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책 번역한 안톤 허 “내 인생 망쳐도 내가 망쳐요”
2024년엔 영한소설 출간 예정… 이중언어로 작품 쓰는 번역가-소설가의 탄생 대도시의> 저주토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10년을 기록한 <비욘드 더 스토리>(강명석·BTS 지음)가 2023년 7월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비소설 베스트셀러 하드커버 분야 1위에 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한국 저자의 책이 1위를 차지한 것도, 발간 즉시 1위가 된 것도 처음이었다. 이 책의 대표 번역가 안톤 허는 나라 안팎에서 손꼽히는 ‘스타 번역가’다. 백인중심성이 강한 영미문학계에서도 안톤 허의 이름은 진하게 각인돼 있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문학상인 부커상이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만든 이래 백인 아닌 번역가가 최종 후보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다.
안톤 허는 최근 첫 에세이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어크로스 펴냄)를 발간했다. ‘조용히 앉아서 번역이나 할 것이지’ 같은 고루한 말에 그는 참지 않는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부당함에 이의를 제기하고 세계 무대에 단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을 제출하려 악전고투하는 번역가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증명된 번역가라도 이름 넣으려면 ‘개겨야’
안톤 허는 날카로운 감식안을 가졌다. 사랑에 빠지는 작품을 만나면 저자에게 번역을 먼저 제안하고, 외국 출판사를 섭외해 출간하기까지 1인 다역을 해왔다. 유리병 속에 편지를 띄워 바다로 던지는 식의 우회적이고도 예언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보다 직접 입을 열어 오늘의 아름다움과 문제점을 직설화법으로 말한다. 훌륭한 책을 선별하는 탐독가이자 접신한 듯 작업하는 번역가이자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는 배짱 있는 직업인으로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박상영 작가와 함께 영국에서 책 홍보 투어를 하고 있었다. 에세이 출간으로 더 바빠지기 전에 부랴부랴 그를 붙들어 2023년 8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워낙 솔직한 성격이시죠.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람들하고만 일할 거 같아요.
“아니요. 싫어하는 작가들과도 일했어요. 워낙 쇼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러니까. 영화 <시카고>를 보면, 캐서린 제타존스가 앙숙인 러네이 젤위거에게 협업을 제안해요. 쇼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다 가능하다며. 그 말을 자주 생각해요. 기자도 좀 재수 없는 사람을 많이 인터뷰하지 않나요?”
―그럼요. 싫다 싶은 사람도 만나야죠.
“영어에 ‘내가 밧줄을 적당히 주면 그 사람이 알아서 목맨다’(Give someone enough rope and he will hang himself)는 표현이 있어요. 기자는 그럴 것 같아요. 번역은 워낙 많은 사람과 일해야 해서, 그러니까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이든 외국이든 출발어나 도착어 출판사 관계자들 네트워킹을 많이 해야 하고 평판도 좋아야 해요. 사회성이 있다는 건 싫은 사람과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해요.”
―이미 영미권에서도 증명된 번역가이시잖아요.
“한국 책 표지에는 번역가 이름도 실리지만 영미권은 그렇지 않아요. 번역가는 출판계 서열에서 아주 하위에 속하고 노동에 대한 금전적 대우도 그래요. 번역가가 표지에 이름을 기재해달라는 요구는 허영심 이상의 의미를 지녀요. 번역도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를 반영하죠. 번역가는 표지에 이름이 표시될 권리, 번역에 합당한 비용과 선인세를 청구할 권리 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어요. 저는 또 약소한 나라 동양 남자이기 때문에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짓밟히거든요. 화를 안 내면, 여러 번 ‘개기지’ 않으면 안 돼요.”
―영어가 언어 세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져서 영미권 출판계의 풍토가 그런가요.
