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이승윤으로 시작했지만, 끝은 달랐다
이승윤 무명 시절부터 좋아했던 팬들
직접 뮤직비디오 만들어주겠다고 제안
이승윤 합류-뮤비 완성까지 과정 담아
무모한 도전 속 즐거움이 관전 포인트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권하정 감독, 구은하 씨
◇ 채선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모실 분은 영화로 '덕업일치'를 이룬 분들입니다. 개봉하기 전인데 벌써부터 전석 매진에다가 상영관을 늘려달라 이런 요청까지 쇄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9월에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 제작진을 모셨습니다. 자기소개 한 번씩 해 주실까요?
◆ 권하정>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 감독이자 출연진까지 맡은 권하정입니다.
◆ 구은하> 저는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에서 세 번째 '듣보인간'을 맡았던 구은하라고 합니다.
◇ 채선아>영화 제목을 듣자마자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이런 궁금증이 드는데 간략하게 소개를 해 주시면 좋겠어요.
◆ 권하정> 이 영화는 듣도 보도 못한 사이에서 무명 가수를 찾아가서 다짜고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 채선아> 여기서 말한 무명의 가수가 가수 이승윤 씨인데 저는 이승윤이란 가수를 '싱어게인'을 통해서 처음 알았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걸 통해서 아셨을 거예요. 왜냐하면 본인도 방구석 음악인이다 하면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라는 걸 그 프로그램에서도 강조를 하셨기 때문에, 그 이승윤 씨한테 어떻게 반하게 돼서 어떻게 접근해서 뮤비를 찍어주겠다 한 건지 그 과정이 궁금해요.
◆ 권하정> 처음 일단 이승윤 씨를 보게 된 건 2018년에 어느 작은 음악회였거든요. 이승윤 씨를 봤는데 되게 평범해 보이셨어요. 평범한 옷을 입고 되게 차분해 보이시는 인상이었는데 또 공연할 때는 또 느낌이 조금 달라지시더라고요. 그 아우라가 되게 범접할 수 없는 뭔가 말을 걸 수 없는 느낌 있잖아요. 학창 시절에 보면 뭔가 인적 드문 벤치에 앉아서 줄 이어폰으로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 있을 것 같은 그런 선배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 채선아> 그럼 멀리서 지켜보게 되잖아요.
◆ 권하정> 말은 못 걸겠지만 너무 친해지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인상이 좀 깊었는데 음악회 끝나고 노래 가사를 다 보는데 절대 잊을 수 없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 채선아> 그 가사라고 하면 어떤 곡 가사 말씀이신가요?
◆ 권하정> 솔직히 이승윤 씨 노래는 전부, 모든 가사가 좋지만 (웃음) 제가 반했던 가사는 '무얼 훔치지'라는 가사였거든요. 제가 2018년에 좀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 가사가 꼭 제 일상을 꼭 보고 있는 느낌. 근데 잘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이런 가사를 쓰는 분이라니'하는 느낌에 좀 반하게 됐던 것 같아요
◆ 구은하> 저는 하정 감독님이 이렇게 이승윤 씨에 빠지고 나서 계속 이승윤 씨에 대한 소개나 노래를 굉장히 많이 알려줬어요. 그때 처음 들어보게 되었는데, 듣다 보니까 멜로디가 이렇게 흐른다고? 되게 특이하고 가사도 굉장히 철학적인 부분이 많이 담겨 있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더라고요. 이 사람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해서 저도 관심을 좀 가지게 되었습니다.
◇ 채선아> 그다음에 이승윤 씨한테 어떻게 접근을 해서 "우리가 뮤비를 만들어주겠다"라고 하신 건지 그 합류 과정이 궁금해요.
◆ 권하정>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냐는 질문을 진짜 많이 해주시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정말 찰나의 순간, 선택이라고 해야 되나요? 아현 감독('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공동 감독)이랑 저랑 같이 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이승윤 씨 신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근데 제가 듣자마자 이 노래 그때 우리 들었던 그 가수 노래다. 이렇게 하면서 갑자기 "나 이분이랑 뭔가 작업해 보고 싶어" 툭 던졌는데 아현 감독이 "언니 하자. 그냥 하면 되지"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그때부터 일이 일사천리로 어떻게 보면 진행됐다고 해야 되나요? 정말 짧은 찰나지만 그렇게 해서 (하게 됐어요).
