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재수사 아냐" 자신했는데…'장하원 영장 기각'에 검찰 당혹

서상혁 기자 정지윤 기자 2023. 9. 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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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3대 펀드 재수사' 삐걱대나 우려도
남부지검 관계자 "조만간 계획 세울 것"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스커버리펀드 신속한 재 분쟁조정 및 라임펀드 분쟁조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3.9.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정지윤 기자 = 이른바 '3대 펀드'(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기를 재수사 중인 검찰이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실패했다. 3대 펀드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의 핵심 의혹은 부실 펀드를 판매해 2600여억원의 환매 중단 피해를 야기한 것이다.

장 대표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이며, 디스커버리 사태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디스커버리는 라임, 옵티머스와 함께 문재인 정부 시절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3대 펀드이다. 장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3대 펀드 재수사가 삐걱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뼈 아픈' 기각…"충분한 소명 부족"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무등록 금융투자업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수재) 혐의를 받는 장 대표 등 3명에 대해 지난 5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6년 1월부터 3년간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고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특정 채권에 투자하면서 펀드를 운용하고, 특정 펀드의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 자금으로 돌려막은 혐의 등을 받는다.

애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이었다. 전날(8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장 대표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관계자 등 2명의 구속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보이고, 일부 혐의에 대해선 충분한 소명이 부족해 피의자의 방어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관련한 형사 사건도 진행 중이어서 이미 상당 증거가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특히 법원이 '일부 혐의에 대해 소명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검찰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검찰의 증거가 불충분했다'거나 '수사가 부족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장 대표 등 관련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던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남부지검 고위 관계자는 앞서 7월 기자들과 만나 "(디스커버리 재수사는) 막연한 재수사가 아니다. 혐의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지난 정부 때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 사태를 재수사하고 있는데 이중 디스커버리 펀드의 수사 속도가 가장 빨랐다. 검찰이 지난 5일 청구한 장 대표의 구속 영장은 검찰의 '3대 펀드 재수사' 방향을 가늠할 척도였던 셈이다.

남부지검은 7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자금 일부가 흘러간 곳으로 지목된 모 건설사를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31일엔 장 대표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서 '펀드 돌려막기 정황'을 확인했다는 검사 결과도 발표했다.

◇신임 김유철 지검장의 어깨 무거울 듯

하지만 장 대표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재수사 동력이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디스커버리뿐 아니라 라임과 옵티머스 등 다른 펀드 수사에도 영향을 미쳐 검찰 수사에 난항이 예고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장 대표 영장 기각 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검찰은 디스커버리 관련 재판에서 이미 한 차례 쓴맛을 보기도 했다. 장 대표는 1000억원대 부실 펀드를 판매한 뒤 환매를 중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해 장 대표를 구속됐지만 같은해 12월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 영장이 발부되려면 범죄 혐의가 상당해야 하는데, '소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표현을 봐선 범죄 혐의가 상당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이번엔 아예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이 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결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는 뜻인 만큼,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 대표의 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조만간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원론적인 의견을 냈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일 부임한 김유철 신임 서울남부지검장(54·29기)의 최대 과제가 '3대 펀드 재수사'로 꼽힐 만큼 김 지검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검장은 8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지검장으로부터 (주요 사건 목록인) 10여건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며 "3대 펀드 재수사도 그 10여건에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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