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1시간 만에 귀가… 12일 추가 소환엔 거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9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자로 11시간 가량 검찰 조사를 마치고 오후 9시 43분쯤 수원지검 청사에서 나와 귀가했다.
이날 11시간 검찰 조사를 마치고 청사 밖으로 나온 이 대표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조정식, 천준호 민주당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힘없이 걸어온 이 대표는 “그저 전해들었다는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로 조사받느라 시간을 보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발언에 앞서 잠시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발언 이후 차량을 타고 청사 밖으로 나오자 한 지지자가 “이재명 대표님 나오십니다”라고 외쳤고, 이 대표는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재명”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이 대표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다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다시 차량을 타고 수원지검을 떠났다. 이 대표가 떠난 이후에도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다가 차량이 완전히 사라지자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이날 이 대표가 조사 도중 “오늘 조사를 빨리 끝내 달라” “한 차례 더 검찰에 출석해 2회 조사를 받겠다”는 등 계속해서 건강 문제를 호소하면서 검찰은 오후 6시 40분 조사를 중단했다. 오후 7시부터 조서 열람을 시작한 이 대표는 2시간 40분 동안 전체 분량의 3분의 1 정도만 검토한 뒤 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조사에 배석한 박균택(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는 “진술 취지가 분명하게 반영이 안 된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조서를)검토하다가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의 진술이 담긴 조사는 120쪽 정도였다고 한다.
검찰은 남은 조사를 위해 12일 추가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당내 일정이 있어서 출석이 어렵다. 추후에 다시 조사 일정을 정하자”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조사 일정과 관련해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조사를 다 못해서 (검찰이)다시 소환하겠다고 하면 날짜를 협의해 다섯번째든 여섯번째든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조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은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도 오후 8시부터 이 대표를 배웅하기 위해 수원지검으로 속속 모였다. 정청래, 임종성, 장경태, 이학영, 박찬대, 조정식, 천준호, 김영진 의원 등이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 대표의 조서 열람이 늦어지면서 그가 밖으로 나오지 않자, 휴대전화로 시간을 체크하며 청사를 바라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검찰을 향해 “이재명을 내보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수원지검에 출석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다섯 번째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다. 그는 미리 준비한 A4용지 1쪽 짜리 입장문을 낭독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민생파괴,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 조사에 대해 “시간 끌기식 질문과 추가 소환을 통한 망신주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추가 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이 대표가 오늘 검찰 조사에 앞서 심야 조사가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며 “오후 6시에 조사를 마친 뒤 9시 전에 조서 열람 등 절차를 마칠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시종일관 시간끌기식 질문을 하거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며 시간을 지연하고, 이 대표를 추가 소환한다고 일방 통보했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측에서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 지연 책임을 떠넘기며 검찰이 먼저 한 차례 더 출석 요구를 했다고 왜곡해 비난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표 측은 이날 출석에 앞서 종일 조사를 사전 약속했다”며 “피의자 건강상태를 감안해 필요 최소한의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으로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수원지검은 조사 일정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측은 조사 도중 이날 오후 6시까지만 조사 받게 해주면 오는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이 수용했다”면서 “이 대표는 앞서 12일 출석하겠다고 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해 재출석 날짜를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조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수원지검은 “피의자는 조사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대답하지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오는 12일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이사회 의장직 내려놓을 것”
- 동료 여경에게 ‘음란 사진’ 보낸 스토킹 경찰관 징역 2년6개월
- “물병에 소변보고 스태프에게 치우라고…” 드웨인 존슨, 갑질 논란에 한 말
- 법률구조공단 이종엽 이사장 사의 표명
- 하이트진로, 3분기 영업 이익 61.5%↑... “신제품 출시 등 효과”
- “롯데만 협상해달라” 낭만의 김원중이 장발까지 자른 이유는
- “내 딸이 예쁠 리 없어” 아내 불륜 의심한 남편…진짜 결말 따로 있었다
- 韓총리, 개각 관련 “장관들 어떻게 일하는지 대통령과 대화 중”
-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고 살겠다”...댓글로 알려진 수지 선행 뭐길래
- ‘지하수 수질‧가뭄 걱정 해소’…960명 사는 인천 장봉도에 첫 상수도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