◇ 채선아> 그게 인연이 되어서 뮤비까지 만들게 된 건데 뮤비에 참여하겠다고 한 그 시기가 혹시 '싱어게인' 제작 시기와는 어떻게 되나요? (이승윤 씨가) '싱어게인'에 나온 뒤로 점점 유명해졌잖아요. 그전에 참여를 하신 건가요?
◆ 권하정> 네. 그 방송이 나가기 전이었는데 저희도 몰랐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가 섭외하는 과정과 이승윤 씨가 촬영에 참여할 때가 '싱어게인' 촬영 날짜랑 맞닿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승윤 씨가 그때 나 지금 "이거 촬영하고 있어" 이렇게 얘기 안 했고 "내가 소소하게 어떤 프로그램에 가고 있다"라고 얘기해줘서 저는 '싱어게인'이라는 건 모르고 작업을 열심히 했는데 나중에 '싱어게인'에 나온 거 보고 깜짝 놀랐죠.
◇ 채선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이승윤 씨가 우승을 했단 말이에요. 내가 작업할 때까지만 해도 무명 가수였던 사람이 이제 진짜 유명 가수가 된 거예요. 그 과정을 쭉 지켜보시는 그 마음이 좀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 구은하> 우승한 걸 보고 놀라면서도 별로 안 놀랐어요. 처음에도 '진짜 범상치 않은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우승이 놀랍지 않은 일이긴 했는데, 그럼에도 또 놀랐던 건 일단 언니(하정 감독) 안목이 정말 뛰어나구나 어떻게 그걸 미리 알아보고 있었지? 근데 또 이승윤 씨가 '싱어게인'에 출연해서 멋진 무대들을 계속해서 보여주시고 거기에 또 놀랐고 그 무대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보이니까 역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구나. 그쪽 부분에서 또 좀 놀랐던 것 같아요.
◆ 권하정> 저는 아현 감독이랑 같이 (우승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믿기지가 않는다고 해야 되나요? 신기하다, 기쁘면서 뭔가 한편으로는 다시는 우리 많이 못 보는 사이가 되겠다 이제, 멀어지겠다, 아쉽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채선아> 정말 두 분이 말씀하셨던 대로 현실감이 없고 그 놀라운 과정이 영화 안에 다 들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작하면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있으실까요?
◆ 권하정> 진짜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면, 모든 게 안 됐던 날이 있었거든요. 촬영 감독님이 갑자기 사라지고, 원했던 세트 팀에서 저희 세트를 지어줄 수 없다는 연락이 오고 스튜디오에서도 7명만 들어올 수 있다, 근데 저희만 해도 7명이니까 가능하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이걸 어떡하지 하고 저희끼리 카페에 가서 한바탕 울고 "야 우리 그래도 다시 열심히 해보자" 하고 동대문에 이제 옷을 사러 갔거든요.
그런데 옷을 다 예약해놨는데도 이승윤 씨 의상을 줄 수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안 되냐고 했는데 되게 이상한 일이었어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돼서 하여튼 줄 수 없다가 결론이었는데 그걸 듣고 저희 3명 다 말이 없었어요. 말없이 그냥 일단 걸었거든요. 다 떨어져서 걸었는데 비가 오는 거예요. 비가 추적추적 오면서 제가 느꼈어요. 쌓았던 모든 공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 채선아> 그 기분이 어떤 의미였을까요?
◆ 권하정> 일단 너무 처참하다. 그다음에 내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막막함과 불안함과 '그럼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되지'라는 마음이 들면서 계속 걸었는데 친구들도 다 표정에 생각이 많아 보였는데
◇ 채선아> '계속해야 되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 권하정> 다큐멘터리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로 분위기도 너무 안 좋았고 저희끼리. 그때 쇼핑백 매고 있었거든요. 의상이 담긴 쇼핑백도 찢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다 안 되는 날이다.' 하면서 집으로 갔던 게 기억납니다.
