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듯 설치해 기후회복"…일론 머스크도 꽂힌 DAC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없앤다. 이를 통해 탄소로 인한 지구의 기온을 과거로 되돌린다"
SF영화에 나오는 기술이 아니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술이다. DAC(Direct Air Capture·대기 중 탄소직접포집)의 이야기다.
DAC는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만 분리해 수집하는 기술로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중 하나로 분류된다. 통상 CCUS가 발전소 등 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활용되는 반면 DAC는 탄소 농도가 낮은 일반 환경에서 활용된다는 점만 다르다. 두 기술 모두 탄소를 제거(CDR)하지만 CCUS가 배출량 감소에 집중하는 반면 DAC는 발생한 탄소를 제거해 기후 '회복'을 돕는다는 점에서 DAC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먼저 DAC는 거대한 송풍장치(팬)를 사용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공기가 일정 수준의 압력으로 흡착제를 통과해야 이산화탄소가 포집될 수 있어서다. 또 일반 대기의 탄소 농도는 0.04%에 불과해 DAC가 일정량의 탄소 포집을 위해서는 발전소 등에 활용되는 CCUS보다 더 많은 공기를 끌어모아야 한다.
끌어모은 공기는 흡착제를 통과시키며 이산화탄소만 걸러낸다. 흡착제는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은 암모니아 기반 유기화합물인 '아민'을 반응시켜 포집하고, 습식은 탄소를 물에 녹인 뒤 염기성 수용액을 활용해 포집한다. 최근에는 흡착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정이 단순한 건식 설비들이 주목받고 있다.
DAC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먼저 포집을 위해 전기와 열이 필요하다. 송풍장치를 통해 계속해서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고 흡착 과정도 습식은 900도, 건식은 80~120도 이뤄져야 한다. 열·전기를 위해 화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탄소 포집을 위해 탄소를 발생시키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밖에 DAC 포집 과정에 필요한 냉각수(습식), 토지 사용 문제도 한계로 거론된다.
DAC 기업들은 탄소를 포집해 탄소배출권(탄소크레딧)을 획득하고 이를 기업에 팔아 수익을 낸다. 다만 아직까지 민간의 자발적 탄소거래소에서만 DAC의 탄소감축을 인정해주고 있다. DAC의 탄소배출권 구매가 아직까지 후원의 성격을 띠는 이유다. 이에 유럽기후거래소(ECX) 등은 DAC를 통한 탄소 감축량 표준을 만들어 제도권(규제적) 탄소거래소에서도 거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재정지원을 늘리는 모습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DAC 설비가 포집하는 탄소에 톤당 최대 18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설비 건설을 위한 보조금 역시 35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4개의 DAC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나 부호들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은 자발적 탄소거래소를 통해 DAC 기업들의 탄소배출권을 1톤당 600달러의 고액에 구매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X프라이즈를 통해 DAC 관련 기술 개발대회를 열고 상금 1억달러를 후원했고, 빌 게이츠는 DAC 스타트업 서스테라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우리나라도 DAC를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로 선정해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145조원을 투입하는 기후테크 벤처·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DAC 기업들도 포함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대학들과 함께 DAC 기술 전담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업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DAC 기술이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성공한다면 탄소중립의 활로를 여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DAC가 탄소중립을 위한 문샷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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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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