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폐허 된 천년고도 '붉은 도시' 마라케시…할리우드 단골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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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규모 6.8 강진으로 중세 시절 건설된 역사 유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고도(古都) 마라케시가 큰 타격을 입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늦게 마라케시 남서쪽 70여㎞ 지점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마라케시 구도심 메디나에서 일부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현지인들은 지진 직후 잔해와 먼지투성이로 변해버린 마라케시 거리 곳곳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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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1세기 건설·국내에도 알려진 유적지
'신의 땅'이 '비극의 땅'으로…'모로코' 국명의 어원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규모 6.8 강진으로 중세 시절 건설된 역사 유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고도(古都) 마라케시가 큰 타격을 입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늦게 마라케시 남서쪽 70여㎞ 지점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마라케시 구도심 메디나에서 일부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모로코 중부에 위치한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로, 모스크와 궁전 등 많은 중세시대 문화유산이 보존돼 있고 광장에 있는 전통시장 등 볼거리가 많아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도시다. '붉은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도시 전체가 붉은 벽돌로 가득 차 있다.
마라케시는 북부·서부 아프리카 일대에서 쓰이는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을 뜻하는 이름이다. '모로코'라는 국명의 어원이기도 하다.
옛 시가지 메디나는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설명에 따르면 마라케시는 베르베르인의 알모라비드 왕조가 1070년~1072년 사이에 건설한 도시로 오랜 기간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으며 북아프리카에서 안달루시아에 이르는 서부 무슬림 지역 전역에 영향력을 미쳤다.
쿠투비아 모스크와 성벽, 정원, 반디아 궁전, 자마 엘 프나 광장 등 많은 건축·문화 유산이 있다.
마라케시는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단골 촬영지로도 꼽힌다.
미국 영화 사이트 IMDB에 따르면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 '미이라' '섹스앤더시티2',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이 촬영됐다.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해마다 마라케시 국제영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이 제마엘프나 광장의 시장에서 한식을 판매하는 모습이 방송을 탄 바 있어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날 지진으로 마라케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는 동영상들을 보면 붉은 빛의 옛 성벽 일부 구간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이 보이며, 거리에는 돌무더기가 널려 있는 상태다.
한 영상을 보면 이 일대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12세기 건물인 쿠투비아 모스크 인근에서 놀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모로코 현지 매체는 이 모스크도 지진으로 파손됐다고 전했으나 어느 정도로 손상됐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 모스크의 69m 높이 탑은 '마라케시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이드 와지즈 하산은 "마라케시 구시가지에 빽빽이 늘어선 일부 민가가 붕괴됐다"며 "중장비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브라힘 힘미는 "많은 건물 외관이 파손돼있고, 구급차들이 구도심에서 나오는 것도 봤다"며 "사람들은 혹시 여진이 덮칠까 봐 밖으로 나와 지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후다 하프시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며 "아직 아이들과 거리에 머물고 있고, 너무 무섭다"고 호소했다.
달리아 파헴은 집에 금이 가고 가구들이 부서졌다면서도 "지진이 났을 때 다행히 나는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지인들은 지진 직후 잔해와 먼지투성이로 변해버린 마라케시 거리 곳곳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한 영상을 보면 쿵쿵거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던 한 식당에 들렀던 관광객들은 진동이 느껴지자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해 밖으로 대피하기도 한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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