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패무무' 클린스만은 무엇을 봤나..."내가 3월에 온 뒤로 팀이 달라졌다"

고성환 2023. 9. 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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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임 후 5경기째 승리가 없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웨일스와도 답답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다.
[사진] 웨일스전이 끝난 뒤 허탈한 표정의 주장 손흥민.

[OSEN=고성환 기자] "지난 3월 내가 첫 경기를 치른 뒤로 팀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첫 승 사냥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대표팀은 지난 3월 그가 부임한 뒤 5경기에서 3무 2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 최악의 출발이다. 한국이 지난 1992년 김호 감독을 선임하며 전임 감독제를 실시한 지 31년간이 흘렀지만, 그간 부임 후 첫 5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4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고, 홍명보 감독과 신태용 감독도 5번째 경기에서는 승리를 따냈다.

[사진] 경기 후 아쉬워하는 손흥민.
[사진] 웨일스전 골문을 지켰던 골키퍼 김승규.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에서도 승리에 실패하면서 반길 수 없는 새 기록을 세웠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영국 'BBC'는 "한국은 더 많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은 홈팀 웨일스였다"라며 "한국은 주장 손흥민과 황인범의 먼 거리 슈팅뿐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팀은 웨일스였다"라고 평가했다.

초반부터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축구가 계속됐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강조하던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가는 빌드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의 색깔은 지워졌지만, 보고 싶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색채는 이번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중원이 완전히 삭제됐다. 황인범과 박용우를 활용해 허리에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약속된 플레이는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김민재가 일단 최전방으로 길게 패스하고 보는 게 주요 루트로 보일 정도였다. 물론 직선적인 롱볼 전술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5백이 촘촘히 자리한 웨일스 수비 상대로는 효과적일 리 없었다.

그나마 손흥민의 개인 기량만 이따금 돋보였을 뿐이었다. 답답한 표정을 지은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들어 황희찬, 황의조, 양현준 등을 대거 투입했지만, 바뀐 건 없었다.

목적을 알기 어려운 플레이만 계속됐고, 오히려 웨일스의 간헐적인 역습에 위기를 맞았다. 후반 20분 상대의 결정적 헤더가 골대에 맞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그대로 패했을 경기였다. 이날 90분 동안 한국이 남긴 기록은 점유율 61%, 수비벽에 막힌 슈팅 포함 슈팅 4회, 유효슈팅 1회, 박스 안 슈팅 0회로 처참했다.

[사진] 웨일스전 선발로 나선 한국 대표팀 11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웨일스전에 출전한 김민재(좌)와 황희찬(우).

역대급 멤버와 함께 만든 결과이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클린스만호에는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 양현준(이상 셀틱),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황의조(노리치),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유럽파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라 불러도 손색없는 선수 명단이다. 게다가 해외파 선수들은 지난 주말 유럽 무대를 휩쓸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주장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터트렸고, 황희찬은 시즌 2호 골을 신고했다. 또한 홍현석은 멀티골을, 조규성은 덴마크 무대 첫 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대표팀에선 하나같이 침묵에 빠지고 말았다.

상대가 웨일스였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한다. 웨일스는 최근 13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두며 부진에 빠진 팀이다. 게다가 롭 페이지 감독은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 예선 탈락 위기에 빠지며 경질설에도 휩싸였다. 심지어 그는 중요한 라트비아 원정을 앞두고 한국전을 치르고 싶지 않다며 총력을 다하지 않기까지 했지만, 그마저도 클린스만호에겐 넘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그는 "우리에게 매우 좋은 테스트였다. 나는 선수들이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는 5백으로 나섰고, 깨기 어려웠다. 우리는 팀으로서 발전하고 성장하길 원한다. 모든 경기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친선경기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난 3월 내가 첫 경기를 치른 뒤로 팀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은 지난 3월 콜롬비아와 2-2로 비긴 경기였다. 이번 웨일스전과 마찬가지로 결과는 무승부지만, 경기력은 오히려 그때가 좋았다. 수비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은 있었으나 기본적인 빌드업부터 공격 전개의 수준이 달랐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팀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본인 스스로 팀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을 리는 없으니 무언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의 답답한 경기들에서 무엇을 봤을까.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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