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진술 누락’ 이유로 검찰 신문조서 서명 거부…사실상 조사 무효화

오남석 기자 2023. 9. 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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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날인도 거부한 채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은 이날 이 대표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되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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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입장문 통해 “장황하고 말꼬리 잡기식 답변에 조사 차질” 비판
신문조서 서명 안하면 재판에서 증거 능력 없어…조사 무효화 효과
이재명 “증거 하나도 제시 안해…범죄 조작 정치검찰에 연민” 강력 성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날인도 거부한 채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피의자가 서명하지 않으면 이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없어, 사실상 조사 자체를 무효화하는 효과가 있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이날 조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것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날 이 대표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되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에) 누락된 내용을 반영해주겠다고 하는데도 ‘그만 하자’며 나갔다”며 “추석 전에는 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지연 전략이 아니겠냐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신문조서에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조서 열람을 시작했으나, 조서 120쪽 중 40쪽 분량만 확인한 뒤 조서에 서명하지 않고 2시간 40여분 만에 열람을 중단했다.

박 변호사는 “이 대표의 취지가 반영 안 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열람하는 의미가 없었다”며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변호인 자격으로 연구해봐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에서 이 대표의 답변 태도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사전에 약속했고, 피의자의 건강상태를 감안하여 필요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 임한 이 대표의 태도가 앞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던 입장과 달랐다는 얘기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조사에서 검찰의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서면 진술서를 인용했으며, 대부분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 대표는 검찰에 김성태 전 회장이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주 구체적으로 (검찰에) 설명했다”며 “이용 당하는 것을 경계했고, 접근을 아예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800만 불을 받아먹은 사람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재소환을 두고도 검찰과 민주당이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표 측은 조사 도중 오늘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에서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이날 브리핑에서 “충분히 신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 소환까지 요구하는 검찰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이 조사를 지연시켜 추가 소환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 끌기식의 질문이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거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질문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며 “추가 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는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의 제3자뇌물혐의 피의자 신문은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6시 40분까지 약 8시간 동안 진행됐다.

단식 중인 이 대표는 식사를 거른 채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하는 방식으로 조사에 임했다.

오후 7시부터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이 시작됐으나, 이 대표는 “조서에 진술 취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명 날인을 거부하고 2시간 40여분만인 오후 9시 43분쯤 검찰청사 밖으로 나왔다.

이 대표는 수원지검 청사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을 만나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검찰을 강력 성토했다.

이 대표는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 아무 관계 없는 도정 관련 얘기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면서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12일 재출석 요구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냐”며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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