“아니요. 엄연한 백인우월주의예요. 언어 문제라면 흑인 번역가가 그만큼 많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많지 않거든요. 미국이란 나라는 다른 인종의 땅을 빼앗고 다른 대륙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데려와 노예를 만들고 부를 축적해서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백인우월주의가 정말 뿌리 깊게 내린 곳이에요. 영국도 제국주의 국가로서 타인종과 다른 나라 착취로 부를 이룬 나라잖아요.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건 ‘우리 백인은 우월하기 때문에 당신을 착취할 권리가 있다’는 사고에서 비롯한 거예요. 진정한 자본주의 체제이기만 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작동하겠죠.”
―그래도 한국에선 번역가로서 더 인정받으실 거 같은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한국 번역 지원 기관들도 백인 번역가를 훨씬 선호하고 상도 지원금도 더 많이 줍니다. 국내 번역가를 더 홀대해요. 올해(2023년) 초도 그랬고, 오는 11월에도 작가님과 미국에 (책 홍보) 투어를 가는데 지원에서 두 번 다 탈락했어요. 제가 알기로 백인 번역가에게는 작가 없이 혼자 떠나는 투어인데도 지원해준 사례가 있었어요.”
‘이건 전세계 사람들이 다 읽어봐야 해’
세계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문학계에도 ‘한류’가 시작됐다며 ‘케이(K)-문학’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2016년 한강과 데보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부커상 전신)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다. 2022년 안톤 허가 영어로 옮긴 정보라의 <저주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나란히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2023년엔 천명관의 <고래>가 부커상 최종 후보가 됐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10개 언어권에서 출간됐고,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20개국이 넘는 나라와 판권 계약을 했다. 듀나의 <평형추>는 미국 펭귄랜덤하우스 임프린트 판테온에서 출간돼, 발매와 함께 아마존닷컴 종합판매 순위 800위대에 진입했다. 김보영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등 세 권은 유명한 에스에프(SF) 출판 브랜드 하퍼보이저에서 나왔다.
―영미권에서 한국 소설이 꽤 팔리는 것 같아요.
“사실 미국에서는 번역문학이 많이 안 팔려요. 우리나라 독자야말로 세계 최고예요.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이미경 CJ그룹 부회장)가 한국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해요. 가장 양질의 피드백을 주기 때문이죠. 문학도 똑같아요. 정말 훌륭한 독자가 있고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거야말로 우리나라 문학계의 특징이라 볼 수 있어요. 국수주의적 시각이 우려돼서 제가 우리나라 문학의 특징을 얘기하는 걸 굉장히 꺼리긴 하지만. 저는 항상 한국문학이 정말 다양하고 앞서나가고 세계인이 모두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K-문학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너무 싫어요. 그런 레이블링.”
―조금 결이 다르지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번역하셨죠.
“제가 번역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일 것 같아요.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어, 독일어, 버마에서도 나왔는데 버마는 제가 번역한 영어판을 중역한 거예요. 제게 연락은 없었어요. (한국도 옛날에 허가 없는 중역을 많이 했으니) 저는 그냥 선조를 원망하기로 했어요.(웃음)”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 <무한화서>도 번역했는데 곧 나온다고요.
“BTS의 RM(김남준)이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아미(BTS 팬클럽)들이 선주문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무한화서>는 번역하고 출간까지 정말 많이많이 기다렸어요. 이 책이야말로 ‘이건 전세계 사람들이 다 읽어야 해’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세계에서 온 번역가들에게 일부만 번역해 보여줬는데 막 열광하는 거예요. 이후 정식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좋은 책을 감별하는 방법이 있나요.
“읽었을 때 저를 굉장히 자극하는 책이라면 다 괜찮은 것 같아요. 일단 신나는 제 마음이 번역되기 때문에요. 제가 지루해하면 지루한 마음도 그대로 번역됩니다. 문학 독자들은 귀신같이 알아내요. 이건 번역가가 지루해하는 거라고.”
―한국어판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영어가 들리는 작품을 번역하신다고요.
“한때 그랬는데 지금은 안 들리는 책들이 더 재밌어요. 제가 김성일 작가님의 판타지소설 <메르시아의 별>을 번역했거든요. 유명한 미국 출판사인데 맥밀런 출판그룹 내 ‘토르’에서 2024년 여름 출간될 예정이에요. 정말 전설의 출판사예요. 아마 한국 소설 최초가 아닐까 해요. 번역 의뢰를 받고 망설이다 번역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서 행복했어요. (번역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보라 작가의 단편 ‘몸하다’를 ‘임바디먼트’(Embodiment·체현)로 번역한 것이야말로 신의 한 수라는 얘기가 나와요.
