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2.00 투수가 가을 무대까지? 日 투수 기막힌 반전, '오타니 라이벌' 재능 터지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고교 시절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라이벌로 유명세를 탔던 후지나미 신타로(29‧볼티모어)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사는 선수였다. 정작 프로에 와서는 별다른 실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것 자체가 의외라는 평가도 있었다.
돈은 많이 쓸 수 없지만 ‘파이어볼러’가 가지고 싶었던 오클랜드는 후지나미와 1년 총액 325만 달러에 계약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영입해 대박 복권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그 복권에 ‘꽝’이 적힌 것을 확인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공만 빨랐다.
오클랜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지만 부진한 투구에 조기 강판되는 날이 잦았다. 구속은 시속 150㎞대 중‧후반이 찍히는데, 그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았다. 연속 4사구로 속을 썩이는 일이 많았다. 선발은 물론, 불펜에서도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분당 2000회도 채 되지 않는 회전 수는 그의 공인구 적응에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지나미를 로테이션에서 제외한 오클랜드는 그를 볼티모어로 트레이드하며 전력 구상에서도 지워버렸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이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해 보였던 볼티모어가 후지나미를 영입한 건 꽤 의외의 일이었다. 후지나미는 첫 두 달간 평균자책점이 12.00에 이르던 투수였다. 영입 당시 평균자책점도 8.57이었다.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물음표가 달린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후지나미의 스터프에 주목했고, 몇 가지를 수정하면 꽤 괜찮은 불펜 자원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후지나미는 볼티모어 이적 후 안정적인 페이스를 이어 가며 팀 불펜의 주요 전력으로 성장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올 시즌을 끝으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아냥을 받던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요한 몫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로 대반전한 것이다.
후지나미는 볼티모어 이적 후 21경기에 나가 1승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성적도 아니다. 오클랜드 시절 1이닝당 투구 수가 18.16개에 이르렀는데, 볼티모어에서는 15.68개로 줄었다. 볼넷 수치도 9이닝당 5.47개에서 3.68로 줄었고, 그 결과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1.66에서 1.09로 급감했다. 이적 후 피안타율 0.190, WHIP 1.09는 꽤 훌륭한 성적이다.
현지 언론도 후지나미의 투구를 칭찬하고 나섰다. 지역 최대 매체인 ‘볼티모어 선’은 후지나미가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지난 6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 이후 ‘그의 전광석화와 같은 투구는 큰 무대를 위한 매력적인 옵션이다. (접전 상황에서의 등판이 적어) 아직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지나미는 볼티모어에서도 톱클래스의 불펜이 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하고 나섰다.
실제 후지나미의 패스트볼 스터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이다. 평균 구속은 무려 98.4마일(158.4㎞)에 이른다. 불펜에서 전력 투구를 하니 100마일도 꽤 자주 찍는다. 회전 수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평균이 이제 2000회를 넘어섰는데, 최근 회전 수는 시즌 초와 비교해 200~300회가 더 좋아졌다. 원래 익스텐션은 좋았다. 타자들에게 더 위력적인 공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재계약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볼티모어는 후지나미의 스터프에 만족하고 있다. 그렇게 비쌀 선수도 아닌 만큼 계속해서 팀 불펜에 남겨두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볼티모어에서의 활약상을 봤기 때문에 다른 팀들이 FA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볼넷만 줄인다면 9.84개에 이르는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분명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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