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스타워즈…우주 탐사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겨레 2023. 9. 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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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구정은의 현실 지구][한겨레S] 구정은의 현실지구
우주 개발 르네상스
인도, 달 남극 최초 착륙 ‘기염’
미·러·유럽 등 선발국에 도전장
세계 각국에 우주기구 70여곳
한국도 1t 이상 발사국 대열에
지난달 5일 달 궤도에 진입 중인 인도 찬드라얀 3호가 바라본 달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7월 달 남극에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도가 그다음 계획으로 태양 탐사에 도전한다. 중국의 ‘우주굴기’에 인도도 도전장을 내밀고 우주경쟁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 소행성 탐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존재감을 과시한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우주부 산하 기구이지만 총리가 직접 관할하며, 우주부의 수장이 아이에스알오의 의장을 맡는다. 아이에스알오는 완전한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극저온 엔진을 제작할 수 있으며 대규모 인공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우주기관 중 하나다.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는 많지만, 승무원 없이 탐사선을 연착륙시킨 것은 미국과 러시아(소련), 중국에 이어 인도가 4번째다.

‘인공위성 제작 가능’ 30여개국뿐

인도의 우주개발 꿈은 오래됐다. 1962년 자와할랄 네루 집권 시절에 정부 산하에 국립우주연구위원회(INCOSPAR)를 만들었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7년 뒤 우주연구기구로 재탄생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개발에 몰두하던 시절이었다. 1975년 첫 인공위성 아리아바타를 발사했지만 이때만 해도 발사대 시설이 없어 소련의 도움을 받았다. 1980년대와 90년대 약진의 기간을 거쳐,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격 감지 위성들을 보유하고 가간(GAGAN) 등의 자체 위성 항법시스템을 운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찬드라얀3의 성공을 비롯해 이미 달에 세차례, 화성에 한차례 탐사선을 보냈다.

지난 7월14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에서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솟아오르고 있다. 찬드라얀 3호는 발사 40일 만인 지난달 23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제공

아이에스알오는 아마다바드의 물리연구소, 가단키에 있는 대기연구소, 고등교육기관인 우주과학기술연구소(IIST) 같은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기술을 민간에 판매하고 수출하는 안트릭스, 뉴스페이스인디아 같은 상업부문도 보유하고 있다. 핵심 시설은 탐사선이 날아오른 비크람 우주센터다.

국가적 차원의 우주 연구를 시작한 뒤 맨 처음에 한 일이 인도 남부 툼바에 적도로켓발사소(TERLS)를 만든 것이다. 적도 위에 있는 이곳은 기상 연구와 상층 대기 연구를 위한 로켓 발사 장소로 선택됐다. 1963년 여기서 처음 발사된 로켓은 미국산이었다. 하지만 4년 만에 인도가 설계하고 제작한 최초의 로켓인 로히니(RH)-75가 날아올랐다. 인도 항공우주개발의 아버지인 물리학자 비크람 사라바이가 1971년 사망한 뒤 그의 이름을 따 우주센터 이름이 다시 붙여졌다. 인도 우주연구기구에서 유인 우주탐사 연구를 이끌던 우니크리슈난 나이르가 지난해부터 비크람의 발사 프로그램들을 총괄하고 있다.

유엔우주업무사무국(UNOOSA)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 같은 지역기구나 스페이스엑스 등의 민간회사를 빼고 정부 산하 우주개발 기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41개국에 이른다. 북한 우주개발국처럼 유엔에 등록되지 않은 기구와 민간기업까지 합치면 세계에 70개가 넘는 우주기구가 있다. 우주탐사 전담기구를 둔 역사로 치면 옛소련의 코스미체스카야(1956년 설립)에서부터 출발한 러시아가 가장 오래됐다. 그 뒤로 미국에 이어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프랑스가 인도보다 1년 빠른 1961년 관련 기구를 출범시켰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 페루, 사우디아라비아도 출발이 빨랐다.

그러나 인공위성 제작 능력까지 갖춘 나라는 30여개국뿐이며, 어느 나라 우주선을 이용했든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는 32개국에 그치고 있다. 인공위성을 자체 제작할 수 있고 재사용 우주발사체를 회수할 능력까지 가진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6개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우주국이 이 리스트에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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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케냐도 우주로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종합관제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냉전 시기 ‘스푸트니크 쇼크’가 열어젖힌 미-소 간 우주경쟁은 신흥국들과 민간의 참여로 몇차례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냉전이 끝나고 중국이 부상한 뒤 우주경쟁의 2막, 3막이 연이어 펼쳐지는 중이다. 우주로 나아갈 계획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후속 주자들은 누구일까. 미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은 각국의 우주 프로그램을 취합해 웹사이트에 공개한다. 로켓크루닷컴은 국가 차원 우주 프로그램을 가진 나라 중에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이란, 이스라엘, 케냐, 우크라이나 그리고 남북한을 꼽았다. 한국은 지난해 누리호 발사를 통해 1t 이상 나가는 탑재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 클럽’의 7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2022년 우주 예산을 많이 쓴 나라는 미·중·일·러·프랑스·독일에 이어 인도, 이탈리아, 영국, 한국 순이었다.

몇년 새 돋보인 또 다른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다. 2020년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 이름 그대로 희망을 쏘아 올렸다. 발사는 일본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했고 한국 연구진도 개발을 도왔다. 교육고등기술부의 여성 장관 사라 아미리가 우주청장을 겸하며 아랍 세계의 변화를 세계에 상징적으로 알리고 있다. 우주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 2015년이니 햇수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화성에 이어 달 탐사와 소행성 탐사, 우주관광 등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들의 우주계획은 대개 유럽우주국의 미션들 속에서 이뤄져왔다. 브라질의 경우도 2004년 자체 로켓을 쏘아 올린 뒤 미국 항공우주국의 2025년 달 유인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등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노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1980년대에 첫 위성을 쏘아 올렸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인도, 러시아 우주당국과도 전방위로 협력해왔다. 정부 산하 우주기구와 별개로 2025년까지 달에 소형 착륙선 2대를 안착시키는 ‘베레시트2’라는 민간 탐사 계획이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케냐가 앞서나간다. 동아프리카의 케냐는 적도권에 있고 동쪽으로는 인도양과 접해 있어, 궤도에 위성을 효율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우주기지의 지리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동부 해안의 말린디 인근에 브롤리오 우주센터가 있는데,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와 케냐 양쪽의 협정을 통해 설치됐다. 1970년 이곳에서 ‘우후루’라는 이름의 연구용 위성이 발사됐다. 이탈리아로부터 우주센터를 넘겨받아 케냐 정부가 상업적 우주프로그램을 만들려 애썼지만, 양국 간 갈등 때문에 무산됐다. 하지만 그 뒤로도 이탈리아, 나중에는 우크라이나 등과 로켓 발사 장비와 위성 조립 시설 개발을 진행했으며 2018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초소형 위성인 큐브샛을 발사했다.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

신문기자로 오래 일했고,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10년 후 세계사’ 등의 책을 냈다.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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