◇ 채선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완성을 한 거잖아요. 촬영하면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 구은하> 저희가 뮤직비디오 촬영 소품으로 석고상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거든요. 저희가 일일이 다 구입하기에는 원하는 것도 개수가 많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서 '안 되겠다. 이럴 바에는 우리 세 명이 석고상 틀을 짜서 직접 석고랑 물을 섞어서 석고상을 하나하나씩 만들어내자라'고 다짐을 하고 매일 새벽 숙소에 돌아오면 석고상을 만들었어요. 정말 계속 해 뜰 때까지 계속 만들었어요. 초반에는 우리 가지고 이게 될까? 3명이서 또 세트장 가서 작업해야 되는데, 근데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무작정 계속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속도도 빨라지고 재미도 있고 굉장히 얘네들한테 정이 들더라고요.
◇ 채선아> 석고상 만들었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으셨군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세트를 직접 다 만드신 거예요?
◆ 권하정> 그 틀만 세트 팀에게 부탁했고요. 딱 세워주는 거 있잖아요. 나무판으로 만들어주는 것만 하고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은 저희가 다 페인트칠하고 돌 옮기고 바닥칠하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 채선아> 뮤직비디오 장면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그 피 땀 눈물이 생각이 나겠어요.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가수랑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는 정말 많은 팬들이 꿈꾸는 작업이잖아요. 덕업일치를 이루신 분으로서 뭔가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 권하정> 아직도 솔직히 실감 나지 않거든요. 저희가 다큐멘터리까지 만든 것도 실감 나지 않는데 이승윤 씨의 노래에 제가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저의 연출을 얹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스럽더라고요. 그리고 결과물이 평생 남잖아요. 제가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저한테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채선아> 내가 나한테 최고의 선물을 줬네요.
◆ 권하정> 맞습니다.
◆ 구은하> 저도 사실 이승윤 씨 이전부터 평생을 덕질을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덕업일치가 줄곧 꿈인 사람이긴 했어요. 하정 감독님 덕분에 좋은 기회로 일을 같이 하게 됐는데 일단 힘든 건 사실 더 힘들었던 것 같긴 해요. 그분께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주고 싶고 하니까 신경 쓸 게 더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이제 나오는 현장에서 나오는 노래들이 다 또 덕질하는 사람의 노래고 힘들다가도 또 얼굴 보면 '아~ 그래' 이렇게 되는 게 있어서 좋기도 많이 좋지만 신경 쓸 것도 많았다.
◇ 채선아> 좋아하는 만큼 또 그럴 것 같아요. 애정이 더 가니까. 이승윤 씨가 편지도 직접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 권하정> 제가 영화 맨 끝에 실었는데 이승윤 씨가 그러더라고요. "처음에는 이승윤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이승윤은 안중에도 없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그 모습에 자기의 노래와 자기가 참여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 채선아> 주인공은 이승윤이 아니었다는 거네요.
◆ 권하정> 네. 근데 저는 편지를 받고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가수를 내가 덕질을 하고 있구나. 또 그렇게 말해 주시니까 우리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 또 그걸 그렇게 봐주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또 굉장히 감동받았습니다.
◇ 채선아> 네. 이 영화를 이런 분들한테 추천한다. 관전 포인트 이런 걸 짚어주신다면?
◆ 구은하> 일단 저희처럼 덕질을 하고 계시거나 아니면 어떤 큰 도전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 보셔도 굉장히 힘이 나고 용기가 생길 것 같지만 그게 꼭 아니더라도 친구들끼리 우당탕탕 무모한 도전을 하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편하게 봐주셔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 권하정>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저희가 고군분투하고 무게감을 가볍게 여기려고 저희끼리 장난치고 춤추고 하는 모습들을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얼굴을 인상 깊어하시더라고요. 기쁘게 웃고 싶으신 분들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보러 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덕업일치의 주인공 권하정 감독, 구은하 님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 권하정, 구은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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