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시달리던 대전교사 발인식…유족들 “죽어도 못보낸다” 오열

장례식장서 발인, 학교 둘러보고 장지로
학부모와 학생, 동료 등 많은 인파 몰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발인식이 9일 열렸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등진 40대 초등학교 교사 A 씨의 발인식이 9일 대전 서구의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례식에서는 A 씨의 두 자녀와 남동생 등 가족들이 자리했다. 빈소에서는 계속해서 곡소리만 흘러나왔다.

발인식에서 A씨의 영정을 든 것은 남동생 B씨였다. 남동생 뒤를 이어 양손에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있던 A씨 남편이 눈물을 삼킨 채 관이 있는 곳까지 향했다.

눈앞에 관이 나타나자 유족들은 크게 탄식했다. A씨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그저 관을 붙들고 섰다. 온몸으로 관을 감싸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관을 붙들고 목놓아 울었다.

운구차에 관이 실리자 A씨의 어머니는 관을 부여잡고서 "죽어도 못 보낸다"고 오열했다. 두 어머니가 한참을 관에서 손을 놓지 못하자, 다른 유족들도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연방 닦아내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관을 실은 운구 차량은 A씨가 생전 재직했던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로 향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수많은 인파가 이날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이었다.

운동장에 A씨 운구 차량이 들어서자 오열하는 소리가 운동장에 가득찼다. 학교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A씨 영정사진을 든 유족은 학교 건물 안으로 향했고, A씨가 담임을 맡았던 5학년 교실로도 들어섰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발인식이 9일 열렸다. [연합]

A씨 책상엔 꽃이 가득했고, 칠판에는 A 씨를 그리워하는 반 학생들의 마지막 인사가 적혀 있었다. 문구는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등으로 다양했다. 같은 반 학생들과 학부모도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던 A 교사의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마주하고선 눈물을 쏟았다. 학부모들은 "너무 화가 난다"거나 "절대 용서 못 한다"며 소리쳤다.

A씨의 마지막 길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온 사람, 배웅하기 위해 수술 후 회복도 하기 전에 나온 사람, 지역주민, 학부모, 예전 학부모, 학생들까지 A씨를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마지막 인사에 참여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후께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발인식이 9일 열렸다. A씨가 생전 재직했던 초등학교에 몰린 인파. [연합]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