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 잔] 해프닝이라고? 클린스만 이름이 그 리스트에 있었다는 게 문제다

김태석 기자 2023. 9. 9. 19: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 나라 모든 축구팬들의 시선이 몰리는 팀이다.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극심한 외풍에도 시달리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약간이라도 삐끗하면 비난이 쇄도한다. 있을 수 있는 실수라도 그처럼 민감하게 반응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비난은, 때로는 팀을 깨뜨리는 엄청난 치명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대표팀을 총괄하는 감독의 책임은 매우 막중하다. 목표를 향해 설정한 플랜대로 뚝심 있게 앞만 보고 달려가도 쉽지 않은 일이다. 축구라는 게 늘 그렇듯 비난은 피할 수 없지만, 되도록 비난을 피해가는 영리한 운영 능력을 보여야 한다. 당연히 거기에는 소위 감독 개인의 처신 역시 포함된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출범 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클린스만호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래서 보기 괴롭다.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갑갑한데,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할 감독이 입술 한 번 떼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잡음이 일어난다. 모두가 알다시피 해외를 떠돌며 개인 용무를 보다 대표팀에 합류해 모양새가 영 좋지도 않은데, 정작 행동을 같이 한 후에도 어이없는 일들이 외부 충격이 되어 대표팀을 뒤흔들고 있으니 더 그렇다.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故 잔루카 비알리를 추도하기 위해 마련된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매치에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자리한 건 실로 충격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으나 클린스만 감독이 이 행사에 함께 하려고 했었던 걸 아예 몰랐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에 의심이 간다는 게 더 문제다. 보통 이런 레전드 매치 행사는 A매치 휴식기에 벌어진다. 빡빡한 리그 일정 중에 이런 이벤트를 추진하는 게 주관하는 처지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가하는 레전드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현업에 종사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이려면 이처럼 리그가 잠깐 중단된 시기가 가장 적당하다. 이런 상황을 클린스만 감독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참가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다? 행사에 참여할지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그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것부터가 문제다. 첼시가 자신들의 공식 행사에, 올지 안 올지 모를 축구계 '거물'의 이름을 마음대로 올려둘 이유가 과연 있을까? 불편한 추측이지만, 도리어 사전에 클린스만 감독이 그 제안을 승낙하고 스케쥴을 조율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게 느껴진다. 한국이나 유럽이나 당사자의 확답 없이 마음대로 행사를 잡는 건 엄청난 실례이기 때문이다.

또한 뉴캐슬이 자리한 잉글랜드 북동부 타인위어 지역이 아닌 450㎞나 떨어진 런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는 소식은, 이 불편한 추측에 더욱 힘을 실리게끔 한다.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전해진 브렌트포트와 첼시의 홈 스탠포드 브릿지간 거리는 20~30㎞에 불과하다. 그래선지 어쩌면 웨일스전에 이겼더라면 정말 참가했을 수도 있겠다는 '웃픈' 생각도 든다. 남들은 몰라도 A매치 기간에 누구보다 바빠야 할 클린스만 감독이 정말 이런 태도와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졌었다면 대표팀의 앞날은 정말 암담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이전 대표팀 감독들이 자리에 물러날 때 기준은 대개 부진한 성적이었다. 때론 과격한 멘트나 실언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으나, 어찌 됐건 마지막 순간 그들을 평가했던 잣대는 성적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거의 모든 감독들이 능력 여부를 떠나 대표팀 감독이라는 본분에 충실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일부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주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그처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클린스만 감독처럼 '워크 에식'과 태도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이게 클린스만호를 바라보는 외부 평가의 본질이다. 축구를 못할 수도 있고, 인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임무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재택 논란은 둘째치고 근무지 이탈까지 걱정해야 했던 감독이 우리 축구사에 과연 누가 있었던가를 생각해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