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어떻게 이재명 향해 갔나
검찰, 경기도-쌍방울 연결점 찾기 주력...이화영 수사도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500만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달러) 등 800만달러를 대신 북한에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수사는 도피 생활 8개월만에 붙잡혀 지난 1월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의 입이 열리며 본격화됐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서 촉발된 쌍방울 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해 10월 쌍방울 그룹이 직원을 동원해 수십억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보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와 관련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등 관련자들을 우선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은 수사 초기 북한에 거액의 돈(당시 500만 달러)을 보낸 이유에 대해 '지하자원 개발사업, 관광지 개발사업 등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에 대한 대가'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던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돌연 뒤집혔다. 검찰이 관련 자료들을 제시하자 '300만 달러'를 추가로 북한에 보낸 사실을 털어놓으며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 방북비"라고 돈의 명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하고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구체적인 상황도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북한 측에 스마트팜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되자 북한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이 화를 냈고 이 전 부지사가 평소 친분이 있던 자신(김 전 회장)에게 이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이후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기소 돼 있던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경기도와 쌍방울간 연결점 찾기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근무했던 사무실을 비롯해 경기도청 남·북부청 사무실 19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강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듭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쌍방울 대북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금전을 제공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에 깊게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추가기소했다.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이 대북제재 등으로 어렵게 되자 쌍방울 측에 이를 부탁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도지사 방북의 경우 이 대표가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에서 배제되자 경기도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방북을 추진하며 김 전 회장에게 북한 측 인사를 만나 방북을 요청해달라고 부탁하고, 방북비가 언급되자 이를 김 전 회장에게 부탁했다고 이 전 부지사 공소장에 적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쌍방울이 대납의 대가로 이 전 부지사로부터 경기도의 대북 사업권을 직접 또는 묵시적으로 약속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부터 이 전 부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 등 혐의로 소환해 대북송금 경위와 배경 등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쌍방울의 대북송금 내용이 담긴 국정원 문건을 확보하기도 했다.
해당 문건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쌍방울 대북사업 관련 국정원에 보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이 전 부지사가 북측에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해 북한 측이 난처해있고 쌍방울이 이를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는 자연스럽게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당시 쌍방울 대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 쏟아냈다. 그는 지난 7, 8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증인으로도 나와 "대납을 결정할 때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면서 "이재명 지사도 쌍방울의 대납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대납한 이유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차원의 대북사업 지원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오던 이 전 부지사도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한 적이 있다"는 등 입장 일부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로부터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기소 등 지속적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지사가 (대북송금에)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진술을 다시 뒤집었으나 검찰은 "이미 법정과 검찰에서 수회에 걸쳐 '검찰 진술은 사실이며 배우자의 주장은 오해로 인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며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이처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8월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소환조사를 통해 그가 쌍방울 대납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사건 검찰 진술서 요약'이라는 글을 올려 "쌍방울의 주가부양과 대북사업을 위한 불법 대북송금이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 대납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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