“제가 그 단편을 너무 좋아하고 번역하면서 행복했거든요. 펜하임(PEN/Heim) 번역기금 지원을 받으려 샘플 번역을 하는데 용 그림에 눈동자를 딱 찍은 느낌이 들었고, 지원금이 안 나와도 출판이 안 돼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좋은 번역을 경험했기 때문에. 제출할 때 제목을 정해야 해서 그냥 붙인 제목이 임바디먼트였을 뿐이에요.”
―철학용어로 임바디먼트가 ‘체현’(體現)이잖아요. 번역이 개입하면서 의미가 더 풍부해졌어요.
“제가 시스젠더(지정성별) 남성 번역가로서 ‘몸하다’라는 여성의 경험, 작가의 경험, 인물의 경험을 체현하려 한 거죠. 이게 정보라 작가의 힘인 것 같아요. 정보라 작가는 굉장히 좋은 분이고 그의 작품은 제가 아무리 봐도 번역할 수밖에 없는 글이라서 왜 제가 최초의 번역가인지가 신기해요.”
―<저주토끼> 번역 때만 해도 직접 책을 선정해서 작가에게 연락하고, 영미권 출판사를 찾고, 홍보까지 혼자 다 하셨죠.
“정보라 작가님이 제게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같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에이전시, 번역, 피알(PR)을 다 하니까. 고맙지만 이제 그러지 말아야죠. 올해부터는 제가 점점 더 의뢰받기 시작하더라고요. 토르에서 번역 의뢰를 받은 것도 부커상 후보 발표 직전이어서 더 의미가 커요.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네가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편집자가 전자우편을 보내와서, 제가 인생을 잘 살았구나, 괜히 뉴욕·런던을 막 설치고 다닌 게 아니었구나 생각이 들었고 되게 감격스러웠어요.”
―이번 에세이도 번역가로서 자부심이 대단해요.
“아니요. 큰일 났네.(웃음) 사람들이 재수 없다고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저는 특히 2022년에 우리나라에서 강하게 느꼈던 게 뭐냐면, 내가 내 얘기를 하고 다니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냥 제 얘기를 하고 다녀요.”
동포 느낌이지만 국내파입니다
안톤 허는 198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별자리는 양자리, 본명은 허정범. 안톤이라는 이름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했던 소설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어트의 이름에서 따왔다. “탈식민적으로 본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건 너무 현실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재원이었고 가족은 홍콩, 에티오피아, 미국, 타이에서 살았다. 19살 이후로는 한국에서 쭉 살았다. 정작 대학에 갈 때가 되자 아버지는 아들의 유학길을 막았다. 아마 유학 비용 때문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린 시절 소설가가 꿈이던 안톤 허는 영문학에 매력을 느꼈지만, 아버지의 강권으로 법대에 들어갔다. 고려대 법대, 고려대 심리학, 방송통신대 불문학, 서울대 대학원 영문학과까지 4개 학위를 땄다. 2009년 한국문학번역원에 입학해 2010년 여름 졸업하고, 2018년 신경숙의 <리진>을 번역해 출간하기까지 9년 동안 데뷔하지 못하고 ‘죽음의 계곡’이라 일컫는 고통의 시기를 지냈다.
―어린 시절엔 어떤 아이였나요.
“버릇없는 아이였어요. 지금이랑 똑같아요. 엄마가 아주 싫어했어요. 성질이 안 좋다고. 실은 엄마 성격을 많이 닮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본인에 대한 혐오를 나한테 투사한 거예요. 이건 꼭 넣어주세요. 우리 엄마가 재밌어하실 것 같아요.(웃음) 아빠한테 과학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너무 실망하셨어요. 완벽한 이중언어자로 키웠는데 하고 싶다는 게 과학소설 쓰는 거라니. 지금은 대견해하시지만, 지금 그러는 건 별로 의미가 없잖아요. 내가 지원이 필요했던 기간에 지원받았어야죠. 이 얘기도 꼭 써주세요. 아빠도 되게 재밌어하실 거 같아요.(웃음)”
―번역가로 데뷔하기 전에 컴퓨터언어도 배웠다고요.
