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잃고 우울증"…세상 등진 대전 교사의 '악성민원' 사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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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전에서 극단 선택으로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2년여 과정을 생전에 직접 기록한 글이 9일 공개됐다.
대전교사노조는 이날 숨진 A 교사가 두달 전 초등교사노조가 교권 침해 사례를 모집할 때 자신의 사례를 제보했다며 A 교사가 직접 쓴 글을 공개했다.
A 교사는 글에 2019년 3월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해 수사받은 과정을 상세히 기술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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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전에서 극단 선택으로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2년여 과정을 생전에 직접 기록한 글이 9일 공개됐다.
대전교사노조는 이날 숨진 A 교사가 두달 전 초등교사노조가 교권 침해 사례를 모집할 때 자신의 사례를 제보했다며 A 교사가 직접 쓴 글을 공개했다. 당시 초등교사노조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전국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A 교사는 글에 2019년 3월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해 수사받은 과정을 상세히 기술해놨다.
글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3월에 신학기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 태도가 불량해 여러번 지도를 받았다. 팔로 다른 친구의 목을 조르기도 했는데, A 교사는 학부모에게 학생을 가정 지도 해달라고 했다.
4월에도 학생은 수업 도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학생을 발로 차고, 꼬집었다고 한다. A 교사는 학부모를 상담했는데, 학부모는 '아이가 교사를 무서워해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한다'고 했다고 한다.
5월에 학생은 급식실 바닥에 누웠고, A 교사가 일으켜 세워 지도하자 학부모는 '전교생 앞에서 지도해 불쾌하다'고 전화 민원을 넣었다. 6~8월에도 수업 중 지우개를 씹거나 친구를 꼬집고, 발로 차는 시늉을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학생의 폭력 수위는 계속 높아졌다고 한다. 2학기에는 친구의 배를 발로 차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11월에 다른 학생의 얼굴을 때리자 A 교사는 혼자 힘으로 지도가 어렵다고 판단해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다. 학부모는 이튿날 교무실을 찾아와 A 교사에 사과를 요구했다.
학부모가 찾아왔을 때 교무실에는 교장과 교감도 있었다. 하지만 A 교사는 글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마음의 상처를 주고자 한 게 아니었다고 학부모에게 이야기했다"고 썼다.
사건 후 A 교사는 병가를 냈다. 하지만 학부모는 A 교사를 국민신문고와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시교육청 장학사는 조사 후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학교폭력위원회는 해당 학생에게 심리상담과 조언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0년 2월 A 교사가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아동학대 사례가 맞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경찰로 넘어갔지만 결과적으로 같은해 10월 A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받는 과정에 A 교사는 어떤 기관에서도 법적 조력을 받지 못했다. 홀로 변호사를 만났고 4월에 경찰 조사, 6월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A교사는 남기는 말에 "이 기간에 교사로서 자긍심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게 됐다"며 "3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신을 다독였지만 서울 서이초 선생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되살아나 울기만 했다"고 적었다.
이어 "난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며 "어떤 노력도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고 했다.
A 교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이없는 결정을 했다"며 "그들은 교육 현장을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A 교사는 글을 작성하고 한 달 반쯤 흐른 시점에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날 A 교사 발인이 거행됐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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