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캠은 학우 아닌 입장객?"…고려대 '캠퍼스 차별' 논란
세종캠, 서울캠 총학·중앙운영위 비판 대자보
서울캠 학생들 "다 함께 즐기는 축제 됐으면"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세종캠퍼스도 우리 학교라고 생각해요. 축제 기간인데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8~9일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대항전인 '정기 고연전(연고전)'이 치러졌다. 교내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캠퍼스 차별 논란이 일었다.
정기전 첫날 오전 서울 안암캠퍼스에서 만난 고려대 학생들은 모두 들떠있었다. 학생회관 앞에는 포토부스가 마련됐고 민주광장에는 무대가 설치됐다. 이날 예정된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무대 위에는 스크린 중계가 진행됐다.
즐거운 축제 분위기 뒤로 씁쓸한 기운도 느껴졌다.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장단이 부착한 '우리는 입장객입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세종캠 총학생회는 "서울캠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가 '입실렌티'(고려대 축제) 준비부터 시작해 고연전 준비에 이르기까지 세종캠을 구조적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기전 좌석 배정을 위한 회의에서 세종캠 대표자들의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야구 경기에 세종캠 재학생 비율보다 턱없이 적은 숫자의 좌석을 배정했다고 했다.
김희주 고려대 세종캠 총학생회장은 "세종캠 재학생들은 9000여명인데, 500석만 배정했다"며 "700~800석 정도는 가져갔어야 했다. 지난 고연전에서 500석을 가져간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500석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입실렌티 준비 과정에서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4일 같은 제목의 입장문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고 서울캠 중앙운영위가 "세종캠 학생들의 (입실렌티) 입장은 안암 학부생 단체 입장이 종료된 이후 진행한다", "서울 중앙운영위원들의 노고를 인정한다면 서울 산하 기구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세종캠을 뒷순위로 두는 것에 동의해달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세종캠 학생을 '입장객'이라고 표현한 서울캠 총학생회장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이들에 따르면 서울캠 총학생회장은 입실렌티 좌석 배정 및 입장 순서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총 1800여분의 학우분들, 학우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입장객이라고 하겠다"라며 세종캠 학생들을 '입장객'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세종캠 학우들을 '학우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발언"이라고 말했다.
<더팩트>가 만난 서울캠 학생들은 대체로 세종캠 총학생회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2학년 김모(20) 씨는 "회의에서 한 발언 등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학년 박모(19) 씨도 "같은 재단이고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데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축제인데 다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A씨는 "생각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사안이라 다들 (발언하기를) 조심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서울캠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학교' 문제에 신경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캠퍼스 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세종캠에 재학 중인 B씨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교육자치국장으로 인준받자 '세종캠 학생이 왜 서울캠 총학생회 활동을 하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는 B씨에 대한 사이버 폭력으로 이어졌고 결국 인준은 취소됐다.
치열해지는 입시경쟁과 서열주의 강화가 이같은 논란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식이면 같은 학교 내에서도 학과에 따라 입학성적이 다르다"며 "대학생이든 대학생이 아니든, 상위권 대학이든 중하위권 대학이든 동등한 시민으로서 포용력이나 유대감 등을 중시하는 문화가 바람직하다. 같은 학교 학생, 학교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권한도 동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주 세종캠 총학생회장은 "서울캠과 입결(입학시험 결과) 차이, 노력의 차이를 다 알고 있다.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나온 그런 발언들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라며 "커뮤니티 등에서도 나오는 세종캠을 향한 도 넘은 발언, 혐오 발언에 학우들의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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