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마그나는 왜 헝가리로 가나
헝가리에 생산공장 건설…유럽 공략 교두보
전기차 핵심 기술 확보…빠른 실적 개선 기대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LG 전장사업의 '삼각편대'
LG그룹은 전장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기존 태양광과 모바일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열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 전장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그룹 전장사업의 핵심에 있습니다.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부문이 그룹의 전장사업을 담당합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뉩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용 조명 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입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LG전자 VS사업부문이, 차량용 조명 시스템은 ZKW가,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담당합니다.
ZKW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헤드램프 제조사입니다. 이를 LG전자가 2018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했습니다. 당시 LG전자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습니다. ZKW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거래처로 두고 있습니다. 공급하는 제품도 주로 프리미엄 제품군입니다. 그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습니다. 장기적으로 전장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LG그룹에게 딱 맞는 매물이었습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합작사입니다. 2021년 LG전자와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체 마그나가 손잡고 만든 곳입니다. LG마그나는 LG전자가 51%, 마그나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보유한 구동모터 및 인버터 제조 경쟁력과 마그나의 동력 부품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미미하지만
LG전자 VS사업부문 실적은 어떨까요.
LG전자 VS사업부문 매출액은 꾸준한 증가세입니다. LG마그나가 편입된 지난 2021년 7조1938억원이었던 LG전자 VS사업부문 매출액은 2023년 상반기에만 5조5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9.6%에서 2023년 상반기 12.5%로 늘었습니다.
다만 수익성은 아직입니다. LG전자 VS사업부문은 올해 2분기 6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4.1%까지 올랐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2분기 -2.3%까지 떨어졌습니다. 2분기 VS사업부문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 GM '쉐보레 볼트 EV' 리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1510억원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ZKW와 LG마그나의 실적은 LG전자 VS사업부문 실적에 연결됩니다. ZKW의 상세한 실적을 확인할 순 없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ZKW는 지난 2017년 이후 등락은 있지만 매년 1조원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익은 최근 수년간 적자 상태입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 업계 위축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유럽 에너지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원인으로 전해졌습니다.
LG마그나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8494억원, 영업손실 56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1년 매출액 2680억원, 영업손실 58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은 217% 늘었고 영업손실은 소폭 감소한 수준입니다.
업계는 LG마그나가 시간이 갈수록 적자 폭을 줄여간다고 봅니다. 든든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조만간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LG마그나 주목하는 이유
LG전자 VS사업부문의 제품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전체의 60% 입니다. LG마그나의 전기차 부품이 20%, ZKW의 차량용 램프가 10% 중반 규모입니다.
업계는 이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LG마그나를 꼽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만큼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담당하는 LG마그나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실제로 LG마그나가 생산하는 전기차용 구동모터와 인버터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부품 원가를 자랑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LG마그나에게 이득입니다.
그래서일까요. LG마그나는 그동안 꾸준히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했습니다. 국내 인천과 중국 난징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오는 9월 가동을 목표로 멕시코 라모즈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LG마그나는 최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도 마련키로 했습니다. 헝가리에 오는 2025년까지 연면적 2만6000㎡ 규모의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LG마그나는 글로벌 주요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헝가리는 유럽 완성차 강국인 독일, 프랑스 등과 가깝습니다. 인건비도 저렴하고 헝가리 정부도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세제 혜택 등 여건이 좋습니다.
LG화학도 이미 헝가리에 2차전지 분리막 법인을 갖고 있습니다. 헝가리 인근 폴란드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도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도 가깝습니다. LG마그나에게는 여러모로 최적지인 셈입니다.
헝가리 공장에 숨은 속내
업계는 LG마그나가 헝가리를 유럽 공략의 전진 기지로 삼은 것에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있다고 봅니다. 헝가리와 인근 폴란드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LG계열사 공장들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내기 용이합니다. 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공장과도 가까워 제품 경쟁력 확보는 물론 영업 환경도 좋아집니다.
LG전자가 손잡은 마그나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온 만큼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LG로선 마그나와 같은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와 손 잡아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들의 강점인 모터와 인버터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한 겁니다. 그리고 그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드러날 시기가 온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LG마그나가 예상보다 빨리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가격 경쟁력 확보와 부품 크기를 줄이기 위해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통합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LG마그나는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습니다. 이에 따라 LG마그나가 향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재 LG마그나의 수주 잔고는 약 16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전자 VS사업부문의 수주잔고는 80조원 규모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100조원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LG전자 VS사업부문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LG마그나는 향후 LG의 전장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도 생각보다 빠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LG마그나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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