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불 선뜻 내놓은 尹대통령, '녹색 사다리' 무슨 전략?
윤석열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녹색 사다리'다. 자체적으로는 녹색기술 개발 여력이 안되는 나라, 재정·금융·인프라 지원 없이는 기후대응 체제를 갖추는 게 어려운 나라들에 대한민국이 나서서 돕겠다는 얘기다. 70년 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답게 신흥국과 선진국 간에 간극을 메우면서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워온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과 기여다. 아울러 우리 수출시장 확대 전략과도 맥이 닿았다.
윤 대통령은 9일 인도 뉴델리에서 G20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인 '하나의 지구'에 참석했다. '하나의 지구'는 회원국 정상들이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전환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다. 윤 대통령은 이 세션에서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불을 추가로 공여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녹색기술 협력,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GCF 3억 달러 추가 공여는 우리나라의 지난 공여액의 150% 규모다. 우리나라는 GCF가 설립된 2013년에 1억 달러, 1차 재원 보충이 이뤄졌던 2020~2023년에 2억 달러를 공여했는데 이번에 3억 달러(2024~2027년 2차 재원 보충)를 또 내겠다는 얘기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9일 현지 브리핑에서 "공여 의무가 없는 국가들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키워드로 삼은 '녹색 사다리'는 나라별 문제해결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접근법이 다르다. 최 수석은 "선진국은 '2050 글로벌 탄소중립' 등 높은 수준의 목표 설정과 이행을 추진하지만 신흥국은 산업발전 과정에서 (선진국의) 책임을 지적하면서 선진국들의 기후재원 기여를 강도높게 주장한다"며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의 대응 노력을 돕는 녹색 사다리 역할을 천명하면서 주요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번 G20 정상 공동선언문에도 회원국들의 GCF 공여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의 문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녹색성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도 깔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8일 현지 브리핑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세 가지 주요 기구와 연구소를 전부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거나 주요 지부 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하고 있다"며 "2010년도 당시에 시작되었던 녹색성장, 세계 기후변화 주도권의 위치를 한국이 지금 다시 차지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글로벌 차원에서 수행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된다"고 했다. GCF, 즉 녹색기후기금은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 있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는 서울에 있으며 기후기술 센터네트워크(CTCN)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부가 있지만 해외사무소가 처음으로 송도에 개설됐다.
녹색기술 협력의 경우 우리나라가 총력을 기울이는 원전, 특히 소형원자로(SMR) 부문과 수소에너지에 방점이 찍혔다. 김 차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력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발생감축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희망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수소차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대표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소 산업의 글로벌 확산을 주도하면서 탄소중립 추진과 새로운 수출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녹색해운항로 구축 역시 우리 수출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녹색해운항로란 선박을 운항하거나 항만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탈탄소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최 수석은 "운송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미래 우리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국제해운의 탈탄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김 차장은 "한미 간의 녹색해운항로 구축 협력 선언이 작년 12월에 일어났는데 그 이후에 한미가 주축이 되어서 친환경 연료 사용, 친환경 인프라 항만 기반 구축에 관한 사전타당성조사 (등을 진행하고), 올해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한미가 함께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한국형 친환경 해운 솔루션 확산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으로서의 글로벌 위상을 제고하고 관련 분야의 신산업,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두 번째 세션 '하나의 가족'에 참석한다. 10일에는 세 번째 세션 '하나의 미래'에 참석한다. '하나의 지구' 세션에서는 참석 정상들이 모두 발언하고 나머지 세션 중에서는 하나를 고르는 방식인데 윤 대통령은 '하나의 미래'를 선택했다. '하나의 가족'은 보건, 여성, 교육 이슈를 '하나의 미래'는 디지털 혁신과 다자주의, 개혁 등을 논의한다.
뉴델리(인도)=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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