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로 8시간 만에 조사 중단한 이재명 "검찰, 증거 하나도 제시 못해"
'변호사비 대납이 대북송금 대납으로' 비판도
검찰 "李 협조 안해 조사 차질... 진술 누락 억지도"
조서 날인 없이 퇴실... 12일 나머지 조사 종결 방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했다. 검찰은 나머지 조사를 위해 12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검찰과 협의해 다시 날짜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오후 7시쯤 “이 대표에 대해 오전 10시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 대표로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조사를 오후 6시40분쯤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사가 시작된 지 약 8시간 만이다. 이 대표 측은 3시간가량 조서 열람을 마친 뒤 오후 9시43분쯤 검찰청을 떠났다.
이 대표는 조사가 끝난 후 청사를 나서며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며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 말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악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의 말, 증거가 되지 않는 정황 이런 걸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후문에 도착해 “정치검찰을 악용해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을 읽고 곧바로 조사실을 향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등 혐의 피의자로 이 대표를 조사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조성 대북 사업 관련 500만 달러, 이 대표 방북 목적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보내도록 지시하고,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혐의다.
검찰 측에선 그간 수사를 전담해온 송민경 부부장검사와 박상용 검사가 A4용지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들고 조사에 나섰고, 이 대표 측에선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가 맞섰다. 검찰은 단식 열흘 째인 이 대표의 사정을 감안해 점심 식사 대신 휴식을 취하고 조사를 이어갔고, 의료진과 구급차도 준비시킨 상태였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와 관련,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A4 용지 8쪽 분량의 검찰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상한 수사: 변호사비 대납이 대북송금 대납으로’라는 제목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다.
민주당 "망신주기식 수사... 당당히 임할 것"
이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조사를 마치지 못한 검찰은 “나머지 조사를 위해 12일 오전 10시30분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 측은 당일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12일 출석 통보에 대해 이 대표는 “제가 무슨 힘이 있겠나.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또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서 다섯번째 든 여섯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이 대표를 추가소환한다고 일방 통보했다”면서 “추가소환을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검찰의 무도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소환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며, 소환 일자는 추후 검찰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조사 종료 후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조사 도중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이 대표가 입장을 바꿔 재출석일자를 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조서 열람 도중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돌아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12일 이 대표에 대한 나머지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혐의와 병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이날까지 대장동·성남FC·백현동·대복송금 의혹 등 4개 사건에 대해 다섯 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올 2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법원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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