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에 820명 숨져…취약한 구조물, 인명피해 키웠다(종합3보)
USGS "120년만의 최악 참사"…전문가들 "사망자 더 증가할 듯" 우려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에서 한밤 중에 규모 6.8 지진이 발생해 최소 820명이 숨졌다. 부상자 수도 672명으로 집계됐다.
로이터·AFP통신, CNN과 알자지라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현지시간 8일 오후 11시 11분께 마라케시 남서쪽으로 72km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진은 스페인, 포르투갈과 라바트에서도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USGS는 해당 지진이 120여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최고 규모라고 분석했고, 모로코 국립 지구물리학 연구소 소장은 이날 발생한 지진이 100년 만의 최악의 지진이라고 평가했다.
모로코 국영방송은 내무부의 최신 발표를 인용, 사망자가 820명으로 늘어났으며 67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지 부근에는 주민 17만2000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은 접근성이 낮아 구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 규모가 컸던 이유는 이 지역 상당 수 주민들이 취약한 구조물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또 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며 구호품을 부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피해 지역이 산악 지형에도 위치해 있어 사상자 파악 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발생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도 발생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강도를 고려할때 규모 6에 가까운 여진이 여러 차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의 지진 전문가인 조나단 스튜어트 교수는 5.5~6.0 사이의 여진이 여러차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지진은 올해 초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 대지진보다는 30배 약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했고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총 사망자 수가 1000명에 달할 가능성이 23%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 마라케시 건물 피해…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 파손
이번 지진으로 마라케시 곳곳에서는 피해가 보고됐는데, 지진의 여파로 12세기에 세워진 성벽이 일부가 파손됐고, 그 잔해가 거리 위 도로를 뒤덮었다.
영국 가디언은 마라케시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구시가지의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고 전했고, 현지 방송에서는 모스크 첨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마라케시 중심부에 위치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 도중 대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다.
마라케시는 모로코 중앙부에 있는 제 3의 도시로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다. 마라케시 중심에는 대형 광장인 '제마 엘프나 광장'이 있는데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특히 백종원이 해외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촬영된 뒤 올 상반기에 방영돼 한국에도 많이 소개됐다. 관광명소 인근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외국관광객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마라케시 주민인 이드 와지즈 하산은 로이터통신에 마라케시 구시가지의 일부 주택이 붕괴하면서 현지 주민들은 무거운 구조 장비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일부는 손으로 잔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생존자들 "끔찍했다" 오열…주민 대다수 야외서 밤 지새워
이날 지진 생존자들은 거리 위로 대피해 밤을 지새웠고, 구호대를 기다리던 일부는 맨 손으로 잔해를 치우며 구조 작업에 나섰다.
마라케시 주민이기도 한 언론인 누레딘 바진은 이번 지진이 도시 주민들에게 "갑작스러우면서도 재앙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악몽으로 가득한 끔찍한 밤을 보냈다. 우리는 이런 재난에 익숙하지 않다"면서 "마라케시는 건물들이 무너지기 쉽고, 일부 건물들은 취약해 지진이 아니더라도 무너지기가 쉽다.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 같다"고 전했다.
마라케시에 거주하는 후다 하프시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지는걸 보고 나는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길 한복판에 있는데 아직도 겁이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인 달리라 파헴 역시 "집 곳곳에 균열이 생겨나 가구가 파손됐다"면서 "다행히도 나는 아직 잠에 들지 않았다"고 흐느꼈다.
진원지 인근 아스니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 몬타시르 이트리는 자신의 마을에 있던 집 대부분이 지진의 영향으로 부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웃들이 잔해에 깔려 있어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이용해 구조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타루단트 부근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하미드 아프카르는 "지진 발생 당시 2층에서 아래층으로 급히 내려올 때 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혔다. 땅이 약 20초동안 강하게 흔들렸다"면서 안전을 위해 집에서 대피 중이라 전했다.
◇ 세계 지도자들, 모로코에 위로전…푸틴·젤렌스키·마크롱 "희생자들 애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위로전을 보냈다.
로이터AFP통신과 리아노보스티(RIA)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에게 "모로코 중부 지역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지진의 비극적인 결과와 관련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호적인 모로코 국민들의 경험과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희생자 가족과 친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마라케시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지진으로 희생된 모로코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이 비극적인 시기에 모로코와 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끔찍한 모로코 지진에 대해 상심하고 있다면서 구호 활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모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기리며 "이번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은 "끔찍한 지진을 겪은 모로코 국민들을 애도한다"고 말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모로코의 지진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며 위로전을 보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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