨이가 8월29일 슬그머니 5G 신제품 출시 소식을 공개하고, 9월3일 공식 판매에 들어갔어요. 분해를 해보니 새 5G 스마트폰은 중국 파운드리(위탁 제조) 업체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기린 9000s’ AP를 장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뚫고 7나노급 반도체 조달에 성공한 거죠.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자주혁신으로 반도체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의 제재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증명했다”며 한껏 기세를 올렸습니다. 서방 언론들도 “제재가 결국 소용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보도를 쏟아냈어요. 상황은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SMC 출신 량멍쑹이 개발 주도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와 업계의 분석을 들어보면 SMIC가 개발했다는 7나노 공정은 대만 TSMC가 2017년에 개발했던 기술을 재탕한 수준으로 상업적인 경쟁력이 없다고 해요. 량멍쑹 사장을 포함한 과거 TSMC 기술진들을 비싼 돈 주고 대거 스카우트해 6년 전 기술을 재현한 정도라는 겁니다.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해 제재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이 참여하는 대중 반도체 제재는 10나노급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장비와 자재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많은 장비와 자재가 제재 대상이지만, 핵심은 네덜란드 ASML사가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라고 할 수 있어요. EUV는 실리콘 웨이퍼에 극자외선을 투사해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장비입니다. 7나노 이상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EUV가 필요하죠. 그런데, EUV의 이전 단계 제품인 심자외선(DUV) 장비로도 7나노급 생산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2018년 애플 A12 제작 때 쓴 기술
삼성전자와 TSMC는 2010년대 중반 7나노 공정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어요. 당시 삼성전자는 EUV를 활용한 새로운 공정 개발로 방향을 잡은 반면, TSMC는 기존 DUV를 이용해 공정을 개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2018년 출시된 아이폰XR 등에 들어간 애플 A12 프로세서가 바로 이 방식으로 제작됐어요.
반도체는 머리카락 굵기의 2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 단위의 미세 회로를 웨이퍼 위에 새겨서 만들어요. 웨이퍼 위에 인화지 격인 포토레지스트 등을 깔고 빛을 투사합니다. 7 나노 공정에서 EUV는 한 번만 빛을 쏘면 회로 인쇄 작업이 끝나요. 반면, 정밀도가 떨어지는 DUV는 위치를 조정해가며 여러 번 빛을 투사해야 합니다. 한 컷의 사진 안에 여러 장면을 겹쳐 촬영하는 다중노출과 비슷한 방식이죠.
문제는 이런 식으로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면 불량률이 높다는 겁니다. 대만 기술자의 말을 빌리면 “일반 자동차를 F1 포뮬러 경주차처럼 모는 격”이라고 해요. 업계에서는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통상 수율이라고 부릅니다. 수율이 높으면 생산원가가 줄고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들은 90% 이상의 높은 수율을 얻기 위해 혈안이 돼 있죠.
◇“생산 제품 절반이 불량”
SMIC는 7나노 공정 수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노무라증권의 중화권 반도체 분석가 도니 텅은 “50% 정도”라고 했습니다. 제품을 만들면 절반은 불량이라는 거죠. VOA(미국의 소리)는 “SMIC의 14나노 공정 수율은 95% 이상인데, DUV를 이용한 7나노 공정 수율은 1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7나노 칩 하나 만드는 비용이 EUV 방식보다 수배에서 수십 배 더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생산량도 제한을 받는다고 합니다. 화웨이는 이번에 초도물량으로 100만대 이하를 내놓는데 그쳤어요.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TSMC도 DUV 방식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삼성전자처럼 EUV를 이용하는 쪽으로 전환했어요. SMIC는 미국의 제재로 EUV를 확보할 수 없게 되자 이렇게 폐기된 TSMC 기술을 되살려 7나노 반도체를 만든 겁니다.
◇“미 제재 하에서 개발 가능한 최대치”
이렇게 비싸게 만든 AP를 삼성전자나 TSMC 수준 가격으로 화웨이에 공급한다면 SMIC는 당연히 엄청난 손실을 보겠죠.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봅니다. 대만 IT 전문지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SMIC는 2019년에도 2억9300만 달러(약 3900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2억35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고 해요.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적자라는 얘기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5나노급 반도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대만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회로 해상도가 낮아져 불량 제품이 속출한다는 거죠. 디지타임스는 “SMIC가 7나노 제품을 만든 방식으로 5나노 제품을 만들면 수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7나노 제품이 미국의 제재 하에서 중국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거죠.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DUV 노광장비도 대중 수출을 통제합니다. 미국이 이미 DUV를 이용한 7나노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DUV 장비도 제재 리스트에 올려놓은 거죠. 화웨이와 SMIC가 깜짝쇼로 주목을 받았지만 미국이 쳐놓은 제재의 장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그 장벽은 더 높아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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