“저는 그 전에도 정말 잘나가는 통역가였고, 컴퓨터프로그래머였어요. 제 배우자도 직장을 얻기까지 제가 뒷바라지하며 키웠기 때문에 (웃음) 저는 이 일이 재미없어지는 순간 그만둘 거예요.”
―인종차별이나 인권 문제에 민감하시죠. 까다롭지 않다면 일을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요. 그게 더 불편했을 거예요. 내가 동양 사람이라는 걸 숨길 수는 없잖아요. 내가 너무나도 미국스러운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 동포 내러티브를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내 생각을 숨기고 일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이 일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이 일이 아니라면 변호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었겠죠. 판검사가 돼서 권력을 훨씬 가졌겠죠.”
―여러 종류의 차별 가운데서도 여성 인권 이슈를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말씀을 어느 인터뷰에서 하셨는데요.
“그게 논리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어딜 가나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가부장제가 강하죠. 제가 인터뷰하면서 그 말을 했는데 많은 사람이 이 내용을 공유하며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엄마와 많이 싸워도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너무 당연한 마음 아닌가요? (임신중단 이슈에 대해서도) 저는 제가 태어나지 않음으로써 엄마가 더 행복하다면 그걸 택하겠다고 말해요. 내가 이상한 건가? 어떻게 이상한 게 정상이 되고, 정상이어야 하는 게 이상한 것이 되는 건가요. 이게 현대사회고 가부장제의 어떤 파워라고 한다면 너무 슬프죠.”
‘소설가-번역가’ 아닌 ‘번역가-소설가’ 되다
이제 곧 독자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개의 언어로 작품을 쓰는 최초의 한국 작가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미국 대형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의 임프린트 하퍼비아에서 안톤 허의 영문 장편소설이 2024년 7월 나올 예정이고 한국 출판사에서도 한국어 소설을 내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번역에 좀 손댔다가 휘말린 케이스”라고 안톤 허는 스스로를 설명했다. <저주토끼>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에 부커상 후보에 오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안톤 허는 코로나19에 걸려 있었다. 배우자와 함께 그는 감격의 눈물을 터트렸다. “갑작스러워서 아주, 아주 멋진 교통사고를 당하는 느낌이었다”고 그는 책에도 적었다.
―체력적으로 힘들 땐 어떻게 지내세요.
“군복무 중 크게 다쳐서 척추 두 개가 금이 갔고, 양발 뒤꿈치 뼈가 다 바스러져서 (손가락을 보여주며) 이만한 핀을 거의 10개씩 박았어요. 뼈도 이식받았어요. (안톤 허는 상이군경 국가유공자다.) 한국 출판사나 지원 시스템 같은 것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게 있긴 한데 그저 남들만큼 힘든 것 같아요. 다만 제가 모든 걸 걸고 일해왔기에, 앞으론 감정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열심히 일하니까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먹고 잘사는 거긴 해요. 하지만 양날의 칼이죠. 저도 다분히 한국적인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함정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바빠지겠어요.
“지난 3년은 정말 재밌는 해였어요. 2024년 상반기에만 대륙을 넘나드는 출장이 6개예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어느 유명한 포르투갈어 번역가가 비행기 안에서 번역한다고 했는데,제가 ‘이제 당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요즘 저도 번역을 비행기 안에서 해요. 목표는 소설가죠. 어릴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요. 소설가-번역가가 아니라 번역가-소설가, 번역가가 먼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더 하실 말씀은 없나요.
“제 책 많이 사주세요.(웃음)”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천칭자리’는 양쪽 무게의 균형점을 찾아 방황하는 이유진 선임기자가 무겁고도 가볍게 사는 사람을 만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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