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보내 "외침에 오열…눈물바다된 대전 교사 떠나는 길

강수환 2023. 9.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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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서 발인 뒤 재직 학교 운동장·교실 둘러보고 장지로
지역 주민·학부모·학생 수백명, 고인 떠나는 마지막 길 배웅
눈물바다 된 초등학교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운구 차량이 9일 오전 생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들어서자, 운동장에 모인 학부모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3.9.9 swan@yna.co.kr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아동학대 혐의를 벗기 위해 외롭게 고군분투하던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 40대 A씨의 발인식이 9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눈물을 겨우 참아내던 가족들은 작은 몸에 상복을 입고 어머니인 A씨 영정사진 앞에 선 어린 두 자녀 앞에서 결국 무너져내렸다.

오열하는 가족들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어린 막내딸의 표정을 본 유족의 가슴은 더욱더 시리기만 했다.

빈소에서는 계속해서 곡소리만 흘러나왔다.

밝은 미소로 웃고 있는 누나의 영정사진을 든 A씨 남동생의 얼굴 속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동생 뒤를 이어 양손에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있던 A씨 남편이 눈물을 삼킨 채 관이 있는 곳까지 향했다.

눈앞에 관이 나타나자 유족들의 탄식은 더 커졌다.

A씨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그저 관을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온몸으로 관을 감싸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관을 붙들고 목 놓아 울었다.

운구차에 관이 실리자 A씨 어머니는 관을 부여잡은 채로 "죽어도 못 보낸다" 오열했다.

'못 보낸다, 내 딸'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떠난 대전 초등 교사의 발인식이 9일 오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3.9.9 swan@yna.co.kr

두 어머니가 한참을 관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동안 다른 유족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공간을 감싸고 있는 슬픔의 무게에 그 누구도 어떠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A씨의 관을 실은 운구 차량은 A씨가 생전 재직했던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로 향했다.

야속하리만치 화창한 하늘 아래에 검은색 옷을 입은 수많은 인파가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이었다.

운동장에 A씨 운구 차량이 들어서자 운동장은 순식간에 슬픔으로 가득 찼다.

오열하는 소리가 운동장을 퍼져나갔다.

학교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A씨 영정사진을 든 유족은 학교 건물 안으로 향했다.

A씨가 수없이 드나들던 학교 복도, 계단을 지나 담임을 맡았던 5학년 교실로 들어섰다.

A씨 책상엔 꽃이 가득했고, 칠판에는 A씨를 그리워하는 반 학생들의 마지막 인사가 적혀 있었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눈물 흘리는 대전 교사의 유족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9.9 swan@yna.co.kr

생전 아내가 사랑했던 일터를 처음 마주하게 된 A씨 남편의 눈에서는 끝끝내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A씨를 좋아하고 존경했던 반 학생들의 흔적과 그리움을 마주하자 유족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같은 반 학생들과 학부모도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던 A 교사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마주하게 되자 눈물을 쏟아냈다.

교사로서 책임감과 열정을 쏟아냈던 A씨의 마지막 교실은 슬픔이 그대로 멈춘 듯했다.

다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교실과 작별 인사를 한 A씨 영정사진이 다시 복도로 나오자 학부모들은 가해 학부모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학부모들은 "너무 화가 난다"거나 "절대 용서 못 한다"며 오열하고 소리쳤다.

A씨 영정사진이 다시 운구차에 실리고 운구차가 운동장을 빠져나가려고 하자 A씨 어머니는 다시 운구 차량을 붙들었다.

차량에 얼굴을 파묻고 딸을 보낼 수 없는 A씨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시민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이 좋아하는 학교도 더는 못 보고…"

슬픔에 잠긴 교실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9.9 swan@yna.co.kr

운구 차량이 마지막으로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학교를 빠져나가자 A씨 어머니는 다시 한번 오열했다.

A씨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게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온 사람, 배웅하기 위해 수술 후 회복도 하기 전에 나온 사람, 지역 주민, 학부모, 예전 학부모, 학생들까지 A씨를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뜨거운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후께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공간 앞에서 오열하는 유족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 앞에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9.9 swan@yna.co.kr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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