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 전쟁에 새우 등 터진 애플…"체스판의 졸"

中 '아이폰 금지령' 보도 후 애플 시총 이틀 만에 250조원 증발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며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가장 큰 볼모(체스의 졸)'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테크(기술)업계의 '왕'일 수는 있지만, 양대 경제 대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선 하나의 게임 조각에 불과하다"며 "중국 사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징후가 커지며 시장 가치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애플의 아이폰 등 외국 브랜드 기기를 중앙 정부 기관 공무원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금지령은 국영 기업과 다른 정부 지원 기관으로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이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1897억달러(약 253조원)가 날아간 상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 소유 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5630만명이며 이들의 임금은 도시 평균보다 약 8% 높다. 이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애플에 매력적인 집단이며 애플의 연간 아이폰 출하량이 2억3000만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규모라는 분석이다.

WSJ은 "중국은 애플의 가장 큰 제조 기지고 아이폰은 애플 매출의 52%를 차지하는 가장 큰 사업"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애플이 미·중 간 경제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겨냥 받기 쉬운 목표물이 되게끔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애플은 전 세계에서 모바일 칩을 가장 많이 사는 기업 중 한 곳이어서 애플이 입는 피해가 글로벌 테크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미·중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느 기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다만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 내 실업률 증가 등 경제 문제가 겹친 상황에서 중국도 현지 고용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