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에게 분노할 밖에…담론은 축구 아닌 불성실이 됐다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이제껏 없었다. 축구 대표팀을 둘러싼 담론의 주제를 '불성실'로 만든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종료 휘슬이 하루가 지난 현재 경기력과 전술을 두고 담론이 이뤄져야 할 축구계가 클린스만 감독의 불성실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취임하며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상주'하며 대표팀을 지휘하겠다"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는 새빨간 거짓말에 가깝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후 국내에서 약 70일 정도만 머물렀고, 해외 체류는 90일을 넘고 있다. 아시안컵 추첨 등 당연히 필요한 해외 체류도 있었지만, 개인 일정 등 납득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여기에 이번 A매치 기간 전에는 미국 자택에서 ESPN 패널로 활동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를 보고 평가야 할 수 있다. 또 한국 선수들이 포함된 경기면 양보해 이해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8월 리오넬 메시가 이적해서 뛰고 있는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를 보고 논평하며 "메시는 환상적이다. 지금껏 그의 경기를 지켜봤고, 또 앞으로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K리그 선수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면 더 좋은 상황에서 미국으로 가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메시 경기를 지켜본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번 A매치에 펼쳐진 촌극은 이전 논란을 약과로 만들었다. 웨일스전 무승으로 5경기 무승을 기록한 클린스만 감독이다. 21세기 부임 후 최장 무승 감독이 된 불명예를 만들고 나서 웨일스 스타 플레이어인 애런 램지에게 경기 후 웃으며 유니폼을 요청했다. 그는 "아들이 원해서"라는 뻔뻔한 인터뷰도 덧붙였는데, 여기서 한국을 향한 책임감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여기에 故 지안루카 비알리 자선경기 출전 명단 등재도 있었다. 첼시 FC와 FC 바이에른 뮌헨은 9일 故 지안루카 비알리를 위한 자선 경기를 펼치는데 이 안에 클린스만 감독의 명단이 포함돼 있었다. KFA는 관계자의 입을 통해 이를 일축했다. 이를 믿어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한국 대표팀 감독에 대한 소명의식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런 축구 외적 논란은 불행하게도 성적만 좋았다면 모두 묻힐 수 있는 것들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을 맡아 승승장구했다면, 이는 오히려 긍정적인 이슈가 됐을 수도 있다. 본업을 잘해버리는데, 비판은 힘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성적이 처참하고, 경기력은 더 처참하다.
클린스만호는 3월 콜롬비아전(2-2 무), 우루과이전(1-2 패), 6월 페루전(0-1 패), 엘 살바도르전(1-1 무)를 기록했다. 이번에 원정 평가전 첫 번째 경기인 웨일스전에서도 0-0으로 비겼다. 홈에서 전력 상 큰 우위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엘 살바도르와 호각세를 이뤘다는 것은 비판받기 충분하다.
당장 직전 상대 웨일스만 하더라도 경기 전까지 최근 12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둔 팀이었다. 라트비아와의 중요한 유로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웨일스는 경기에 진심도 아니었다. '웨일스 온라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페이지 감독은 경기 전후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유로 예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경기(한국전)을 치르고 싶지 않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는 진심이 아닌 상대와 싸우며 키퍼 무어에게 골대 맞추는 헤더를 허용하는 등 어렵게 무승부를 거둔 것이다.
경기력 역시 지난 6월 "3월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라고 본인이 인정한 적이 있을 정도로 최근으로 올수록 하락세다. 벤투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경기력도 낙하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웨일스전에서도 경기 후 영국 언론 BBC가 "한국은 점유만 했을 뿐 웨일스가 더 위협적이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은 오는 2024년 1월 최고 중요한 대륙간컵인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우승이 절실한 우리고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빅클럽에 뛰는 선수들이 나오며 국민적 기대도 높다. 훌륭한 재능들이 모여 있어 전력상으로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만 현 클린스만 체제에서 그것이 가능할까 의문점만 커진다.
전임 벤투 감독을 포함해 A매치 기간의 담론은 대표팀의 경기력과 전술이었다. 축구 팬들은 어떤 선수를 어떻게 기용하고, 또 어떤 전술을 써야하는지 담론을 교환했다. 하지만 현재의 담론은 클린스만이 불성실하다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의 담론이다. 여지껏 이런 사태는 없었다.
클린스만의 책임이 크지만 그는 커리어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호평 받았던 독일 대표팀 초창기를 제외하고 FC 바이에른 뮌헨, 미국 대표팀, 헤르타 BSC 베를린 등에서 불성실 논란이 있었다.
그렇기에 정몽규 KFA 회장의 책임이 크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피해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 김판곤 기술위원장, 홍명보 전 부회장으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붕괴됐고, 정몽규 회장은 감독 선임 의사 결정에 작든 크든 영향력을 끼쳤다. 그렇기에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승부조작범 사면 논란 등 대표팀 이슈 외에도 축구계를 발칵 뒤집었던 정몽규 회장이기에 그의 체제가 지속되도 되는 것인가에도 의문이 든다.
한국 축구가 다가온 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앞으로의 대계를 짜야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감독의 성실성 여부를 걱정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의 책임이 크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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