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벌써 괴로워, 몇십년은 고문”…‘칼부림’ 최원종이 보낸 편지

이로원 2023. 9. 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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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자필 편지 보낸 최원종
“정신 무너지고, 고문 받는 기분”…감형 노리나
전문가들 “본인에 유리한 말만 반복…영웅 심리도 엿보여”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2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내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원종(22)이 한 매체에 자필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그러나 이를 접한 전문가들은 최 씨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놔 주목된다.

지난 달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달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조선일보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최 씨가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자사 편집국 앞으로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편지의 진위와 관련해 매체는 “최 씨가 보낸 편지로 추정된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편지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지며 대화가 단절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당시 저는 마치 나무의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포도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처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 씨는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한 뒤부터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가담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언제든지 살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남은 인생 동안이라도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최 씨가 지난 달 10일 성남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 씨는 “피해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편지에는 범행을 후회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며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자퇴 이후 여러 번 실망을 시켰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를 보여줘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적었다. 덧붙여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라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해당 매체를 통해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히 알고 자기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인기피증을 앓아왔음을 상당 분량의 편지지를 할애해 적은 것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편지에 일종의 ‘영웅심리’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범인 조선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내용상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면서 “소영웅주의적인 과대망상”이라고 했다.

또한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영향 전파하고 싶다”는 글귀는 반성과는 무관한 영웅심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구치소 생활이 벌써 괴롭다” “이 생활을 몇십년 더 해야 한다니 고문받는 기분”이라는 언급은 최 씨가 반성보다 감형에 더 관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앞서 최 씨는 지난 달 3일 오후 5시 56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한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에게 휘둘렀다.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로원 (blis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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