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밍아웃 직장동료 눈치보여요”…당당하세요, 방법이 있습니다 [워킹맘의 생존육아]
보통은 임신 12주가 지난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임신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좋다는 게 그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워킹맘의 경우에는 ‘빠를 수록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임신 초기일수록 유산의 위험이 크다. 소중하게 품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와 아기의 안정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알리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의도치 않게 두 번의 임밍아웃을 모두 12주가 되기 전에 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10주 경 지독한 장염에 걸렸다. 하필 다음날 부서에서 교외로 놀러가는 MT가 잡혀있었다. 탈수 증세가 올 것 같아 수액이라도 맞으려고 여러 병원을 돌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임신 초기 산모에게는 수액을 놔 줄 수 없으니, 최대한 이온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증상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라는 게 의사들의 공통적인 조언이었다. 산부인과를 방문했으면 수액 처방을 받을 수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근무지 근처에는 산부인과가 없었다. 그날의 기사를 겨우 마감 후 팀장에게 상황을 알렸고, ‘병원에 가서 수액이라도 얼른 맞아보라’고 권유하는 팀장에게 수액을 맞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임밍아웃’을 했다. 팀장에게 축하를 받고, 부서 MT에서 열외가 됐다. 이 과정에서 부원에게도 나의 임신 소식이 알려졌다.
오전 보고와 오후 마감 시간이 정해져있는 언론사의 특성상 단축근무는 어려웠지만 밤샘 당직 근무에서는 바로 제외가 됐다.
임신 12주 이내의 임산부는 근로기준법 제 74조에 따라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모든 여성 근로자는 임금을 종전대로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 일할 수 있다. 임신 12주 이내는 유산, 36주 이후는 조산의 위험이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16년 3월 25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추고 퇴근시간을 1시간 앞당기거나, 출근시간을 2시간 늦추는 방식 등 사용 방식에는 제한이 없다.
나는 임신 후 회사에 다니는 여성들이 ‘멋진 워킹맘’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필요한 권리는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남에게 미루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고마움이 상대방에 진심으로 전달 되고, 권리를 주장할 때 어깨를 펼 수 있다. 워킹맘, 임산부 근로자를 민폐라고 비웃는 시선을 되받아칠 수 있고 불합리한 일이 생겼을 때 떳떳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과정이다.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보다 멋진 어른이 되는 법, 더 멋있는 엄마로 사는 법을 임밍아웃을 한 여성들이 매일의 경험을 통해 쌓아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받는 많은 이들의 배려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의 몫을 채워준 누군가의 도움을 기억하고, 또 다른 ‘예비엄마’들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 주기를. 대신 임신부를 불편해하는 시선은 가볍게 무시하자. 뱃속의 아가는 엄마가 처한 상황이 아닌, 엄마가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게 워킹맘들의 진정한 ‘태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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