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녹색기후기금에 3억 달러 출연... 개도국 사다리 역할하겠다”

뉴델리/최경운 기자 2023. 9. 9. 17: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델리 G20 정상회의서 밝혀
“원전·수소 기술로 청정 에너지 전환”
“녹색 해운 항로 구축해 바다 위 탈탄소도”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에 3억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의 원전 및 수소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나라와 협력하고, 친환경 녹색 해운 항로 구축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개도국에 녹색 사다리 역할하겠다”

윤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 제1 세션(‘하나의 지구’)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녹색기후기금에 3억 달러를 추가로 공여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 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 변화로 인한 천재지변은 세계 각지에서 시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위기는 국제사회 전체의 강력한 연대와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G20은 기후 위기 대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했다. 혼자서는 녹색 기술을 개발할 수 없거나 재정, 금융, 인프라 지원 없이는 선진국 수준의 기후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이 어려운 나라에 한국이 앞장서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온실 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UN) 기후 변화 협약에 따라 만들어졌다.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기구와 기금 설립이 승인됐고, 2012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두기로 결정해 2013년 입주했다. GCF 출범 첫해인 2013년에 103억 달러가 재원으로 조성됐고, 당시 한국은 1억 달러를 출연했다. 이후 2020~2023년 한차례 재원 보충을 했고 이때 한국이 2억 달러를 출연하는 등 총 100억 달러가 추가로 조성됐다. 2차 재원 보충이 추진되는 2024~2027년에 한국이 지금까지 출연한 3억 달러에 더해 추가로 3억 달러를 더 출연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수소에너지 기술력으로 탈탄소 주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에너지 산업 인프라 역량을 활용해 기후 위기 극복과 청정 에너지 전환을 돕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녹색 기술과 경험을 확산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지난해 한국에 개소한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사무소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후기금(GCF)과 함께 녹색 기술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세계 3대 기구 가운데 녹색기후기금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는 사무국을 각각 인천과 서울에 두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 도 작년에 인천 송도에 해외 사무소를 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후 변화 관련 주요 기구가 한국에 사무국이나 지부를 둔 만큼 2010년 한국이 시작한 녹색성장과 세계 기후 변화 이슈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은 원자력 발전과 수소 에너지를 중심으로 청정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가들과 적극적인 원전 협력을 희망한다”고 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차를 운행하는 대한민국은 수소경제 선도를 위해 생산과 활용 전 주기에 걸쳐 기술 협력과 국제 표준 수립을 위한 글로벌 협업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수소차 보급 대수도 3만대에 육박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7월25일(현지시각)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로도스에서 대피하는 한 주민. /연합뉴스

◇“녹색 해운 항로 구축해 바다 위 탈탄소 기여”

윤 대통령은 또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 해운(海運)의 탈탄소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제 해운의 탈탄소화로 가는 열쇠는 녹색 해운 항로의 구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저탄소, 무탄소 선박 개발과 친환경 항만 인프라 구축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해운 솔루션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주도할 친환경 해운 솔루션은 지구 각지의 항구를 녹색 항로로 연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녹색 해운 항로(Green shipping Corridor)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무탄소 선박을 항로에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작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미국, 노르웨이 등 14국 대표와 함께 녹색 해운 목표 선언을 하고 부산과 미국 서부 시애틀·타코마항을 연결하는 항로에 무탄소 선박을 투입하는 등 녹색 해운 항로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가 주축이 되어서 친환경 연료 사용, 친환경 인프라 항만 기반 구축에 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양국이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과천 복합충전소 모습. 이곳에선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기후 위기 극복과 청정에너지 전환 구축에 대한 기여 의지를 밝힌 것은 세계 각지에서 기후 위기가 “재앙(catastrophes)”이라 불릴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폭풍 등이 지구를 덮치면서 기후 위기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가 초반 폭염으로 인한 온열 환자 발생으로 중단 위기에 처했던 것도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렀다. 이번 G20이 열리는 뉴델리도 지난 7월 폭우로 홍수 사태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후 위기가 ‘화석 연료’ 사용이 없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후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 손실과 경제적 비용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간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후 변화의 파괴적 힘이 올해처럼 광범위하게 세계적으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간 대응 능력 강화와 개발도상국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출연, 그리고 탈탄소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적·산업적 역량을 통해 기후 위기 탈출에 기여하고 신성장 산업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게 윤 대통령 구상”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